피터 드러커 박사와 만남은 그의 클레어몬트 자택에서 진행됐다. 1971년 뉴저지에서 클레어몬트로 이주하면서 쭉 살아온 이 집은 아시아 문화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미래를 읽고 자기를 경영하라”
‘현대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 박사를 만나기 위해 클레어몬트로 달려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드러커 박사가 지난해 11월19일 아흔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노령인데다 그의 비서가 잘 듣지 못한다고 귀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1954년 ‘현대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를 펴내면서 돈벌이 기술로만 여겨지던 경영을 학문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 통찰력은 무뎌지지 않았음을 곧 깨달았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지침과도 같았다.
지식 노동자의 영향력 계속 커져
평생동안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
IT등 신산업에서 아시안이 주류
그의 저서 총 36권 중 25권이 60세 이후에 나왔을 만큼 피터 드러커 박사는 ‘영원한 청년’이다. 95세인 지금도 24시간을 쪼개 쓸 만큼 그의 스케줄은 꽉 차있다.
<서준영 기자>
-박사님은 지식 노동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리라고 예견하셨는데요,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육체 근로자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다 통제하는 시대가 되고 육체 근로자는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1950년 이후 제조업이 활발해지면서 육체 근로자가 농경시대 농민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처럼 이제는 지식 노동자가 주류가 됐습니다.
지식 노동자는 평생 공부해야 합니다. 하급 지식을 다루더라도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밀립니다. 지식 노동자는 기업에서 종업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가 되어 자신의 품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인구 변화가 미래 변화를 이끌 주요인이라고 박사님은 지적하셨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출생률은 떨어지면서 동시에 노년층은 급증하는 것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35∼40세가 노동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노년층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곧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큰 변화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나 기업에서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쳐지게 됩니다.
또 하나는 소수 인종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소수 인종이었던 흑인들은 육체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도태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아시안은 높은 교육열 덕택에 지적 수준이 높아 지식 노동자가 중요한 현재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을 비롯해 신산업에서 아시안은 이미 주류가 됐습니다.”
-미래 기업은 현재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질까요?
“가장 큰 차이는 인터넷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종착역이 됐습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으면 말레이시아 회사도 미국의 이웃입니다. 인터넷은 모든 걸 독점할 수 없게 해 정보의 민주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런 만큼 미래 기업의 최종 의사 결정은 소비자가 내리게 될 것입니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어서 딜러는 그저 차를 인도해주는 역할만 수행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민 문제가 심각합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다 하급 노동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에서 노년층 비율은 갈수록 커지는데 젊은 층은 줄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일본과 유럽은 외국 노동자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민을 통하지 않고서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민자 융합에 경험이 풍부한 미국도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일본과 유럽은 더 힘들 것입니다. 향후 30년 동안 이민자 문제는 가장 큰 정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지역을 중심으로 블록화 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 경제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중앙은행을 갖추며 급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세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도 정보 가공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데뷔하고 있습니다. 메르코수르로 뭉친 남미 경제도 체제를 정비했습니다. 러시아도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는 이제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룰에 어떻게 통합될 것인가가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회주의로 복귀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법·정치·경제·사회학 등 해박한 ‘21세기 최후의 르네상스인’
드러커 박사는 누구
피터 드러커 박사는 흔히 ‘21세기 최후의 지식 르네상스인’이라고 불린다. 그의 저술 영역이 법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 사회 과학 전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96세를 맞지만 여전히 저술가, 교수, 컨설턴트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그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을 거쳐 프랑크푸르트 대학 법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문 기자와 영국 런던의 국제은행에서 경제 전문가로 일하기도 했다.
1937년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뉴욕대를 거쳐 1971년부터 줄곧 클레어몬트 경영대학원(현재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1969년 ‘단절의 시대’를 펴내 지식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이후 ‘경제인의 종말’ ‘단절의 시대’ ‘미래기업’‘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21세기 지식경영’ 등 총 36권을 펴냈다. 이 가운데 25권을 환갑 이후 출간해 자신의 인생에는 정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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