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 추억’ 모아 ‘가족 드라마’로
한해를 보내며 딸 혜원양과 함께 스크랩북을 만들고 있는 양연희씨. 이 스크랩북에는 가족사가 담겨 있다.
또한 해가 간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 즈음 우리 모두가 갖는 공통의 감성 코드일 것이다.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이 후회 때문만은 아니다. 양연희(34·주부)씨는 지난 주말 딸 혜원 양(5)과 함께 한 해의 크고 작은 일들을 정리하는 스크랩북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된 이후 사진을 인화하는 일이 드물지만 가족의 대소사를 기록화 하기 위해 이미지들을 함께 본 뒤 프린트 숍에서 인화를 해왔다.
오피스 디포와 취미 공예 전문점 마이클스에 들러 여러 가지 예쁜 종이와 스티커, 리번 등을 구입해 왔다.
한 해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지나간 시간들이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새해를 맞아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드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또 연출될 장면.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빨강, 분홍 하트 모양의 카드를 들고 활짝 웃는 혜원이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초록색 옷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역시 초봄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부활절 아침, 새하얀 옷을 입고 교회에서 색색의 달걀을 받아든 사진 속 딸의 환한 미소가 예쁘게만 보인다.
마더스 데이,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딸의 모습을 찍은 건 남편이었을까. 파더스 데이를 맞아 아주버님네 식구들과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사진도 있다.
독립기념일, 할리웃 보울에 올라 온 가족이 함께 음악과 피크닉을 즐기며 손가락으로 V자 사인을 만들고 찍은 사진을 보고는 사촌들의 익살스런 표정에 깔깔 웃어젖히기도 한다.
캠핑을 떠나 텐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대자연의 품에 안겨 행복했던 지난여름이 추억된다.
과수원에 가서 사과를 따던 날의 사진도 있다. 그 따갑던 가을 하늘의 햇살이 아직도 얼굴에 느껴지는 것만 같다. 핼로윈 데이를 맞아 천사의 의상을 입고 트릭 오어 트릿을 나간 혜원이의 사진은 캔디 모양의 스티커와 함께 정리를 했다.
지난 추수감사절 온 가족이 모였던 디너 때 사진에는 혜원이로 하여금 감사의 조건들을 적어보게 했다. “엄마, 아빠, 오빠…” 철없을 거라 생각했던 혜원이의 감사 리스트가 엄마와 많이 다르지 않음이 대견하다.
스크랩북에는 지난 10월 할리웃 보울에서 열렸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에 대한 페이지도 할애됐다. 그날의 프로그램과 혜원이가 좋아하는 가수 비의 사진, 그의 신상 명세도 빼놓지 않고 집어넣었다. 훗날 모녀가 함께 만든 스크랩북 책장을 넘기며 그리게 될 2004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연속동작 사진은 한군데로
스크랩북은 가로·세로 각 12인치 좋아
▲스크랩북 크기
특별히 사이즈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가로세로 12인치가 가장 적당하다. 마켓에 시판되고 있는 스크랩북 재료가 12평방인치를 기준으로 많이 나와 있기도 하지만, 막상 사진을 올려놓고 보면 다른 사이즈는 비좁아 디자인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종이를 찢어 배경을 꾸미는 방법
두 장의 배경 종이와 사진을 준비한다. 먼저 배경 종이를 3분의1 가량 와일드하게 찢어낸다. 찢어낸 자리에는 탈지면(또는 휴지)에 파스텔을 묻혀 색을 입혀주어 배경 종이를 마무리한다. 배경 종이에 올릴 사진들을 구상한 대로 오린다. 사진의 불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커팅 후 또 다른 배경 종이를 이용해 사진 프레임을 만든다. 오려낸 사진프레임에 포토 전용 풀을 이용해 사진을 부착한 후 배경 종이에 붙인다. 기타 준비한 스티커나 악서사리로 스크랩에 악센트를 주어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사연은 프린트해 적절한 곳에 고정시킨다.
▲커팅 만으로 배경 종이를 만드는 방법
우선 연필로 커팅할 디자인을 그린 후 칼이나 가위로 오린다. 커팅한 종이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배치해 보는 등 여러 가지 디자인을 구상한다. 디자인에 어울리도록 스크랩할 사진도 준비한다. 사진을 원하는 자리에 배치해 포토 전용 풀을 이용해 붙인다.
쓰다 남은 스티커는 모아두었다가 주변을 예쁘게 장식한다. 간단한 사진관련 메모를 적는 것도 잊지 말 것. 종이는 아끼지 말고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본다.
▲내가 만드는 한 편의 드라마
연속동작의 사진이나 비슷한 상황의 사진을 한 페이지에 묶으면 저절로 이야기가 구성되며 완성도도 높아 보인다. 이런 사진에 대해서는 그날의 상황에 대해 그리 짧지 않은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아이렛을 이용해 바탕종이에 고정시키는 방법
아이렛이란 구멍 뚫린 금속으로 똑딱단추의 +처럼 생겼다. 먼저 구멍 펀치를 이용해 종이에 구멍을 뚫고 아이렛을 삽입한다. 배경 종이 뒷면에서 아이렛 고정 툴을 아이렛에 대고 망치로 적당한 힘을 주어 탁하고 내려치면 아주 색다른 장식이 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위 중 취향에 맞는 몇 가지 모양의 가위 정도는 구비해 두면 스크랩북뿐만 아니라 카드 등을 만들 때도 편리하다.
골판지모양을 내주는 기구는 일반종이를 밀어 넣으면서 작동시키면, 나올 때 골판지가 되어 나오는 특이한 도구다. 사진 뒷면에 이 골판지를 찢어 붙이면 딱딱한 느낌의 사진테두리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크래프트 샵에서 파는 스탬프도 독특한 느낌을 연출해낸다. 그림 솜씨 없어도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좋다. 펀치는 팡팡 구멍 뚫는 재미도 쏠쏠하고 모양도 예쁘며 신기하다.
▲www.scrappagekits.com는 스크랩북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사이트.
Scrapbook Page Kit이 있으면 가족을 위한 스크랩북 앨범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스포츠, 아기, 가족, 스카우트, 여행, 명절, 계절 등 다양한 테마 별로 준비돼 있다. 미국 내 운송비는 일괄적으로 3.85달러.
그 외 참고할 만한 웹사이트 www. goscrapbook.com, www.iphotocare.com
글·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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