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스스로 해결책 찾도록 대화해야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고 사랑과 감사의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부모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지난 번 AB 540에 관한 글을 올렸을 때는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셨다. 어떤 분은 상담 후 전화나 편지를 통해 진척 상황을 알려주셨다. 또한, 시간과 공간상 전화로 일일이 대답하지 못했음에 송구한 마음도 있다.
학생과 부모님을 상담하다 보면 나 역시 부모님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시원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해서 그들로부터 “선생님한테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하소연하는 것”이라며 못박는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을 대하면서 매번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학생 자신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자신의 긴장을 풀고 스스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구조가 상하의 관계이고 그것으로 인해 생긴 열등감과 복잡한 사회 구조로 인한 불공평함에 대한 고정 관념은 확실해서 이곳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그들이 어정쩡한 입장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J는 학기말 시험을 1달 앞두고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기 시작했다. 어머님이 오셔서 자신은 이제 포기했다며 저녁엔 컴퓨터와 씨름하고 아침엔 못 일어나는 아들을 아침마다 학교 보내는 일이 더 이상은 못할 짓이라고 했다. 그냥 학교 가기가 싫다는 말이 어디 학생이 할 말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J가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게 된 이유는 학교에서의 공부가 별 도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선생이 특별히 가르치는 것도 없고 하루 이틀 결석해도 학업 진도에 별 표시도 안 나고 대충해도 성적이 나오지만 자신의 영어 실력과는 무관하니 학교 다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더 이상 변명하기도 그렇고 한국에 돌아가서 밑바닥부터 살아보겠다며 제법 비장하게 말하면서 어제 밤에 보따리를 싸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의 삐딱한 눈으로 보기엔 제법 말이 되는 얘기였다.
나는 학교가 얼마나 적응이 힘들었으면 가족을 두고 어른도 아닌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을까하는 생각에, 가긴 가되 학기말 고사를 끝내고 가는 것이 혹 나중을 위해 좋을 것이니 이번 학기를 마치고 가라고 했다. 가도 좋다는 말에 학생은 긴장을 풀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가야할 이유도 분명치 않고 그저 실타래처럼 엉킨 그의 마음이 복잡해서 그냥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을 뿐이었다.
비이성적인 자신의 행동과 구실에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이유와 변명을 늘어놓다가 하나씩 던지는 질문에 그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울먹였다. 그는 내가 일단 그의 생각을 접수했다고 생각하자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매우 빠르게 반응하며 눈을 반짝였다. 다그침이 아닌 방법으로 그가 이성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찾아가기까지 들어주고 코치하는 일이 나의 몫이었다. 그는 그의 의견이 존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 쌓아놓은 보따리를 풀어놓고 이번 학기를 가까스로 마쳤다.
보따리를 풀고 다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J가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건 좋은데 실력을 갖추고, 세상을 비웃어도 괜찮은데 그저 불만만을 늘어놓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인생을 넓고 길게 바라보면서 생각을 높여 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판적인 사고와 냉철한 이성으로 남의 탓만 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는 혹독하며 남에게는 너그러운 넉넉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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