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1천여명 독립광장 부근서 텐트생활 계속
(키예프=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선 재투표를 맞고 있다.
재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오후(현지 시각) 수도인 키예프의 ‘독립광장’에는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의 상징인 ‘오렌지색’ 물결로 넘쳐나고 있었다. 오렌지색의 목도리와 모자, 셔츠를 입은 채 독립광장에 모여 있는 1천여명의 시민들은 26일 재투표에 대한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상대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비판하기 보다는 재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뿌듯해하는 분위기였다.
현직 중등교사라고 밝힌 사치타(25)라는 여성은 유시첸코를 지지하지만 향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선거 무효 결정을 받아내고 재투표까지 하게 된 것은 단연 우크라이나 민중의 힘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또 독립광장 주변에는 오렌지색 목도리를 10그리브나(약 2달러)에 판매하며 선거철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노점상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특히 독립광장 바로 옆 ‘크레샤칙 대로’에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이 100여개 텐트를 쳐놓고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평일에는 버스가 다닐 정도로 큰 길이었지만 지난달 22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도로 전체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이 쳐놓은 텐트로 점령되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 텐트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략 1천여명. 이곳에서 사람들은 경비담당, 취사담당, 청소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하루 5~6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텐트촌 안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텐트촌을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하는 줄이 쳐있으며 이곳 경비 담당자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텐트촌에 입소해 생활하고 봉사하려면 사전에 텐트촌 관리자로부터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키예프 국립대학에 재학중인 스베틀라나(18ㆍ여)는 누구나 이곳에서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을 한다면서 난 키예프에 집이 있지만 시위가 발생한 직후부터 텐트촌에서 취사일을 하며 여기서 잠을 잔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학생인 로리타(18ㆍ여)는 이곳에는 기업체 사장 등 돈 있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위해 잠시 편안한 생활을 보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지지 기반인 동부의 하리코프 출신의 세르게이(21)라는 청년은 고향 친구들은 야누코비치를 응원하지만 난 앞으로 낳을 자식의 미래를 생각해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레오니드 쿠츠마 현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인 야누코비치로는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독립광장에는 유시첸코의 지지자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만난 미하일로비치(60)는 야누코비치는 총리로 있으면서 연금을 2배나 올려줬다면서 유시첸코도 총리로 있으면서 연금 인상을 약속했지만 그는 야누코비치와 달리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시첸코가 당선될 경우 동부 지역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그가 당선된다면 동부 돈바스 지역 광부들이 키예프로 진격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25일 밤(현지 시각) 시내의 이린스카야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라다)와 대통령궁 건물 옆에는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의 모임인 ‘포라(우크라이나어로 ‘~할때’)’ 회원들이 별도의 텐트 생활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은 포라 회원 200여명이 지난달 26일부터 이 곳에서 텐트 생활을 한지 정확히 한달이 되는 뜻깊은 날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궁 등 건물에 대한 봉쇄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대통령궁 앞에는 현 정권을 비난하고 유시첸코를 응원하는 피켓들이 널려 있었다.
이 곳에서 기거하는 알렉산드로비치(35)는 퇴근후 저녁때 텐트촌에 와서 자고 간다면서 우리는 유시첸코를 지지하지만 그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더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공정한 선거만 보장된다면 누가 당선되든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직 군인 출신의 추미테프(32)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유시첸코가 패배하더라도 시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흠없는 선거가 치러진뒤 이곳 텐트촌도 자진 해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jero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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