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한해의 베스트 10을 고르다 보면 4~5편 정도는 금방 머리에 떠오르나 나머지는 스크랩북을 들쳐 보고 나서야 고르게 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올해는 410편 정도) 본 것들이 일일이 기억이 안 나는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가슴과 머리에 강렬한 감동과 인상을 남겨 놓은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이다. 해마다 같은 결과이지만 나의 베스트 10은 늘 메이저의 영화보다는 독립영화와 외국어영화 그리고 메이저에 속한 예술성 강한 영화를 만드는 자회사들의 것들이 대부분 차지한다. 올해도 10편 중 8편이 그 범주에 속한다. 영화감상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어서 나의 베스트 10이 반드시 올해의 베스트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일. 나의 베스트 10 중 하나인 ‘매우 긴 약혼’은 LA 영화비평가협회 동료 비평가 뉴스위크의 데이빗 앤슨에 의해서는 ‘최악의 10’ 중 하나로 선정됐다(해도 너무했다). 베스트를 뽑는 기준은 예술성과 독창성과 참신성을 우선으로 한다. 오락성은 그 다음 조건이다.
죽음의 내용을 생명예찬론으로 승화시킨 스페인 영화 ‘마음속의 바다’.
1 ‘마음속의 바다’ (The Sea Inside)
30년간을 침상에서 보낸 목 아래가 마비된 남자의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투쟁기.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 예찬론으로 승화시킨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사려 깊고 서정적인 연출력과 눈동자와 얼굴 표정으로 뜨겁고 아름다운 연기를 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현재 상영중.
2 ‘샛길’ (Sideways)
준 인생낙오자들인 두 남자친구가 샌타바바라 포도원으로 놀러와 두 여인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우정과 로맨스와 자아 발견의 코미디 드라마.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따뜻하고 섬세하며 또 통찰력 있는 인간과 삶에 대한 인식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 선정 올해 최우수작. 상영중.
3 ‘백만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경제적이요 탄탄한 연출력을 지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한 권투영화. 어두운 과거가 있는 한물 간 트레이너가 불우한 환경을 권투로 극복하려는 여자 권투선수를 지도하면서 둘간에 부녀의 애정이 샘솟는다. 감상성을 절묘하게 조절한 아름다운 관계의 드라마다. 상영중.
활짝 편 상상의 날개로 사랑의 승리를 환상적으로 그린 프랑스영화 ‘매우 긴 약혼’.
4 ‘매우 긴 약혼’ (A Very Long Engagement)
영화의 마법성을 증명해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랑의 드라마.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내용으로 전쟁에 나간 뒤 실종된 약혼자를 집요하게 찾는 여인의 이야기. 프랑스 영화로 눈이 큰 오드리 토투 주연. 상영중.
복고풍의 우습고 재미있고 신나는 액션코미디 ‘인크레더블 가족’.
5 ‘인크레더블 가족’ (The Incredibles)
만화영화이지만 일반 극영화보다 훨씬 더 훌륭한 완벽한 작품. 은퇴했던 초능력을 지닌 인크레더블 가족이 사회악 퇴치를 위해 컴백한다. 내용, 그림, 음악 등이 모두 뛰어난 액션 코미디. LAFCA 선정 올해 최우수 만화영화. 상영중.
6 ‘티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독창성을 지닌 달콤 쌉쌀한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자기를 떠난 연인(케이트 윈슬렛)이 자신의 기억을 말끔히 지워버린 것을 안 남자(짐 캐리)가 자기도 기억말소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남자가 이 과정서 자기가 진실로 사랑하는 여자가 떠난 님인 줄 깨닫고 뒤늦게 수술 중단 소동을 일으킨다. 상쾌하고 신선하며 가슴 아프다. 상영중.
7 ‘해 지기 전에’ (Before Sunset)
9년 전에 나온 ‘해 뜨기 전에’의 속편. 9년 전 유럽여행서 짧은 하루의 사랑을 나눈 끝에 헤어졌던 두 청춘 남녀가 이제 성인이 되어 파리에서 재회한다. 진실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두 배우 이산 호크와 쥘리 델피(연기가 뛰어나다)의 호흡이 고른 가슴 짜릿한 로맨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스릴마저 느낀다. DVD 출시.
8 ‘우리는 더 이상 여기 안 살아’(We Don’t Live Here Anymore)
서로 친구 사이인 두 쌍의 부부의 혼외정사와 갈등을 그린 착실한 드라마. 한번 빗나간 부부관계의 처절하고 가혹한 후유증을 가차없이 묘사한 강렬한 드라마. 앙상블 연기가 뛰어난 절망적인 작품. DVD.
9 ‘재구성’ (Reconstruction)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과 불륜과 운명적인 관계의 맺음과 풀어짐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재구성한 탁월한 사랑의 작품. 덴마크 영화. 코펜하겐에서 만난 독신의 사진작가와 젊은 유부녀의 하룻밤 정열적인 사랑과 그 후의 상황을 시간을 무시하고 다시 짜 맞추는 기법을 썼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 나는 영화.
10 ‘코드46’ (Code 46)
미래 통제사회를 무대로 벌어지는 도전적이요 지적이며 또한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슬픈 사랑의 이야기. 연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시정찰 전문가인 유부남(팀 로빈스)과 통제사회를 벗어나려고 여권을 위조하는 젊은 여인(새만사 모턴)간의 맺지 못할 사랑. 신세계의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러브스토리로 격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 좋은 영국 영화. (28일 DVD 출시)
박흥진 위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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