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병역비리에 놀란 가슴 한류열풍·신데렐라가 달랬다
2004년 한해, 방송ㆍ연예계를 아우르는 키 워드는 무엇일까?.
전문가, 방송, 연예 관계자의 견해는 이렇게 압축된다. 욘사마로 대변되는 ‘한류’, 송승헌을 계기로 수면위로 부상한 송승헌 등 연예인의 ‘병역 비리’, 한 해 내내 브라운관을 강타한 ‘신데렐라 드라마’ 붐. 또한 가수들의 연기자의 ‘겸업’, 고현정을 필두로 대형 스타들의 ‘컴백’, 3년째 지속되면서 기세가 꺾이지 않는 연예인의 ‘누드’ 열풍, 사회적 문제가 있는 최진실, 김미화 등 가정내에서 일어난 연예인의 ‘폭행’ 등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의 탄핵으로 빚어진 ‘탄핵 방송의 공정성 시비’와 방송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 문제’도 올해의 방송ㆍ연예계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배용준 사진전에 몰려든 일본팬들
열도 휩쓴 욘사마 신드롬
1990년대 중반부터 대만, 중국 등 동남아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는 올해 새로운 양상을 보였다. 바로 보아 등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부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겨울 연가’가 일본 NHK의 위성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본격적인 일본 한류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불붙은 일본 한류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일고 있는 한류의 기폭제는 ‘겨울 연가’의 NHK 본방송 편성과 배용준이다.
첫사랑 환타지를 안고 사는 일본 기혼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해 배용준 뿐만 아니라 최지우, 박용하 등 ‘겨울 연가’ 주연들이 일본의 국민 스타로 부상했고 이어 이병헌, 권상우, 전지현 등이 일본 한류의 열기를 더욱 더 고조시켰다.
아사히 신문은 ‘욘사마’를 올해의 최대 유행어로 선정했는가 하면, 일본 다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는 한일 양국에서 배용준과 ‘겨울연가’가 창출한 경제부가가치가 2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할 정도로 일본에서의 한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 한해만도 일본 방송에선 ‘아름다운 날들’, ‘천국의 계단’, ‘진실’, ‘사랑’ 등 10여편의 국내 드라마가 방송됐고 이병헌, 원빈, 장동건 등이 욘사마, 배용준 등은 4대 천황으로까지 떠올라 일본의 자국 스타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일본 NHK, 교도(共同)통신, 닛칸스포츠 등 일본 대중 매체들은 연말이나 연초의 특집 기사로 한류를 내보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류는 분명 우리 스타의 상품성을 높이고 한국 대중 문화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가장 충격을 주고 스타에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한 사건은 송승헌, 한재석, 장혁, 신승환 등 스타들의 불법 병역 비리이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병역 비리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연예인의 불법 병역 면탈 사건은 그 동안 연예계에선 소문으로만 나돌았다.
송승헌, 한재석, 장혁 등 스타 연예인들은 거액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사구체 신염으로 위장해 불법으로 병역 면탈을 따냈다. 공소 시효가 지나 형사적 처벌은 면했지만 대중들의 비판이 쏟아져 혹독한 여론 처벌을 받았다. 비리 사건 이후 송승헌의 드라마 ‘슬픈 연가’의 출연을 둘러싸고 연예계와 정치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입대 시기 연기 논란은 거센 여론의 후폭풍을 불러 온 데다 병무청의 입장이 확고해 송승헌은 비판여론에 떠밀려 지난 달 군입대를 했다.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 사건이 터진 뒤 학교 수업 이수 등의 이유로 군입대를 장기간 연기해 왔던 연예인들이 대학 졸업 등으로 연기 사유가 소멸되자 줄줄이 입대하는 일이 벌어졌있다. 연기자 홍경인은 11월 30일,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업한 윤계상은 12월 7일 각각 입대 하고 원빈, 소지섭, 박광현 등은 내년에 입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데렐라가 안방극장 녹였다
안방 극장을 강타한 ‘신데렐라 신드롬’도 올해의 키워드로 꼽힌다. 시청률 50%대를 기록하며 올해 최대의 히트작으로 기록된 SBS ‘파리의 연인’에서 재벌 2세를 만나는 가난한 영화학도 김정은은 신데렐라의 성격을 잘 드러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올해 안방 극장을 휘저었던 신데렐라들은 이전의 드라마처럼 지순하고 착하기만 한 신데렐라가 아니라,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사랑에 있어서도 능동성을 발휘하는 캔디형 신데렐라의 모습을 보였다.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풀하우스’의 송혜교, ‘황태자의 첫사랑’의 성유리,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이 전형적인 캔디형 신데렐라 등에 속한다.
이 밖에 ‘컴백’, ‘겸업’, ‘누드’, ‘폭행’등도 올 한 해 방송ㆍ연예계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결혼이나 스캔들로 연예계를 떠났던 여자 스타 3인방, 고현정, 심은하, 황수정 중 고현정이 내년 1월 시작될 SBS ‘봄날’에 캐스팅된 뒤 촬영에 들어 가, 결혼과 이혼 등으로 초래된 10년간의 공백 끝에 연예계에 컴백했다. 또 황수정은 새로운 기획사와 계약을 맺어 조만간 연예계 컴백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심은하는 팬들의 컴백 요청에도 연예계와 거리를 두고 생활하고 있다.
연기자 겸업가수, 연기력 부재 질타
한편 기획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전략 중 하나인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한 연예인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시키기) 전략이 보편화되고 음반 시장의 침체가 이어 지면서 가수들 중 연기자 겸업을 한 연예인이 올 한 해 특히 많았다. 인기 스타 이효리가 연기자 겸업을 선언하고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SBS의 ‘세잎 클로버’에 캐스팅 돼 촬영에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가수들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이 줄을 잇고 있다.
올 한 해 드라마나 시트콤, 영화 등에 출연한 가수 출신 연기자로는 비, 에릭, 유진, 윤계상, 김정훈, 성유리, 박정아, 서지영, 황보, 려원, 김동완, 이성진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박정아, 서지영 등 상당수 가수들은 연기에 대한 준비 없이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가 연기력 부재를 드러내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너도나도 벗어던진 누드 광풍
2002년말 성현아의 누드로 시작된 연예인의 누드 광풍(狂風)은 올해에도 지속됐다. 올해만도 옷을 벗어 던진 연예인으로는 이본, 이상아, 김지우, 소냐 등이 있다. 계속되는 연예인의 누드 광풍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특히 이승연은 정신대 할머니를 주제로 한 영상 누드집을 발간하려다 엄청난 여론의 반발과 사회적 비판을 받아 역기능의 대표적인 경우를 기록했다.
남편의 폭행 등을 문제 삼아 이혼 청구 소송을 낸 김미화와 최진실을 상대로 낸 건설사 광고 모델료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 강지원 변호사 등 25명의 변호사가 최진실을 무료 변론하기로 나서며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정내 연예인 ‘폭행’역시 올 연예계 대중을 어둡게 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방송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촉발된 방송사들의 ‘탄핵 방송 공정성 시비’가 큰 이슈였다. 일부 신문사와 해당 방송사가 지면과 브라운관을 통해 후속 공방을 벌여 많은 시청자와 독자들이 방송의 공정성 시비 와중에 혼돈을 겪어야 했다.
또 그 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방송사 재허가를 내주던 방송위원회가 SBS와 MBC의 재허가를 곧 바로 내주지 않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재허가 제도’의 존재를 일깨워 줬지만, 12월 초 조건부 허가를 내 줘 방송사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문제가 해결되기도 했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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