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주택 시장의 뜨거웠던 열기도 휴면기에 들어간다. 부동산 시장은 으레 연말을 즈음해서는 급속도로 매입, 매각이 하락하는데 바이어로서는 유리한 입장에서 주택 샤핑을 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 많던 입찰 경쟁자들이 샤핑 몰로 달려간 틈에 경쟁 없는 편안한 구입 환경에서 집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연말·연초에 주택을 사고 파는 장점과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주택 판매량 연중 가장 적은‘휴면기’
대부분이 급매물… 가격흥정에 유리
입찰경쟁 낮고 융자 빨라 느긋한 샤핑
1월과 2월은 연중 주택 판매가 가장 저조한 달.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2003년 12월과 2004년 1월 사이 주택판매는 31%나 급락했으며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NAR은 전망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택 경기가 아직도 호황세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전통적으로 핼로윈을 즈음해서는 하락 기미를 보였고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급속히 냉각, 내년 수퍼보울이 지나야 주택 경기에 다시 발동이 걸렸던 것이 사실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특히 겨울에 이사할 경우 자녀들이 학교 학기 중간에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봄이나 여름에 주택을 주로 구입하기도 한다.
모두가 샤핑과 휴식에 들어가는 할러데이 시즌은 따라서 셀러에게는 최악의 시점. 하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경쟁자들이 샤핑몰로, 여행을 간 사이 이 때야말로 편안하게 주택을 찾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를 비롯, 가주에서 최근 5∼6년간은 전국 어디든 셀러 마켓이 형성됐었다. 매물을 찾기가 어려웠고 입찰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할러데이 시즌에는 이런 숨막히는 경쟁이 없다. 인스펙션을 빨리 받기 위해 발을 동동 굴릴 필요도 없고 입찰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뜨거웠던 경기 때문에 비록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이 많지는 않지만 바이어들이 다른 바이어들과 심한 경쟁을 벌이지 않고 샤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집이라면 셀러가 어지간히 급하다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집을 사기에는 아주 유리한 환경임이 틀림없다.
또 할러데이 시즌에는 모기지 은행의 줄도 훨씬 짧아진다. 렌더가 처리해야 할 대출 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융자가 어느 때보다 빨리 진행된다. 더욱 친절하고 자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주택 인스펙션이나 감정, 기타 주택매매에 관련된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이용이 편하다. 에이전트 역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에 겨울 고객들에게는 더욱 친절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반대로 할러데이 시즌이 집을 시장에 내놓기는 이상적인 시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이어의 수도 적고 따라서 최고가를 받을 가능성도 적다.
만약 지금 ‘포 세일’ 간판을 내 건다면 틀림없이 ‘어지간히 급했는가 보다’라는 의심을 살 것이 분명하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한다. 가능하다면 2월 이후로 기다렸다가 세일 간판을 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굳이 지금 팔아야 한다면 할러데이 시즌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할러데이 시즌의 화려한 장식과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장작불, 빵 굽는 냄새로 주택의 결점을 커버할 수도 있는 것.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때는 할러데이 시즌이기 때문에 셀러들에게 이를 최대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또 거꾸로 보면 이 시점에서 집을 찾아다니는 바이어 역시 사정이 어지간히 다급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한’(serious) 바이어로부터 ‘진지한’ 오퍼를 받을 공산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 할러데이 시즌은 겨울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바이어들이 대거 주택시장에 뛰어드는 봄에는 이자율이 더욱 뛸 것으로 생각하는 바이어들이 겨울도 마다하고 주택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모기지은행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이자율 상승은 여름이나 가을에 비해 전통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직도 가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주택 공급이 딸리면서 셀러보다는 바이어가 많다는 사실도 이번 연말과 연초의 주택경기 호황을 뒷받침해 주는 요인이다.
겨울에 집을 팔거나 사는 사람들 모두 ‘진지한’ 셀러와 바이어이기 때문에 매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환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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