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駐美대사 기용 뒷얘기 무성
언론을 개혁의 타깃으로 삼아온 ‘참여정부’가 보수언론사의 사주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하자 갖가지 궁금증과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탈(脫) 코드’ 인사에서 누가 거간 역할을 했는지, 홍 회장의 유엔 사무총장 진출은 가능한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참여정부와 중앙일보, 삼성 간의 우호적 징후들을 눈여겨보는 분석도 있다.
참여정부와 중앙일보, 삼성간의 우호 징후
이해찬 총리는 10월 유럽 순방 중 조선ㆍ동아일보를 맹비난하면서 “중앙일보는 역사 흐름에 맞춰 중심을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ㆍ중ㆍ동으로 일컬어져 온 보수언론 멤버 중 그 중 하나를 총리가 제외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총리의 발언 시점은 홍 회장의 주미대사 기용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하다.
홍 회장은 지난 해 참여정부 조각 과정에서 통일ㆍ외무 장관 후보 등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중앙일보와 참여정부의 우호적 징후는 금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홍 회장과 특별대담 이후 뚜렷해졌다.
그 뒤 여권에선 “중앙일보가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금년 7월 청와대 홍보수석실 양정철 비서관이 “조선ㆍ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집어치우라”고 공격했을 때도 중앙일보는 거론되지 않았다.
금년 들어 참여정부와 삼성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졌다. 노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혁신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몇 차례 삼성을 칭찬했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정통부 장관으로 기용된 데 이어 삼성중공업 사장 출신의 한행수씨가 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되는 등 삼성 인맥의 정부ㆍ공기업 진출도 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 선에서 대선자금 수사를 매듭지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리는 누가 놨나
노 대통령과 홍 회장은 14일 청와대에서 만나 홍 회장의 주미 대사 기용 문제를 매듭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회장 기용 문제는 9, 10월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중간 매개 역할을 한 인사로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이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 의원이 지난 10월쯤 노 대통령에게 ‘홍 회장을 중용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또 여당의 386세대 실세인 모 의원이 홍 회장을 밀었다는 얘기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의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가 이 의원의 지역구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도전과 대망론
중앙일보측과 청와대측은 홍 회장의 유엔 사무총장 도전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카드의 성사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 외교소식통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북한 때문에 쉽지 않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더구나 유엔 사무총장 도전을 선언한 태국 외무장관이 아세안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반면 “북 핵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되면 한국이 유엔총장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희망론도 있으나 비관론이 우세하다.
때문에 홍 회장이 ‘대권 도전’이란 최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애드벌룬으로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장대환 매경 사장이 총리에서 낙마한 과정을 지켜본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총리 보다는 주미 대사 등의 우회적 코스를 밟는 게 대망 실현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그레망 보다 앞선 내정자 흘리기 통상적으로는 외국에서 아그레망을 받은 후 대사 임명을 공식 발표한다.
하지만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미대사 교체 사실을 밝히면서 “깜짝 놀랄 카드를 선택했다”고 발표한 16일은 정부가 미국측에 아그레망 신청을 아직 하지 않은 때였다.
정부는 17일 오전에야 신임 주미대사 아그레망 요청서를 미국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 문서로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은 17일 전후”하면서 “그전에 구두로 의사를 전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실장이 너무 서둘러 주미대사 내정자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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