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음주운전 단속반 동행 취재기
20대한인 정차선 위반, 경찰 한눈에 적발… ‘맥주 4잔’실토
연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밤 한인타운의 교통문제 절반을 관할하는 LAPD 서부교통국 소속 호란 사전트와 한인 경관 춘 임의 순찰차량에 동승, 한인타운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음주측정 테스트에서 이씨는 9걸음을 걸으라고 했는데 13걸음을 뗐다(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가운데). 경찰서 대기실에서 수갑을 찬채 앉아있는 이씨(아래).
눈알 못돌려 얼굴만‘도리도리’
“알콜농도조사 일단 시간 벌자”
호흡측정 대신 혈액검사 요구
딱딱한 순찰차 뒷좌석의 냉기가 몸에 배일 무렵 한인타운에서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는 무전이 접수된 건 10시50분. 술자리가 하나둘 끝날 무렵이다. 동승 취재를 시작한 지 한시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허탕만 계속하고 있을 때이기도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다소 활기를 띠었다. 호란 사전트는 “화요일에는 음주운전자가 많지 않다. 더구나 오늘처럼 날이 추우면 다들 집에 일찍 들어간다. 대신 가정 폭력이 많다”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취재진이 한인 음주 운전자가 적발됐다는 8가와 킹슬리에 도착한 건 라디오 접수 후 15분이 지난 11시5분께.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조용하고도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두 명의 모터사이클 경관은 취재진이 도착할 때까지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인 남성 이모(28)씨는 그 동안 “쟤들이 왜 저러고 있나”라고 궁금해하며 15분을 차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순찰차가 도착하고 카메라를 든 취재진을 보고 나서야 취재원(?)이 되고 있음을 알아 차렸다. 이씨는 4년전에도 음주운전으로 걸린적이 있어 이번에도 이날 음주운전으로 판명되면 2범이 되는 셈이다.
LAPD서부교통국 DTF 소속의 리처드 오크 경관은 “이씨가 승용차를 몰고 킹슬리를 따라 남행하다가 8가를 건너는 과정에서 정차선을 훨씬 넘어 위험할 정도로 많이 나온데다 건너면서도 달려오는 차들과 사고를 낼 뻔할 정도로 위험했다”며 이씨의 차를 정차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차에서 내린 이씨는 열중쉬어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6인치 정도 들어올려 30초 동안 서 있는 등 본격적인 음주 테스트를 받기 시작했다.
왼쪽 다리를 들고 있을 때는 30초 동안 서 있던 이씨는 오른쪽 다리를 들고는 29초가 지나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두 번째 테스트는 얼굴을 약간 뒤로 제친 상태에서 눈을 감고 양쪽 손가락을 코끝에 정확히 갖다대는 것. 이씨는 빠른 동작으로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댔지만 경관은 “콧등이 아닌 코끝”이라며 재동작을 지시했다.
다음은 눈동자 움직이기. 경관이 잡고 있는 볼펜을 따라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이씨는 경관의 볼펜을 따라 얼굴을 움직였다. 불합격이다. 네 번째는 직선 위로 발끝을 붙이며 아홉 걸음 걷기. 이씨는 균형을 잃진 않았지만 불행히도 13걸음이나 걸었다. 역시 불합격이다. 마지막으로 시간 감각 테스트. 눈을 감은 채 30초라는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였다. 하지만 이씨는 20초가 막 지날 무렵 ‘30초‘라고 손을 들었다. 당연히 불합격이다.
테스트가 모두 끝나자 이제 오크 경관은 술을 몇 잔이나 마셨는지 묻기 시작했다. 음주 운전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씨는 “맥주 2, 3잔”이라고 대답했다가 이내 “3, 4잔”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관이 다시 “왜 술 먹고 운전했느냐”고 묻자 “집이 여기서 3, 4블록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씨가 대답했다.
경관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겠다”며 “이 곳에서 호흡 측정을 할 지 아니면 경찰서로 이동해 혈액측정을 할 지 선택하라”고 말했다. 잠깐 고민하던 이씨는 “혈액 측정을 하겠다”며 순순히 수갑을 찼다. 음주 측정에 소요된 시간은 약 15분이었다.
이씨는 “지금 호흡 측정하는 것보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 혈액 측정을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호흡 측정이 법정 변호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4년 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험이 있는데 나름대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한 듯 하다.
오크 경관은 음주 판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차를 세웠을 때 이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면서 “아홉 걸음 걸으라고 했는데 13걸음 걸었고 눈동자 대신 고개 전체를 움직였다. 이씨는 또 20초를 30초로 느꼈으며 4년 전에 음주 운전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답했다. 이날 경관들은 보통 토잉이 원칙이지만 이씨에게는 스트릿 파킹을 허락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경관들은 “토잉 안된 것 만해도 오늘 저 사람 운 좋다”고 말했다.
혈액 검사와 입건(Booking) 취재를 위해 서부교통국으로 이동했다. 차안에서 기자가 “저 사람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 신문에 나가지 너무 안됐다”고 안타까워하자 한인 경관이 정색을 하며 “전혀 불쌍해할 필요 없다. 저 사람 다른 사람 다치게 하거나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먼저 도착한 이씨는 대기실(Holding Cell)에서 폭이 좁은 기다란 의자에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이씨가 손에 차고 있던 수갑은 의자에 묶여 있었고 이 씨 옆에는 음주 운전으로 잡혀온 20대 초반의 히스패닉 남성이 신기한 듯 이씨와 취재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대기실에는 야간 당직 경관(Watch Commander)과 야간 근무 경찰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커다란 음주 측정기가 놓여 있었다. 호란 서전트는 “호흡 측정을 하면 즉시 혈중알콜농도가 나와 서부교통국에서 입건되지만 이씨는 혈액 측정을 선택해 LAPD 본부인 파커센터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파커센터에는 담당 의사가 있어 이씨의 혈액을 채취하고 결과는 2주 뒤에 알 수 있다.
이 씨는 다시 경찰 순찰차 뒷자석에 태워져 파커센터로 향했다. 음주 운전자로 입건되면 이전 범죄 기록이 없고 발부된 영장이 없으면 혈액 측정과 입건이 끝난 뒤로부터 10시간이 지나면 풀려난다. 이 씨는 그날 밤은 경찰서에서 보낸 뒤 다음날 오후 1시께 풀려났다. 이씨가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취재는 두 시간 이상 더 계속됐다.
동승 경관 인터뷰
하루평균 10건 적발
화요일엔 실적 저조
취재진과 함께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 서부교통국 소속 호란 서전트와 춘 임 경관과 미니 인터뷰를 가졌다.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12시간 일한다. 주3회 일하고 4일 쉰다.(호란) 오후 1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주 4일 일한다. (춘 임)
▲주로 어떤 지역을 순찰하나
관할 지역이 윌셔경찰서를 포함해 LA서쪽 4개 경찰서를 포함한다. 근무일 때는 모든 지역을 다 다닌다. 윌셔경찰서와 서부교통국에서 일한 지 4년째인데 뒷골목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호란) 어릴 때부터 한인타운에 자라 이곳 지리는 훤하다. (춘 임)
▲하는 일은 어떻게 되나
근무 시간에는 거의 계속해서 순찰차를 타고 관할 지역을 돌아다니다. 교통 위반자나 음주 운전자를 단속하고 모토사이클 경관이 음주 운전자를 적발하면 즉시 현장으로 이동해 사건을 접수한다. (호란)
▲음주 운전자는 얼마나 적발하나?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10명 정도 음주 운전으로 잡힌다. 오늘처럼 날씨가 춥거나 평일에는 타운이 조용하다. 많을 때는 4개조의 모토사이클 경관과 10여대의 순찰차가 근무하고 적
을 때는 모토사이클 1개조, 순찰차 4대 정도가 근무한다. 오늘은 제일 적게 일하는 날이다.
<글 정대용·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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