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출시한 포드 500도 좌석을 크게 높였다.
“넓은 시야 확보·승차감 좋아진다” 신형 세단 대거 채택
“레그룸 넓어져 편안”
뒷좌석도 높이는 추세
운전석을 높인 크라이슬러 300(위)과 GM의 2005년형 셰비 코발트.
토러스보다 6인치 높아진 포드 프리스타일.
위 사진은 내부.
세단 의자도 키높이 시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UV의 영향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신형 세단의 운전석을 종전보다 높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운전자의 엉덩이가 의자에 놓이는 지점을 일컫는 소위 ‘H포인트’의 높이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H포인트가 높아질 수록 운전자가 차에 타고 있는 위치가 높아지고, 어떤 경우 더 안락함을 느끼기도 한다.
포드는 지난 10월 출시한 500세단의 좌석을 토러스 같은 전통 세단보다 거의 4인치 가량 높였다. 물론 운전석의 시야는 툭 트였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신형 크라이슬러 300 또한 기존의 크라이슬러 300M보다 2인치 이상 좌석이 올라갔다.
GM이 이 달 선보인 2005년형 셰비 코발트는 기존 모델인 셰비 카발리에보다 좌석이 약 1인치 높다. 도요타의 신형 캠리, 코롤라, 아발론 역시 종전 세대와 비교해 운전자의 눈이 높아졌다.
이 같은 발상이 도입된 이유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세단 운전자들에게 가령 포드 익스플로러처럼 훤히 넓은 시야로 ‘길 위의 왕’ 같은 느낌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솔린 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SUV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는 틈을 타 SUV처럼 높은 승차감의 세단을 대안형으로 제시하겠다는 마케팅 전략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오토데이터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형 SUV의 판매는 공격적인 할인에도 불구, 전년대비 17.4%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신형 차종들은 뒷좌석도 높이는 추세다. 이는 운전자 외에 승객들에게도 더 좋은 시야를 주려는 목적인데, 가령 포드 프리스타일과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는 뒷좌석이 오히려 앞좌석보다 약간 높도록 위치를 조절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의자가 높을수록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레그룸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착석자의 키와 체형에 따라 다르긴 하나 의자 높이가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다리를 움직일만한 공간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
키 높은 의자가 좋은 세 번째 이유는 차에 타고 내리기가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낮은 의자에 타기 위해 몸을 크게 구부리거나, 몸을 밀듯이 빠져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잠재적 결점이 없지는 않다. 머리가 천장에 닿기 쉽다는 것이다. 키 큰 운전자는 운전 중에 범프라도 만나면 차가 털썩거리면서 머리를 천장에 부닥치기 십상이다. 이 같은 단점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헤드룸이 넉넉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포드 500세단의 경우 지붕이 포드 토러스보다 약 5인치 높은 돔 모양으로 제작됐다.
포드는 이 같은 좌석 높이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500세단에 대한 TV광고는 “의자 높이, 명령만 하세요. 당신을, 당신의 시야를, 당신의 자신감을 높여줍니다”라는 문구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SUV의 경우 H포인트는 이미 최고 높이에 올라와 있다. 괴물처럼 우락부락한 허머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이 최근의 트렌드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셰비 타호의 H포인트는 지상에서 35인치나 떨어져있다. 무려 3피트에 달하는데 이건 거의 로프트용으로 제작된 바 스툴보다도 몇 인치 높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어느 GM 엔지니어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고 딱 맞는 지점을 가리켜 ‘골티락스’라고 표현한 그 지점에 가장 근사치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포드는 500세단의 좌석이 토러스보다 4인치 높기도 하지만, 익스플로러 같은 중형 SUV보다는 5인치 낮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자동차에 타고 내릴 때 가장 편안한 지점이라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차량도 H포인트의 높이를 적절히 활용한 대안 중 하나다. 크로스오버는 높은 좌석, 넓은 카고룸 등 SUV의 장점을 갖추면서 세단처럼 유연한 핸들링, 뛰어난 연비 등으로 SUV의 결점 또한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크로스오버는 지난 10월 판매량이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크로스오버의 최신작 중 하나로 지난 10월 출시된 포드의 프리스타일은 H포인트가 땅에서 26.7인치 떨어져있다. 토러스보다 6인치 높은 수치다.
H포인트 수위가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은 미국 차보다 의자 높이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차들은 워낙 작은 체구의 운전자용으로 차를 디자인했기 때문에 H포인트를 새로 조절했고, 유럽 브랜드들은 일종의 패션으로 의자를 높이고 윈드쉴드를 수직에 가깝게 만들었다.
물론 모든 차들이 의자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셰비 코발트 세단의 경우 기존의 카발리에보다 H포인트가 단지 1인치 올라갔고, 쿠프 버전에선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히려 땅에 더 가까운 위치로 내려갔다.
결론적으로 이처럼 H포인트의 높이가 다양해지면서 운전자들에겐 차를 구입하기 전 시험주행을 꼭 해봐야 할 이유 하나가 추가됐다. 키 큰 사람은 아주 편안히 느끼는 위치가 키 작은 운전자에겐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