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투표자 4,902명. 4년 전(2년 전에는 단독후보 무투표 당선)에 비해 머릿수로는 약1,100명, 비율로는 약30% 증가.
제24대 샌프란시스코지역 한인회장 선거가 끝난지 나흘이 지났지만 다시 봐도 놀랍고 반갑다. 엊그제부터 연재되고 있는 한인회장 선거가 남긴 것 제하의 본보 시리즈기사에서도 지적됐듯이, 투표자 급증은 이번 선거의 최대수확이다. 워싱턴DC 등 다른 지역 한인회장 선거에 비해서도 이번 선거 투표참가율이 월등히 높다 하니 더욱 그렇다. 참여 없이 발전 없다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한인사회는 늘어난 투표참가자의 머릿수만큼은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섞인 전망도 품어본다.
투표자 급증원인을 두고 나도는 분석들은 다양하다. 후보자의 인물됨이나 유권자 흡인력이 어떻고, 거점공략식이니 저인망식이니 득표전략이 어떻고 등등. 이런 것에다 빠짐없이 더해지는 것 하나가 ‘토론회 효과’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이나 주고받고, 사소한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져 지리한 설전이나 벌이고, 패널들이 토론회인지 청문회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후보들을 호통치거나 훈계나 일삼는 등 (한국에서) 익히 보아온 선거토론회의 양상과는 사뭇 다르게 그런대로 껍데기와 알맹이를 갖춘 토론회가 열렸고, 그 내용과 분위기도 전례없이 소상하게 지면이나 전파를 타고 유권자들에게 전달됨으로써, 무관심과 냉소주의에 젖은 유권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는 평가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해천)로부터 토론회의 기획 및 진행에 관한 일체의 권한과 의무를 위임받은 북가주기자협회의 한범종 회장이 어느날 갑자기 낙점(?)하는 바람에, 기협 임원도 아니면서 졸지에 토론회준비위 공동위원장이라는 한달짜리 시한부 감투까지 쓰고서 이번 두차례 토론회에 깊숙히 손발을 담근 필자로서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은근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칭찬은 속으로 즐기되 비판은 겉으로 꺼내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게 해야 일찍 마르는 법이다. 그래야 작은 성공에 우쭐거리다 전혀 예기치 않은 큰 실패를 초래하는 우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후보토론회와 관련해 필자 나름대로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 필자는 선뜻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그러더라고 전해들은 아쉬운 대목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형식 문제다.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두차례 토론회에서 사회자용 멘트와 패널들의 질문은 사전에 작성된 원고를 대독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다보니 자유토론의 ‘원형’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준비위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무슨 앵무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을 고집한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후보들은 차치하고 우리 스스로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토론의 겉멋에 치우치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패널들이 자칫 ‘질문권 남용’의 함정에 빠져 후보를 골탕먹이거나 후보끼리 싸움을 붙이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제대로 된 자유토론을 소화할 경험과 역량이 축적되지 않은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일단 약속대련과 자유대련의 중간단계에 만족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2년후 토론회는 ‘자유대련’에 한발 더 다가서기를 기대한다.
별 대단한 건 아니지만 후보도 짝수(2명) 패널도 짝수(4명)인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특정 패널이 특정 후보에게만 가혹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다음에는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 만일 패널들 가운데 이 때문에 후보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면 이 자리를 빌어 대신 사과드린다.
또 하나는 1차 토론회와 관련된 것으로 질문이 장황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질문이 길어 후보들이 동문서답을 하거나 충분히 대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이 한인사회 현안과 쟁점에 대해 별 관심도 지식도 없는데 소위 ‘심층문답’을 주고받은들 ‘쇠 귀에 경 읽기’라는 판단에서 ‘질문을 통한 학습효과’를 고려해 매 질문마다 도입부를 설명식으로 꾸몄다. 1차의 학습효과 덕분에 2차때는 질문이 훨씬 압축되고 심층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끝으로 토론회녹취록 관련 특정후보측의 시비는 정말 유감이다. 긴말 할것 없이 녹취록 공개에 따른 손익을 후보 입장에서 따지자면 김홍익 당선자측이 피해자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에다, 잦은 도치법 구사, 마이크 사용법 미숙, 시시때때 터져나온 웃음 및 중간박수로 김 당선자의 발언 중 상당부분을 녹취하지 못했고, 따라서 그의 발언이 적어도 녹취록에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앞뒤 아귀가 맞지 않은데도 그대로 나갔다.
그런데 상대후보측 고위인사가, 그것도 김 당선자가 자랑삼아 농담삼아 한 말이 빠진 것 등 고작 두군데를 지적하며 마치 필자가 김 당선자를 봐주기 위해 일부러 뺐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면 없는 말을 보태서라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주고 녹취가 안되면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보태줘야지, 자랑을 빠뜨리고 엉성한 부분을 그대로 내보겠는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정작 피해당사자인 김 당선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꺼 마이(많이) 빠졌대요. 이 자리를 빌어 김 당선자에게 사과드린다.
<정태수/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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