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일 돈이 많은 집안은 월튼 가문이다. 월마트의 창업주인 샘 월튼의 네 자녀와 미망인이 가진 재산을 합치면 1,000억 달러가 넘는다. 세계 제일 부자 빌 게이츠의 2배가 넘는 돈이다. 월튼은 게이츠처럼 천재적인 발명이 아니라 소박한 소매업을 통해 거금을 모았다. 소매업 종사자가 어느 소수계보다 많은 한인들에게 월튼은 중요한 연구 대상의 하나다.
1918년 오클라호마 깡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경쟁심이 강한 소년이었다. 운동에 만능이었던 그가 낀 팀은 항상 우승을 차지했고 공부도 잘 했다. 신문 배달을 해도 가장 많은 부수를 돌려 졸업 후 ‘최고의 만능 소년’이란 칭호를 얻었고 미주리 대에 진학해서는 급우들로부터 ‘종신 회장’으로 뽑혔다. 그는 그 와중에도 틈틈이 역시 중서부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된 레이건처럼 인명 구조원을 하면서 많은 생명을 구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꼬깃꼬깃 모아둔 자기 돈 5,000달러와 은행가 장인으로부터 빌린 돈 2만 달러를 투자해 1945년 아칸소주 뉴포트에서 구멍가게를 시작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가게를 돌보는 타고난 부지런함, 주위 어떤 가게보다 싼 가격, 끊임없는 실험 정신에 힘입어 그의 가게는 날로 번창, 얼마 되지 않아 장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호사다마란 말처럼 장사가 너무 잘 된 것이 화근이 됐다. 가게에 탐을 낸 건물 주인이 리스 연장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좋은 가격에 팔기는 했지만 처음 피땀 흘려 일궈 세운 점포를 고스란히 남에게 넘겨준 일은 평생 그에게 값진 교훈이 된다. 월튼은 나중에 월마트를 전국적으로 키워 나갈 때 자기가 직접 경비행기를 몰고 공중에서 가장 발전성 있는 곳을 골라 땅부터 산 후 가게를 차렸다.
첫 가게를 뺏긴 아픔을 딛고 1962년 아칸소주 벤튼빌에 자기 이름을 딴 ‘Walton’s 5 & 10’을 연 것이 전 세계 최대의 소매체인인 월마트의 출발이다. 그 후 월마트는 번창일로를 걸어 미국 내 1,363개의 월마트 매장, 1,672개의 수퍼 센터, 550개의 샘스 클럽을 비롯, 한국, 중국, 독일, 캐나다, 영국, 브라질 등 세계 각 국에 수백 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1985년 포브스 지로부터 미국 최고 부자로 선정됐음에도 그는 1992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3등석 비행기를 타고 다녔으며 중고 픽업 트럭을 손수 몰고 다녔다. 자기뿐 아니라 자식에게도 근검절약을 가르쳤으며 손자들이 유산을 물려받아 무위도식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자서전까지 썼다. 그가 죽기 직전 부시 대통령은 아칸소로 날아가 그에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달아줬다.
그는 포드 이후 가장 위대한 경영인으로 불린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성공적인 장사꾼으로 만들었을까. 그의 경영철학은 박리다매다. 월마트가 생긴 1962년은 미국을 대표하는 체인점인 K 마트와 울워스, 타겟이 함께 문을 연 미 할인 체인점의 원년이다. 이들 네 곳 중 ‘할인 철학’에 가장 충실했던 곳이 월마트다. 월튼은 휴가 중에도 주말에도 경쟁 업소에 들러 항상 가격과 영업 상태를 비교했다. 결국 경쟁에서 진 울워스는 문을 닫았고 K 마트는 한 때 파산을 신청했다 요즘 간신히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끊임없는 실험정신도 월튼의 특징이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매상을 올릴 수 있을까’를 쉬지 않고 연구했다. 지금은 수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과 팝콘 스탠드를 처음 도입한 것도 그였고 컴퓨터 등 첨단기기를 가장 먼저 활용한 기업인도 그였다. 지금 월마트는 국방부 다음 가는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또 가게에서 번 이익을 종업원과 함께 나눈다는 정신을 실천, 일찍부터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수많은 백만장자 직원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본 동력은 자기 직업에 대한 사랑이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소매 상인이 될 것”이라고 그는 회고록에서 적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열심히 일 할 리 없고 열심히 하지 않는 일이 잘 될 리 없다. “위대한 정열이 없이 이뤄지는 위대한 일은 없다”는 말은 장사뿐만 아니라 인생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진리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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