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회 한인 대거 대의원 당선 의미
투표자 90% 한인… ‘응집력’보인건 긍정적
타인종 아우르는 ‘지역주민 목소리 대변’ 과제
LA한인타운 대부분이 포함된 주민의회 선거에 2,000명 가까운 유권자중 한인들이 90%이상(추정) 참여해 한인들을 대거 당선시킨 것은 ‘참여’라는 측면에선 일단 성공을 거뒀다.
지인들의 부탁반, 강요반으로 자발적 참여와는 거리가 먼 유권자가 대부분이지만, 지역 사회 이슈에 한인들이 응집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윌셔센터-코리아타운주민의회(WCKNC)가 100개 가까운 주민의회 중 하나란 사실을 고려할 때 ‘한인들만의 과도한 관심’이 표출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제 몫’을 넘어선 관심과 과열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
투표를 지켜보던 한 후보는 “대선도, 시장선거도 아닌데 한인들이 이렇게 많이 온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어차피 안면투표이기 때문에 ‘누구를 왜 뽑는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나오기는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타인종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한인들에게만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무대’인 만큼 한 표를 행사했던 유권자들은 대의원들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당구성 형태인 공동명부(Political Slate)를 구성해 대거 당선된 한인들도 ‘한인 커뮤니티 이기주의’나 ‘타이틀 집착’을 떠나 타인종도 아우를 수 있는 주민의회를 운영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 선거과정에 대한 불만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아, 이의제기 및 해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모나 홉슨 리처 선거관리위원장은 “많은 한인들의 참여는 아주 훌륭했다”면서도 “당선된 한인들이 ‘한인의회’가 아닌 ‘주민의회’란 사실을 명심하고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폐쇄적으로 흐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모저모
한표 행사 열기
1시간반 줄서기도
투표 동원 히스패닉
“누굴 찍었나”기억못해
○…투표 시작부터 끝까지 늘어선 줄은 최대 1시간3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다. 청운교회 주차장을 찾는 차량들로 인근 도로가 많이 정체됐고, 주차장도 대만원을 이뤘다. 많은 노인과 장애인들도 한 표를 행사하러 왔으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선거관리위원 측은 교회밖에 임시 노인 및 장애인 투표소를 마련해 투표를 실시했다.
○…유권자들 대부분이 아는 이들의 부탁과 요청으로 투표장을 찾다보니 누굴, 왜 뽑는지조차 모르고, 투표하고도 누굴 찍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인근 노인 아파트에서 나온 할머니들은 “이거 시의원 투표 아냐? 그냥 하라고 해서 나왔는데, 뭐 좋은 거라면서...”라고 말했고, 20대 여성 오모씨도 “식당 사장님이 나오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한인마켓에서 온 한 히스패닉 종업원은 투표 직후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한인 유권자들도 안면 때문에 투표장에 나온 것은 마찬가지지만, 다른 후보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이웃이 출마해 투표하러 나온 몰리 제니퍼 브레너씨는 “비즈니스가 많아 한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선거와 후보 홍보자료들이 한국어 일색이어서 누구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원봉사자로 대거 참여한 한인들의 모습이 2,000명이 참여한 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특히 한인청소년회관(KYCC)과 남가주한인총대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젊은이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원활한 투표진행을 도왔다.
임시대의원 경력으로 선거를 돕기 위해 나온 전호간씨는 “서있기 어려운 할머니를 먼저 투표하게 해드렸는데, 다른 젊은 노인이 새치기시킨다고 소리질러 난감했다”고...
○…자가확인(Self Affirmation)의 유권자 등록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투표장에 나온 최광도씨 부부는 “어차피 안면 때문에 나오고, 아무리 하찮은 투표라도 자격요건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나 투표할 수 있고 두 세번씩 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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