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는 고사를 지낼 때 부르는 ‘고사소리’라고도 하며, 한해의 액이나 집, 마을의 액을 물리치기 위한 액풀이, 축원덕담이나 살풀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한인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로 유명한 청년학교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매년 음력설이면 한인 업소들을 돌아다니며 한해의 성공을 기원하는 풍물패인 ‘비나리’다.청년학교의 풍물패 ‘비나리’는 뉴욕 한인사회에 풍물패를 처음 선보인 단체다.
지난 85년 한국의 문화에 목마른 한인사회에 창립 기념 공연인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성공리에 마쳤다.한인 1세에게는 민족의 삶의 애환을 일깨워주고 한인 2세들에게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플러싱 공연을 필두로 필라델피아와 보스턴 하버드대 공연, 로드 아일랜드 브라운대학 공연 등 총 2,5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우리의 악기와 우리의 문화, 역사에 대한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우리 문화를 통한 동포와의 만남이 이렇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은 문화 활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해준 교훈이었다.
비나리의 문화활동은 정치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87년 미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 중 하나인 퀸즈 축제 한국관 장식과 진행을 청년학교가 맡을 수 있도록 견인했다.
비나리의 공연은 다양한 소수민족 문화축제 등 타민족들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오히려 인기가 높았다.아시안아메리칸 문화유산의달 축제, 지구의 날 문화해앗, 워싱턴 D.C.의 뉴 송 페스티벌, 캐나다 토론토의 다민족 여성 콘서트 등에 초대돼 한국 문화를 타민족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비나리는 문화 풍물패이면서 독특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금은 미국 대학의 한인 학생들이 주축이 된 많은 풍물패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비나리는 청년학교의 인권 옹호 활동의 문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승진 비나리 단장은 비나리는 청년학교와 떨어질 수 없는 역학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 속에서 존재 의미가 더욱 빛난다고 설명한다.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여타 풍물패와 달리 비나리는 청년학교의 주요 활동인 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에 문화적인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권익옹호 시위에서 흥을 돋구고 청년학교의 여름학교에서 강습회를 갖는 등 철저하게 청년학교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풍물 강습회와 탈춤 강습회 등 한국 문화 강습회를 매년 개최, 문화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비나리가 한인사회에 끼친 영향은 단순히 ‘잘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한인 문화단체의 활동 이정표를 제시하는 수준이다.매년 음력설에 한인 가정과 업소들을 다니며 ‘지신밟기’ 행사는 이제는 범동포적인 문화행
사로 자리잡았다. 수년전부터 지신밟기에는 비나리와 여러 풍물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뉴욕속의 한국의 전통 문화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매년 100명 이상이 비나리를 통해 풍물을 배웠고 지금도 언제든지 공연이 가능한 인원이 10여명에 달한다.청년학교의 차주범 코디네이터는 풍물을 배운 한인들은 결국 한인 이민자 인권 옹호의 자산이라며 비나리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산파 역할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나리는 앞으로도 서구 문화의 영향속에 희미해져가던 한국 문화의 전통을 뉴욕에서 꽃피우는 문화의 사절의 역할을 담당해 나갈 계획이다.
<김주찬 기자>
■정승진 단장
한인 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우려내는 작품을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비나리의 정승진 단장은 한인보다 타민족 행사에서 한인 풍물패인 ‘비나리’의 공연에 더 많은 갈채를 보내는 모습에 약간의 서글픔을 느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한인 풍물패 1호인 비나리는 지난 85년 창립 공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공연은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한인들에게는 생경한 충격을 주었고 타민족에게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쾌거로 꼽힌다.이후 비나리는 수많은 한인들에게 한국문화를 계승하는 매개체로서 활동해왔지만 앞에 나서
기보다 다른 풍물단체들의 태동에 기여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단장은 비나리의 특성은 청년학교의 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을 문화적으로 지원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즉, 이민자 권익 옹호 시위나 지신밟기, 타민족 행사 참여 등 청년학교의 행사나 전통 문화 행사를 지원하면서 문화 공연에 초점을 맞춘 다른 풍물패의 활성화를 뒤에서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앞으로도 앞에 나서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인권 옹호 활동의 문화적인 측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동안 한국 사회가 서구 문화를 뒤따라가면서 한인 1세들조차 한국 전통문화에 어설픈 것이 사실이다.
또 풍물 자체가 80년대 부흥한 민중 문화에 바탕을 두다보니 한인 1세들의 오해도 적지 않았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한인 1.5세, 2세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바램이 있다면 앞으로 미국속의 이민자로 아픔을 겪는 한인들의 아픔을 표현하는 공연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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