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정황 증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피터슨 사건의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배심원이 두 번이나 교체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아마도 ‘Hung Jury’(배심원 평결불일치)로 결과가 나와 O.J. 심슨 사건과 같이 무죄로 걸어나올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을 뒤엎고 부인에 대해서는 1급살인, 또 복중 태아에 대해서는 2급살인으로 유죄평결을 내리고 형량에 대한 심리는 다음주로 잡혔다. 흥미 있는 사실은 아무도 피터슨이 살인한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없고 자백 내용과 직접적 증거(direct evidence) 없이 정황적 증거(circumstantial evidence)만 가지고 유죄평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살인 목격자·자백 등 직접 증거 없어도
정황 증거만으로 피터슨 사건 유죄 평결
직접적 증거와 정황적 증거의 차이점
직접적 증거란 사실에 대한 유추(inference)나 추정이 필요치 않은, 직접적으로 사실의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밤에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아침에 우체통에 우체부가 우편을 넣는 것을 직접 보았으면 우체부가 우편배달을 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다.
반면에 밤에 잠을 자느라고 눈이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아침에 우체통 앞 눈 위에 발자국이 선명하고 우체통 내에 우편물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직접 목격은 하지 못했지만 눈이 내린 후 아침에 우체부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고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 정황적 증거가 된다는 말이다.
이전에는 간접증거(indirect evidence)라는 용어도 사용됐는데 캘리포니아 증거법에서 이제는 이 용어가 삭제됐다. 직접 증거와 정황 증거의 차이점은 실제로 재판에서 배심원단에 설시(jury instruction)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황적 증거가 얼마나 존재해야 피고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배심원에게 지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증거와 정황 증거의 정의는 1956년 판례 골드스틴(Goldstein) 사건에 명료하게 정의돼 있다. 직접 증거란 입증돼야 하는 사실에 직접적, 또 즉시 적용하되 중간에 개재되는 사실(intervening facts)이나 절차(process)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증거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에 증인이 직접 치명적 행위를 피해자에게 가하는 것이나 독극물을 투여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것이다. 반면에 정황 증거는 원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또는 추가 사실을 매개체로 사용하여 적용하는 증거다.
쉽게 말해 제1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2 또는 제3의 사실을 통해 유추·적용할 수 있는 증거를 말한다. 정황 증거의 효력은 먼저 한가지 이상의 원래 사실을 뒷받침하는 부수 사실이 존재해야 하며 이 부수 사실들이 객관적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제1차 사실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어 연혁법(deduction)으로 유추할 수 있는 과정이 존재하여 설득력 있게 사실이 입증될 만한 객관성이 성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피터슨 사건은 부인과 태아의 사체가 공교롭게도 그들이 실종됐을 당시 피터슨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는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된 사실이 정황적 증거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또 혼외정사의 대상이었던 여인의 증언을 통해 피터슨의 신빙성(credibility)이 완전히 상실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 시 증인이나 피고가 거짓말을 하는 성품이 있다는 것이 배심원이나 판사에게 한번 각인되면 다른 진실한 내용을 이야기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Hung Jury or Jury Deadlock(배심원 평결불일치)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형사 피고인에게 유죄평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12명 전원의 의견일치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평결불일치로 무죄가 되는데, 사실 여기서 ‘무죄가 되는 것’보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는 개념이 올바른 표현이다.
만일 12명 전원 만장일치로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평결을 내렸다면 무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심원 평결불일치의 경우 판사의 권한으로 새로운 배심원단을 구성할 수도 있고 또 검찰 측에서 다시 기소하여 새로운 재판을 속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이상 소비하는 대형 형사소송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검찰의 입장에서 엄청난 비용, 시간, 또 인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기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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