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무시한 진로선택이 문제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던 한인 여학생. 그러나 그는 대학생활 첫 해도 채 끝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버려 부모의 속을 태웠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엔지니어링 학과에 진학했으나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는 따로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다른 한인 남학생은 역시 이름 있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전공을 살려 취직했다가 일을 중단하고는 다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이런저런 클래스를 들으며 방황하고 있다. 이는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나 잘못된 전공 선택으로 대학 진학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졸업후에도 방황을 겪는 학생들과 관련, 상담심리학 전문가 엘리자베스 김 박사(브레인 피트니스센터 대표·사진)가 제시한 사례들이다. 이처럼 대학 진학시 자신이 원하지 않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택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인이나 자녀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도록 전공 분야나 장래 희망 직종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의 설명과 조언을 토대로 전공 분야 및 진로 선택을 위한 적성검사의 필요성과 실시 방법 및 내용 등을 살펴본다.
<김종하 기자>
전문가에게 듣는 적성검사 필요성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적성검사는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지도나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방향을 잘 잡아야만 목적지를 향해 순조로운 항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적성검사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잡으면 성공적인 대학생활과 사회 진출의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 중반이 되어 앞으로의 진로나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분야를 잘하는지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는 정밀 적성검사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면 어려서부터 적성과 소질이 뚜렷하다고 생각해 온 경우도 정밀한 적성검사를 통해 이를 보다 확실하게 재확인할 필요도 있다. 또 적성검사를 통하면 그 학생의 적성 뿐 아니라 평소 공부하는 방식과 학습태도, 습관까지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평소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느꼈던 문제점들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보다 확실하게 처방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엘리자베스 김 박사는 “삶의 만족도는 일의 만족도와 관계가 깊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기쁨을 갖고 즐길 수 있으면 일 자체가 힘들어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정확한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나
■측정방법
흥미·가치관등 6가지
3~5시간 정밀 테스트
적성검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적성검사 테스트의 수만 해도 수백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중 학생들의 대학에서의 전공 분야 및 진로 선택과 관련해서는 직업 적성 선호도와 학습 적성을 종합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 종합 직업 적성검사에서는 학생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흥미(interest) ▲능력(abilities) ▲가치관(work value) ▲학습태도 및 방법(study aptitudes and methods) ▲성격(personality) ▲종합 직업테마 등 6가지로 나눠 측정, 분석한다.
이를 통해 검사 대상의 관심분야와 잠재력, 성격, 태도 등을 폭넓게 파악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 학생이 대학에 가서 어떤 전공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두 세 가지의 분야를 추천하게 된다. 또 어떤 전공을 선택했을 때 졸업후 어떤 직종을 가질 수 있고 각 직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종사하는 것인지 등까지 상세히 제시해줄 수 있다.
적성검사의 종류에 따라 간단한 테스트만으로 기본적인 성격이나 취향, 선호분야 등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전문가가 검사 대상 학생의 적성을 종합적으로 파악, 분석해 카운슬링을 해주는 정밀 적성검사의 경우 여러 가지 페이퍼 테스트와 컴퓨터 테스트를 최소한 3∼5시간에 걸쳐서 풀게 된다. 전문가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엄밀한 분석을 거쳐 해당 학생의 적성과 능력, 추천 분야 등을 담은 리포트를 제시하게 된다.
■측정시기는
6~7학년 12세때부터
성인은 새 커리어 찾을때
■언제 하는 게 좋은가
적성검사는 중·고교의 연령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나 적성을 찾아내기 시작하는 시기는 특히 6-7학년, 12세 정도가 가장 좋다고 엘리자베스 김 박사는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에도 적성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성인들도 제2의 커리어를 찾기 위해 적성검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김 박사는 “심지어는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적성검사를 받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정확한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겠지만 그러나 취학 전 어린이들처럼 너무 어린 나이에는 아직 자아가 형성이 안돼 적성검사 테스트를 적용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부모가 평소 자녀를 관심 있게 관찰하고 격려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들의 적성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대학 진학을 앞둔 경우 명문대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에게 맞는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9학년 남학생의 사례분석
9학년 진학을 앞두고 적성검사를 받은 한 한인 남학생(14)의 사례를 통해 적성검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자. 다음은 이 학생이 종합 적성검사 시스템의 하나인 ‘직업 적성 선호 시스템’ 조사와 ‘학습 적성 및 방법 조사’를 받은 뒤 정밀 분석을 거쳐 받은 결과 리포트의 주요 내용.
14개 항목중 흥미·능력 탁월… 건축·과학분야 바람직
▲흥미/능력 퍼센타일 스코어
이 검사법에서는 과학(전문직), 과학(숙련직), 기술(전문직), 기술(숙련직), 소비자 경제, 야외(Outdoor), 비즈니스(전문직), 비즈니스(숙련직), 사무직, 커뮤니케이션, 예술(전문직), 예술(숙련직), 서비스(전문직), 서비스(숙련직) 등 14개 분야로 나눠 각각 ‘흥미’와 ‘능력’ 점수를 퍼센타일로 표시하는데 결과가 분야별로 50∼70 퍼센타일 이상이면 적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A군은 ‘능력’ 점수는 전 분야에서 90퍼센타일 이상, ‘흥미’ 점수는 비즈니스(전문직) 카테고리만을 제외하고 전 분야에서 70퍼센타일 이상으로 측정돼 매우 다양한 분야에 흥미과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 스코어
능력 분야별로 1에서 9까지 스코어가 매겨진 뒤 높음, 평균, 낮음으로 구분되는데 A군은 역학적 추리력(Mechanical Reasoning), 공간 지각력(Spatial Relations), 수리력(Numeric Ability), 언어 구사력(Language Usage), 어휘 지식(Word Knowledge) 카테고리에서 ‘매우 높음’, 언어 추리력(Verbal Reasoning)에서는 ‘높음’, 그리고 지각 속도/정확도(Perceptual Speed/Accuracy)와 손동작 속도/민첩성(Manual Speed/Dexterity)에서는 ‘보통’의 능력을 지닌 것으로 측정됐다.
▲학습 태도 및 방법
학습 태도 및 방법 조사에서는 1) 배우고자 하는 흥미 정도를 나타내는 ‘학구적 흥미’(Academic Interest), 2) 성적을 잘 받아야겠다는 의지 정도를 나타내는 ‘학구적 동인’(Academic Drive), 3) 공부 방법의 효과를 나타내는 ‘학습 방법’(Study Methods), 4) 학습 불안도(Study Anxiety), 5) 노력없이 결과를 내려는 경향 (Manipulation), 6)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권위를 향한 거리감’(Alienation Toward Authority) 등 6가지 카테고리로 구별해 학생의 학습 태도를 측정하며 이를 퍼센타일 점수로 나타낸다.
여기에서 A군은 ‘학구적 흥미’와 ‘학습 방법’‘학습 불안도’ 측면에서는 점수가 각각 50퍼센타일 부근에 위치해 보통에 가까운 결과를 나타냈으나 ‘학구적 동인’에서는 25퍼센타일, 권위에의 거리감이 없는 정도에서는 9퍼센타일, 그리고 꾀부림이 없는 정도에서는 3.5퍼센타일로 매우 낮은 스코어를 보여 성적을 잘 받아야겠다는 의지와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낮으며 노력없이 결과를 내려는 경향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 분석
이같은 적성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 학생의 적성에 맞는 전공/직업분야는 사회과학, 건축, 과학기술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이밖에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과 다른 사람들의 발전을 돕는 성격의 일을 즐길 수 있는 성향이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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