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학(NYU)에서 최근 6번째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청소년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평소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떠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알아본다.
연방 질병통제국(CDC)에 따르면 1952년부터 1995년까지 43년 동안 미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전국적으로 무려 3배 가까운 증가를 기록했다. 이어 1998년에는 에이즈, 심장질환, 암, 독감 등으로 사망한 청소년을 모두 합친 것보다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이 더 많았을 정도로 자살은 대학생 사망원인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대학은 지난해 9월12일 학교 도서관 10층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존 스콜닉(20) 군을 시작으로 10월10일에는 스테픈 볼러(18) 군도 같은 장소에서 자살했다. 이어 10월18일에는 미셸 글럭맨(19) 양이 학교 인근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고 올 들어 첫 번째 자살한 다이애나 치엔(19) 양도 지난 3월9일 26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6월18일에는 샬린 랫(24) 양이 25층 아파트에서, 9월9일에는 조앤 리비(23) 양이 미술대학 건물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해 지난 1년새 무려 6명의 재학생이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학생들의 자살 원인 첫번째는 바로 우울증.
미 대학 보건협회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2명당 한 명 꼴로 대학 재학시절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많다.
2002년 기준, 한 연구기관이 전국 283개 대학에 근무하는 학생 상담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정신 장애를 호소하는 대학생들의 상담 요청이 매년 늘고 있는 대학이 95%로 집계됐다.
일부 학생들은 이미 대학 진학 이전인 청소년기부터 정신 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조사돼 청소년기 우울증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학생 약 10%는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항우울증 치료제 복용이 오히려 청소년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월 항우울제 복용 청소년 환자의 2~3%에서 자살 충동이 감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울증이 아니라 항우울제 때문에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현재 FDA가 승인한 유일한 청소년 항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잭(Prozax)도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외 팩실(Paxil), 루복스(Luvox), 이펙서(Effexor) 등도 위험한 항우울제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부모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자녀들이 어떠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지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9.11 테러처럼 외부에서 오는 심각한 충격도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원인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급격한 성적 하락, 이성친구와의 결별, 학교생활 적응에서 오는 부담감, 성장하면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에서 오는 버거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의 높은 기대 속에서 자라나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빡빡한 일정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바쁜 일정으로 수면시간을 뺏기는 것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 80%가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미국 학생들은 평균 7시간 내지 7시간30분씩 수면을 취했었다. 하지만 2002년에는 6시간에서 6.9시간으로 잠자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부모들은 자녀들이 충분히 수면을 취하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가 하는 말에 항상 귀기울여 듣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녀와 나누는 대화에는 항상 성실하게 임하고 부모의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되 옳고 그름은 구분해줘야 한다. 단, 판단 기준을 자녀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녀의 행동을 무조건 고치려고 드는 부모의 행동도 옳지 않으며 비판적이거나 잘잘못을 판단하는 듯 딱딱하고 권위적인 어투도 삼가 해야 대화가 끊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힘들 때 언제든 말벗 대상이라는 믿음을 자녀에게 심어줘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과 힘든 일이 있더라도, 설령 크나큰 잘못을 저질러 부모의 노여움을 사게 되더라도, 또 부모가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줄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한다.
자녀가 부모 곁을 떠나 대학으로 떠날 때에는 재학생 정신상담 서비스 여부를 학교측에 미리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을 위한 어떠한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지, 올바른 수면 및 영양섭취의 중요성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처음 접하는 독립생활에서 비롯될 불안감 등 대학생활에서 겪게될 일반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자녀와 미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특히 고교시절 공부도 잘하고 부모와 친구, 이웃으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던 학생이었다면 대학 진학 후 예전처럼 자신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버리고 상심에 젖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동료친구들과 비교해 자신의 부족한 점이 발견되더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욱 분발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로움을 갖도록 긍정적으로 조언해 줘야 한다.
만약 자녀의 우울증세가 심각하고 자살 위험이 감지된다면 경찰에 도움을 청하거나 직접적인 대화 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전달하고 지도교수나 기숙사 사감 등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학교 관계자와 상의하는 방법도 있다. 어떠한 문제든지 자신의 어려움을 서슴없이 부모에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자녀와의 관계를
올바로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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