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불평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하는 훈육 필요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새겨둔 여러 가지 삶의 조언이 있겠지만 그 중 특히 자녀 양육에 관련되어 더욱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좋은 가르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리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고민거리나 문제상황은 막상 대화를 나눌 때 그저 그런 불평불만으로 끝날 수 있다. 이는 듣는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중얼거림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같은 불평불만도 해결방안의 아이디어나 선택을 함께 제시한다면 이는 매우 다른 메시지로 들릴 것이다”
위의 조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에서 회의에 참석한 한 직원이 칠판 가득 문제 지적만 나열한다면 이는 십중팔구 불만에 찬 볼멘 소리로 들릴 것이다. 문제점 지적과 더불어 해결안이나 다른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면 이 직원은 회의 내용을 보다 건설적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직장인 전략 101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자녀 양육에 있어 무언가 불만에 가득 찬 자녀에게 부모님들은 자녀의 관심사가 불평불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자신의 불만 사항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이끄는 것도 중요하고 더불어 불만 사항에 관해 자녀가 해결안도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커 갈수록 부모의 역할은 해결사에서 조언자로 바뀌어져야 한다. 네댓살 또래의 자녀는 “심심해 놀아 줘”의 투정과 끝없는 “왜? 왜? 왜?”질문, 그리고 사탕이나 자질구레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나이이므로 부모는 같이 놀아주거나 적당히 자녀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필요한 장난감을 사줌으로써 비교적 간단하게 문제 상황을 제압하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성장해 십대가 되면 모든 문제를 (특히 친구를 포함한 사회성 발달 과정 문제들을) 부모가 예전처럼 간단히 해결해 줄 수 없게 되고, 무엇보다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 돌입하게 된다. 모든 자녀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불만 요소가 있을 것이다. 십대 자녀는 서너살 때처럼 징징거리지는 않는다 해도 때로는 과격하게 부모에게 대들며 소리지르거나, 아예 입을 꽉 다물어 버리거나, 혹은 부모가 마치 고장난 테입 레코드처럼 같은 잔소리를 반복하거나 말거나 휑 나가버리는 식의 행동으로 불만을 표현한다. 부모님의 해결사 역할이 더 이상 예전처럼 효과가 없게 되는 시기이다.
부모님의 역할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다양하다. 모든 것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돌보는 사람의 역할에서부터 놀이 친구로서의 역할, 해결사의 역할, 그리고 점점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바로 조언자로서의 역할이다. 십대 자녀가 불평불만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마련해주는 것도 조언자의 역할이고, 자녀의 볼멘 소리가 불평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또한 대들고 소리지르는 방법에서 부모님을 조리 있게 설득하는 방식(또박또박 예쁘게 말하는 소리)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조언자가 맡은 어려운 몫이다.
자녀가 처음에 문제 해결책을 스스로 생각해내기가 어렵다면 먼저 부모님이 해결책을 제안해보시는 것도 바람직하다. 자녀의 의견이 자녀 위주의, 자신의 편리만 고려한 이기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자녀가 의견을 제시했을 때, 무조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해.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고 하시는 것보다 자녀의 이기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협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조언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 부모님은 해 줄 수 있는 선과 해 줄 수 없는 경계선을 더욱 분명히 세우시고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자녀가 최선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해결 방법을 짧게 일정 기간 (2주일이나 한달 가량) 사용해보고, 다시 평가해보고 새로운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해 나가는 부모의 역할은 후에 요긴한 인생 기술을 가르치는 가치 있고 보람된 역할이 되리라고 여긴다.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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