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법
연방대법원은 이번 회기에 두 건의 이민 케이스를 리뷰한다. 첫째 케이스는 영주권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면, 이것이 추방 사유인 가중 중범죄(Aggravated Felony)에 들어가는 폭력범죄(Crime of Violence)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두번째 케이스는 추방판결을 받은 사람의 모국에서 추방 대상자를 받아주지 않을 때 정부가 이 사람을 계속 구금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중 첫번째 케이스는 추방된 영주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음주운전 사고는 단순한 주의소홀
폭력의사 없었다면 추방 할수없어
대법원은 전원 일치로 음주운전 사고를 낸 영주권자는 이 때문에 추방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람이 추방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해답은 음주운전자가 어느 곳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랐다. 만약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람이 캘리포니아에 산다면, 운 좋게 추방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텍사스나 플로리다에 산다면 추방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음주운전 사고를 규정한 주법을 위반 것이 곧 바로 이민법이 말하는 폭력범죄의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해석이 각 연방 항소법원마다 달랐기 때문에 생겼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 등이 속하는 연방 9항소법원 관할 지역에서는 음주운전은 추방 대상이 되지 않지만, 플로리다가 속한 연방 11항소법원 관할지에서는 음주운전이 곧바로 추방 대상이 되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연방 대법원이 나서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입장을 교통 정리해 준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가 추방 사유가 되려면, 음주운전이 이민법이 규정한 폭력범죄에 들어야 한다. 96년에 개정된 이민법은 폭력범죄는 가중 중범죄의 하나이기 때문에 추방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해당 범죄는 연방법에 정한 폭력범죄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한다. 연방법에서 말하는 폭력범죄란 첫째,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 사용을 위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범행을 하는 도중 폭력 사용을 할 가능성이 현저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폭력 행사의 의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개 음주운전 사고를 규정한 주법들은 범죄 의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음주운전 사고 관련 주법은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의사가 없어도, 술을 먹고 사고를 치면 저촉이 된다. 결국 음주운전 사고란 운전자가 부주의하면 나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에 따르면, 연방법이 말하는 폭력범죄에 위반하려면, 적어도 적극적인 의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의사가 없었다면, 이것을 폭력범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음주운전 사고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케이스(Leocal v. Ashcroft)는 플로리다 주에서 20년 동안 영주권을 갖고 살던, 하이티 출신의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어 다치게 하는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이 사고로 2년의 실형을 산 이 남자는 이민법원에 넘겨져 추방 판결을 받았다. 이 남자는 이민 항소법원(BIA)을 통해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패소해, 관할인 연방 11항소법원으로 케이스를 가지고 갔다.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이 남자는 결국 자기 나라로 추방되었지만, 케이스는 계속 진행되어서, 연방 대법원에 상고를 한 것이다.
와병중인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작성한 이번 결정은 법원이 이민법 해석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행정부가 내린 이민법의 해석을 법원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추방이 될 수 있는 가중 중범죄에는 폭력범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살인, 강간, 미성년자 성추행도 여기에 들어간다. 이밖에 마약 사범, 10만달러가 넘는 돈 세탁행위, 매매춘 업소 운영, 1만달러가 넘는 형사상 탈세 행위 등도 추방대상이 되는 가중 중범죄이다.
이번 판결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설사 위반한 주법이 주법의 입장에서 볼 때 중범죄라고 하더라도, 해당 범죄의 구성 요건 중 폭력의사가 전제하지 않는 케이스라면, 이민법 상 추방 사유가 되는 폭력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음주운전 사고뿐 아니라 다른 유사 범죄 케이스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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