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워드] ‘메트로섹슈얼’ 당당하게 외모치장…쇼핑 즐기고 미용·패션에도 상당한 관심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 혹은 그 트렌드를 일컫는다.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말은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이 1994년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됐다.
메트로섹슈얼 성향의 남성들은 여성의 특권이라 여겨졌던 외모 치장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피부와 헤어스타일 관리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또 쇼핑을 즐기고, 음식, 문화 등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20대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도시 남성들에게 주로 보이는 경향으로, 이들은 유행을 이끌어가고 패션 산업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여성 전용 피부관리실에서 석고팩을 하고 있는 낯선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얼굴에 팩을 하는 남자를 TV를 통해 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보수적인 어른들이 본다면 ‘사내자식이~’라며 경을 칠 테고, 말세 운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당당하게 피부 관리를 받고 매끄러워진 피부에 만족하는 듯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피부 미용에 신경을 쓰는 남자가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싱글즈 인 서울 2 –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리얼리티쇼였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적 성향이라고 알려진 미용, 패션, 문화 등에 관심을 갖는 도시 남성을 통해 한국의 메트로섹슈얼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메트로섹슈얼은 이미 해외에서는 일상화한 단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경향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보수적인 한국 남성들마저 메트로섹슈얼 대열에 가세하게 된 것이다.
메트로섹슈얼은 여성적 취향을 가진 남성들을 대변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단어는 TV프로그램 ‘퀴어 아이’가 마초같은 남성들에게 여성적 취향을 가르치면서 부드러운 남자로 교화(?)시키며 일반화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5명의 게이들이 여성적인 문화와 담을 쌓고 사는 순수한 남성들에게 패션, 인테리어, 미용, 요리 등을 카운셀링하는 이 프로그램은 최고의 히트작으로 선정되는 인기를 누렸고,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남성용 패션용품의 매출이 20%나 증가했다.
이 역시 도시 남성들의 새로운 경향인 메트로섹슈얼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을 마케팅에 잘 이용한 경우다.
실제로 메트로섹슈얼은 남성들의 새로운 경향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탈출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초 유럽과 미국의 광고대행사들은 올해 메트로섹슈얼 산업이 크게 부상할 것을 예견했다.
이미 패션, 화장품 등 여성을 위주로 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지만, 남성 시장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의 예견처럼 세계 각국의 메트로섹슈얼 시장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화장품업체 시세이도가 2003년 흑자로 돌아서게 된 것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이 히트했기 때문이고, 여성 화장품 회사 유니레버 역시 남성용 화장품의 출시로 매출이 증가했다. 해외 화장품 브랜드는 모두 남성용 라인을 생산한 데 이어, 한국의 ‘꽃을 든 남자’는 국내 최초로 남성용 컬러로션과 세안제를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권상우를 모델로 한 ‘더 페이스샵’ 역시 신세대 메트로섹슈얼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남성과 여성 모두를 공략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 소비 문화를 부추기는 메트로섹슈얼은 외모지상주의의 한 형태로 분류되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와 투자라는 개념의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남성들의 또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속 ‘메트로섹슈얼’
영화 ‘주홍글씨’의 한석규는 ‘거친’ 직업에 속하는 형사임에도 늘 말끔한 양복을 차려 입는다. 뿐만 아니라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를 고집하고 스파를 즐기며 혼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메트로섹슈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이병헌도 마찬가지. 욕조에 꽃을 띠우고 양초로 분위기를 낼 줄 아는 근사한 감각에 멋진 스포츠차를 몰고 다닌다. 그는 또 문학과 연극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메트로섹슈얼로 분류할 수 있다.
영화 속 메트로섹슈얼은 주로 전문직 남성들의 고급스러운 삶의 형태로 대치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올드보이’의 유지태는 팬트하우스에 사는 웰빙족으로 그려진다. 카키색과 보라색이 잘 어우러진 침대와 최첨단 기능으로 만들어진 샤워실, 드레싱룸 등은 메트로섹슈얼 남성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서은정기자 gale23@sportshankoo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