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활용의 날
우리의 ‘넘침’은 누군가의 ‘모자람’
아름다운 나눔으로 환경사랑 함께
오는 15일은 ‘재활용의 날(America Recycle Day)’. 한국서 다니러 온 친구가 한 마디 픽 던진다. “미국 사람들 부럽다, 쓰레기도 맘대로 버리고.” 선진국 가운데 미국만큼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가 또 있을까.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지 않으면 엄청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한국, 좁은 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환경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재활용을 법적 장치 없이 개인의 자유의지에 맡겨두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은 지금 넘쳐나는 쓰레기로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지구의 오염은 그냥 간과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럽인들의 철저한 환경 의식과 재활용에 근거한 생활 방식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프랑스의 한 가정, 그라프(Graffe) 가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우편 봉투며 초콜릿 봉지 등 자잘한 종이 쓰레기는 모았다가 벽난로 불쏘시개로 이용한다. 매일 2-3병씩 나오는 와인 병과 플라스틱 물 병, 콜라 등 알루미늄 캔은 뒷마당 한쪽 구석의 재활용 컨테이너에 보관했다가 일주일에 한 번 오는 환경요원에게 건네준다.
식료품을 사올 때 가장 많이 생기는 비닐봉지 쓰레기는 애초에 마켓 갈 때 시장바구니를 들고 가기 때문에 거의 생기지 않는다. 야채 다듬은 것과 음식물 찌꺼기는 마당 한쪽 구석에 구덩이를 파고 난 후 묻어서 썩혀 자연 비료를 만든다. 먹고 남은 빵은 옆집 토끼에게 가져다준다. 식사를 할 때는 먹을 만큼만 더는 것은 기본이요, 접시에 으레 묻게 되는 소스도 바게트 빵으로 한 번 싹 닦아 먹어 마치 스님들 발우공양하고 난 것처럼 깨끗하다. 식기 세제의 사용은 이로써 자연스럽게 절제된다.
처음 이 집을 방문했을 때 남의 집 법도를 알 길이 없어 웬만한 쓰레기들을 모두 한 통에 넣고는 태연자약했었다. 그러면 이 집 가장 베르나르는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일일이 쓰레기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강물이 더럽혀지고 자신들이 마시는 식수가 오염되고 일상생활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 그걸 가슴에 저미도록 깨닫지 못할까.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매주 쓰레기 차 오는 날이면 쓰레기통을 옮기며 아니, 내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냈나 다시금 놀라워진다. 환경 문제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쓰레기 제로의 상태를 지향하며 이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은 뿌듯하다. 플래스틱 컵은 이미 없앤 지 오래, 사무실에서 조금 귀찮긴 하지만 머그를 가져다 놓으면 환경에도 공헌을 하면서 훨씬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종이로 만든 타월도 더 이상 구입조차 하지 않으며 빨아 쓰는 수건과 걸레를 이용한다. 그러면서 기억하는 것은 아기 기저귀까지 헝겊으로 된 것을 세탁해가며 손자에게 채우셨던 할머니들의 자연 친화, 환경 사랑이다. 요즘은 호텔에서도 쓰지 않은 수건은 빨지 않아도 된다고 표시해 물과 세탁비누의 사용을 자제하는 그린 어스(Green Earth) 프로그램들을 시행한다. 아름다운 일이다.
쓸 데 없는 소비를 줄이는 것 역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재활용이다. 내가 쓰지 않는 것을 필요한 사람들 손에 넘겨주는 것은 나와 손이 닿았던 물건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행위. 재활용 센터에는 남들과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나와 또 다른 연을 맺을만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이 시대에 있어 더 이상 미덕일 수 없다.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활용의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으로 집어넣던 거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다.
▲종이 종류: 카드보드, 신문, 잡지는 다른 종이들과 따로 분류해 재활용품 통에 넣거나 재활용 센터에 가져다주면 된다. 사무실에서 나온 종이는 팩스 용지, 복사 용지 등으로 분류해가면 재활용 센터에서 받아준다. 옅은 색깔의 종이가 화학 약품이 덜 섞여 있어 재활용하기 쉽다. 책들은 스리프티 샵과 자선기구에 가져다주거나 지역 도서관에 기증한다. 재활용된 신문과 잡지, 카드보드는 제품 포장지가 되기도 하고 도시락 싸 갈 때 쓰는 브라운 백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잉크와 토너 카트리지는 스테이플스에서 수거해 준다.
▲건전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생활 속의 건전지 사용은 점점 늘고 있다. CD 플레이어, 카메라 등 모든 이동용 전자제품들은 건전지를 동력으로 한다. 건전지 쓰레기가 점점 더 심각한 환경 이슈가 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건전지를 끝까지 다 쓰고 적절하게 버리는 것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아야 한다. 스테이플스와 라디오 샥에서는 건전지 수거를 대신 해주니 모았다가 가져다주자.
▲낡은 전자 제품과 컴퓨터, 셀룰러 폰: 가정과 직장, 일상생활에 있어서 가전제품에의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전화기, 라디오, TV 등 가전제품과 컴퓨터, 셀룰러 폰 등은 매순간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품목. 그만큼 점점 더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며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학교, 구제기구, 스리프티 샵, 비영리 기관,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기부하면 이를 다시 고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게 한다. 가전제품 재활용 센터와 더불어 재활용 서비스를 베푸는 가전제품 회사도 늘고 있다.
새로 전자제품을 살 때는 그린 제품(Green Products)을 구입하도록 한다. 그린 제품들은 환경 친화적이며 제조 시 화학물질과 유해성분의 사용을 자제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으며 필요 없는 포장 역시 적다. 훗날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 임대 사용 후 다시 가져가는 옵션을 제공하는 가전제품 회사들도 등장했다. 컴퓨터의 여러 부분은 재사용이 비교적 쉽다. 학교나 도서관, 스리프티 샵에 컴퓨터를 기부하자. 스테이플스(Staples)와 라디오 샥(Radio Shack)에서는 셀룰러 폰, 가전제품 등의 수거를 도와준다.
▲건축 자재: 암스트롱에서는 재활용할 수 있는 지붕을 건설업자나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새 것보다 가격이 싼 것은 물론 환경 보전에도 일조할 수 있다. 문의 (888) 234-5464. 아이다호 남부의 몇몇 조경 회사들은 12월 말-1월 사이 쓰고 남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수거해 조경에 재활용하기도 한다.
▲플래스틱 병: 뚜껑을 벗기고 물에 헹군 후 납작하게 만든다. 그래야 더 많은 양을 재활용 통에 넣을 수 있고 재활용 트럭이 운반하기에 편리하다.
▲알루미늄: 몇 차례 재활용해도 본래 그대로라, 가장 활발하게 재활용된다. 2002년에는 미 전국에서 540억 개의 캔이 재활용됐다. 알루미늄 캔 재활용으로 보이 스카우트, 걸스카웃, 학교 등 비영리 봉사 기관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알루미늄, 깡통, 알루미늄 포일은 리사이클링 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그 외: 입을만한 의류는 스리프티 샵이나 구제 기관에 기부하면 된다. 유리는 녹여 새로운 형태의 병으로 만든다. 사용했던 엔진 오일도 재활용된다. 정비소에서 엔진 오일을 갈면 그들이 알아서 처리해준다. 차의 배터리는 샀던 곳에 가져다주면 소액의 돈을 주기도 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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