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미·김밥과 와인‘찰떡’
지난 10월 25일, 다운타운에 위치한 뉴오타니 호텔에서 한인과 중국인을 상대로 한 와인 테이스팅과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이 개최되었다. 모에 샹동-헤네시-루이 뷔통사 (줄여서 LVMH 라고 표기)에서 주최한 행사로 자사 소유 브랜드의 와인들과 한식, 중식, 일식 등의 음식을 함께 페어링 함으로써 동양인들이 좀 더 친숙하게 와인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초대된 사람들은 한·일·중국계 미디어를 비롯해서 각 커뮤니티의 주류와 요식업체 관련자들이었다.
모에 샹동 샴페인들
이탈리아산 루피노 키안티를 소개하는 더그 드비치씨
튜나·사시미 - 샴페인
김초밥 - 피노 그리지오
갈비구이 - 쉬라즈
새우튀김 - 샤도네
주물럭·등심구이 - 말벡
치킨·파스타 - 피노 누아
LVMH 소유 와인과 꼬냑 브랜드로는 모에 샹동, 부브 클리코, 크루그, 동 페리뇽 등의 샴페인과 샤토 디켕, 샹동 에스테잇, 클라우디베이, 뉴튼 등의 와인, 그리고 헤네시 꼬냑 등이 있다.
LVMH의 와인 브랜드들은 샴페인과 꼬냑 브랜드에 비해 규모와 명성에서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나파밸리 소재 샹동 에스테잇에서 세계적인 샴페인으로 알려진 샹동 브랜드를 앞세워 질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보데가 테라자스(Terrazas), 칠레의 카사 라포스톨레(Casa Lapostolle), 호주의 그린 포인트(Green Point), 이탈리아의 루피노(Ruffino) 등 그 품질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알찬 브랜드들이 전세계 와인 생산지를 대표하고 있다.
이 날 준비된 음식은 각종 과일과 치즈 외에, 튜나롤, 오이롤, 캘리포니아롤, 새우튀김, 슈마이, 잡채, 갈비구이, 중국식 볶음밥, 치킨 테리야키 등 동양권을 대표할만한 음식들과 크림소스 파스타 등 매우 다양했다.
주최측은 튜나롤 등의 일본식 김초밥을 샴페인과 함께 먹을 것을 권했다. 샴페인의 상쾌할 정도의 찡한 맛과 부드러움이 초밥을 먹고 난 후 입안을 개운하게 해서 입맛을 돋우었지만, 초밥에 가미된 단맛과 신맛이 꽤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는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초밥보다는 날생선을 사시미로 먹을 경우 비린내를 없애주면서 생선의 단맛을 부각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루피노사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는 찡하고 특유의 상쾌한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 과일향이 풍부하고 가벼운 느낌이어서 김초밥과 매우 잘 어울리는 매치였다.
샴페인과 함께 먹었을 때는 밥에서 쓴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피노 그리지오와 함께 먹었을 때는 오히려 단맛이 부각되었고 그 속에 들어있는 튜나의 맛 또한 기분좋게 느껴지는, 매우 조화로운 매치였다. 먹었던 음식 중 어떤 와인과도 가장 안 어울렸던 음식은 잡채였다.
잡채의 단맛과 기름진 느낌,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쫀득쫀득하면서 미끌거리는 감촉이 어떤 와인과도 어울리기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갈비구이는 호주산 그린 포인트의 쉬라즈(Shiraz)와 꽤 잘 어울렸다.
쉬라즈는 호주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 품종인데, 그린 포인트 쉬라즈는 병당 17달러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두 배는 더 비싼 와인과 같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훌륭한 와인이었다.
갈비의 진한 양념과 와인의 진한 과일향이 서로의 장점을 적절히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냈고, 특히 갈비살을 씹고 나서 느껴지는 뒷맛인 우육의 맛을 더욱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해주어서 좋았다.
한편, 아르헨티나산 테라자스의 말벡(Malbec) 또한 갈비와 잘 어울렸는데 묵직하고도 부드럽게 느껴지면서 양념이 덜 된 주물럭이나 등심 구이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식 새우튀김은 기름기 때문에 무겁게 느껴져서인지 샤도네와 더 잘 어울렸다. 함께 마셨던 샤도네 중에서는 그린 포인트의 샤도네와 샹동 에스테잇의 샤도네가 첫 모금부터 굉장히 맛있었고 우아하면서 미묘한 맛으로, 다른 샤도네처럼 음식의 맛을 제압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로 유명한 루피노 사의 키안티(Chianti)나 샹동 에스테잇의 피노 누아(Pinot Noir)는 치킨 테리야키, 슈마이, 볶음밥, 크림소스 파스타 등 여러 음식과 모두 무난하게 잘 어울렸다.
이중 샹동 에스테잇의 샤도네(Chardonnay), 피노 무니에(Pinot Meunier), 피노 누아는 샴페인으로 유명한 업체가 샴페인을 만드는 세가지 품종의 와인을 빚은 만큼 매우 고급스럽고 조화로운 맛의 와인이었다.
한식, 중식, 일식과 함께 각종 와인을 매치한 푸드 페어링은 와인을 한인들의 일상과 좀더 가까워지도록 돕는 매우 고무적인 행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의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열려서 한식과 와인의 숨겨진 조화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행사에 제공된 샹동, 그린 포인트, 루피노, 카사 라포스톨레, 테라자스의 와인들은 갤러리아와 아씨마켓을 비롯한 한인타운 내 마켓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