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문학박사>
한 등불이 능히 천년의 어둠을 없애고, 한 지혜가 능히 만년의 어리석음을 소멸시킵니다.
한 생각 악(惡)한 것이 천년의 선(善)을 그치게 하고, 한 생각 선(善)한 것이 천년의 악을 소멸하게 합니다.
중국 선종(禪宗)의 6대조인 혜능대사(慧能大師)의 『육조단경(六祖壇經)』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매 순간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있다. 흔히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무념무상인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 무념무상이란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잡념과 번뇌 망상이 없다는 뜻이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으면 무념무상이라는 말도 할 수 없는 법이다. 사람이 살아있는 한, 한 순간이라도 생각이 없을 수가 없다. 깨닫지 못한 사람의 생각은 번뇌 망상이지만, 깨달은 사람의 생각은 ‘생생한 깨달음(生覺)’이다. 그러한 생생한 깨달음으로서 각성된 상태를 무념무상이라고 한다.
많은 수행자들이 무념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생생한 깨달음으로서 각성된 상태에서 하는 생각이라야 진정한 의미에서 ‘한 생각’을 바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한 생각 바르게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수행자들은 부모형제를 버리고 출가까지 하며, 최근 많은 사회인들도 무념무상의 경지를 추구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기 위한 명상과 참선에 관심을 가지는가? 그것은 위에 인용한 혜능대사의 말대로 한 생각 악(惡)한 것이 천년의 선을 그치게 하고, 한 생각 선(善)한 것이 천년의 악을 소멸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가?
가만히 우리 일상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어떤 경우도 자기 생각을 떠나서 자기 인생이 펼쳐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의도적이든 즉흥적이든, 자발적이든 강요된 것이든 우리의 언행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생각에 따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생각이 다른데 피치 못할 사정이나 조건으로 인하여 자기 생각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수도 있다고. 그러나 엄밀히 말해 생각과 다른 언행은 없다. ‘피치 못하여 자기 생각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스스로 자기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은 어떤 경우도 자기 생각을 벗어나서 따로 펼쳐질 수 없는 것이다.
십 수년 전에 어느 전자 제품회사의 냉장고 광고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말이 있었다. 그러나 순간의 한 생각은 10년이 아니라 자기의 전 인생을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남의 인생과 세계를 바꿀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나의 생각이 내 인생을 엮어 가고 있는 것이고,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이 글을 읽겠다는 자기 생각으로 인하여 지금 자기 인생이 이 부분을 읽는 것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매순간의 일상 생활은 사실 이와 같이 자기가 일으킨 생각에 따라 선택되고 결정되어 가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한 생각이 낳은 한 마디는 정국경색을 불러 일으켜 위기를 낳기도 하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자리의 당락을 결정짓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한 생각은 특정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의 한 생각은 정책으로 반영되어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다. 또 다른 나라와 전쟁을 일으켜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고 세계를 파멸의 늪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판결처럼 재판관들의 한 생각이 많은 국민의 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나라의 장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돌이켜보면 참으로 한 생각을 바르게 해야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섬뜩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한 생각이든, 정치적 신념이든, 종교적 신앙이든 아니면 그 어떠한 가치관이나 세계관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자기 자신의 한 생각을 벗어나서 형성되는 것은 없다. 한 생각 돌이키면 부처요 한 생각 어두우면 중생이라고 한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명상을 하고 참선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항상 ‘지금 여기’에서 매 순간 깨어있기 위함이며, 인생과 세계를 바르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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