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Merk)는 세계 5대 제약회사의 하나로, 다우존스 30대 회사에 들어가는 초 우량기업이다. 지금 이 세계적인 기업의 사운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자사 제품인 관절염 및 급성통증 치료제 바이옥스의 시판을 전면 중단하고, 시장이 이미 나가 있는 이 약을 전량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자사의 실험 결과 이 바이옥스의 부작용인 심장병 유발 가능성이 경쟁사의 유사 제품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장병 일으키는 관절염 치료제 시판
제조사 머크, 약 100억달러 배상할판
최근 몇 년 동안 신약 개발에서 경쟁사보다 뒤진 머크는 이런 악재까지 안게 되었으니, 이 회사의 주식 폭락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지금까지 바이옥스와 관련해 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무려 700개나 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소송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바이옥스는 99년 시판에 들어간 이래로, 미국에서만 약 2,000만명이 복용을 했고, 해외 복용자도 수백만명이 된다.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던 전국의 일급 상해전문 변호사들이 벌떼 같이 일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모처럼 대어를 문 변호사들은 9일 패사디나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집회는 갖고, 이 대어를 요리하는 전략회의를 할 예정이다.
한편 머크는 우선 상대적으로 강력한 케이스는 우선적으로 합의를 한 뒤, 약한 케이스는 끝까지 송사를 해, 나머지 케이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머크는 전국 각지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송을 한 연방법원으로 통합해, 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원고측 변호사들은 이들 중 일부 케이스는 주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이것을 둘러싼 삿바 싸움 역시 치열할 전망이다.
바이옥스 소송의 쟁점은 이 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회사가 어느 시점에서 알았느냐 하는 것이다. 당연히 머크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한 순간은 9월이었고, 바로 이 시점 에 제품의 시판을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주장과 거리가 있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회사측이 원고측 변호인에 넘겨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구 책임자가 이미 지난 2000년에 이 약 복용자가 심장병 발병률이 높다고 사내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자사 영업사원들에게 이 약에 대한 심장질환 관련 질문이 나오면 무조건 대답을 회피하라고 지침을 주었다.
전문가들도 바이옥스는 당초부터 문제가 많은 약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랜세트라는 권위 있는 영국의 의약잡지는 2000년 말에 이 제품을 둘러싼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그 당시 이 제품의 시판을 중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연방 의약식품국(FDA)마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이 약 때문에 2만7,000명이 죽었다는 내부 연구자의 문건을 실었다. 분명한 것은 머크가 책임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머크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것만 남았는데, 지금으로서는 약 1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머크에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의학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은 사람은 이 약을 18개월 이상 복용한 사람이다. 그리고 설사 이 약의 복용자 중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반드시 바이옥스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원고측 책임이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머크 같은 제약회사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시 대통령은 메디케어 개혁안을 제약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연방 의약식품국이 승인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그 약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입법화될 지도 지금으로서는 미지수이지만, 설사 입법화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입법화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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