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기백 / 전 의회도서관 한국과장
우리는 흔히 읽는 것을 ‘독서’라 한다. 그리고 독서에는 ‘Serious reading”(학술적 글)과 ‘Pleasure reading’(통속적 글)이 있다. 이 두 말을 나는 여기서 각각 ‘책읽기’와 ‘글읽기’라 해본다. 읽는다는 걸로만 생각하면 이 두 말이 같은 말이겠다. 다만 내가 도서관원 이었기에 책읽기를 글읽기에 앞세운다. 구태여 견준다면 글읽기는 ‘눈요구’라 한다면 책읽기 ‘머리요구’인 것 같기 때문이다.
<려언고>에 고려 땐 독서를 ‘글보’라 했다. 그 때 이미 순우리말을 쓰고자 했던 것 같다. 북학의에 “독서하는 자가 글자를 보면 ‘운’ 다는 것을 생각하고 글귀를 보면 과거시험 제목만 생각하여 그 말은 사용해도 그 사실 알지 못한다”고 했다. 많은 경우 글을 읽어 쌓인 지식으로 한 몫을 본다. 마치 ‘역도’(Anaerobic)로 근육을 발달시켜 ‘힘’을 겨루듯.
누구나 다 겪은 바겠으나 특히 내 직업에서 얻은 느낌으론 책과 글을 읽어 얻은 어떤 인식이 내 머리 어딘가에 숨어 있어(Hardwired) 마치 Computer chip에 담겨 있듯 여느 땐 캄캄하다가도 어떤 계기가 되면 번개처럼 스쳐가는 것 같다. 이는 학식과 지식이 더욱 IQ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관대, 겸허, 이해, 인내, 그리고 조심성 같은 심리에 작용한 듯 하며; 나아가 내 자신의 성숙(Maturity)과 슬기(Wisdom)와 상식(Common sense)과 분별(Discretion)심 등 심어줘 나를 어른답게(Majority)하며; 그리고 내 논리(Logic)와 감성(Sense) 같은 것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이를 다른 말로 말하면 전 미 의회도서관장 Daniel Boorstin이 말한 대로 “글을 읽음으로써 우리 주위와 역사, 그리고 우리자신을 발견”(By reading, we discover our world, our history and ourselves)하는 것이다. 이래서 이런 글을 읽으면 따서 내 Scrapbook에 붙여 놓는다.
Martin Heidegger는 ‘between Good and Evil’(p.92)에서 철학자와 철학과 역사책이 독일이 가장 많고, 또 많이 읽는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그의 ‘Mein Kampf(p.xi)’에서 “독일은 고도의 문화국”(a land of high general culture)이라면서 다른 나라에선 통속문학(Kitsch), 시사와 이야기거리를 즐겨 읽으나 독일사람은 예술, 과학, 역사 거기다 뭣 보다 철학책을 탐독(Devour)한다 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에 침착(Equanimity)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말로 Jazz보다 Mozart를 들으면 지성이 높아진다(Mozart effect)는 말이 있듯이 책읽기를 Mozart에, 그리고 글읽기를 Jass에 견줘 본다. (참고로 노래 ‘Twinkle twinkle little stars’는 Mozart가 다섯 살 때 지은 것이라 한다) ‘책읽기’를 권장(Exhort)하는 것은 아는 것을 얻는 것과 함께 위에 말한 의식은 말할 것 없고 고상(Classy)하고 의젓한 기품(Demure)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아는 것이 힘’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만 아니고 ‘슬기가 힘’임을 뒤늦게 알았다. 뭇 나라가 책읽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아는 힘’ 보다는 민족의 ‘슬기의 힘’을 기르고자 함인 것 같다. 슬기의 힘은 모름지기 백과학(Polymath)으로 얻은 박학(Erudition)이 그 바탕인가 한다. 이게 다름 아닌 민족의 힘인 문화성으로 지식보다 더 값진 것 같다. 이래서 어릴 때부터 책읽기 버릇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이며 어른이 됨에 따라 그 인성에 성숙과 슬기, 그리고 그 마음에 의젓함이 깃들게 해주나 한다.
이게 또 각 사람은 말할 것 없고 한 단체나 사회나 그리고 국가의 이른바 ‘성숙’임을 내가 살면서 보고, 듣고, 읽고, 그리고 겪었다. 성숙이란 ‘도덕과 윤리’, ‘선과 진리와 정의’, ‘의리와 지조’, ‘참과 거짓’ 따위, 그리고 구태여 정직하게 좋고 착한 사람이 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보다 되도록 자유롭게, 깨끗하게, 아름답게, 꾸준히, 정확하게, 부지런히 일하고, 그리고 남을 의식한 그런 것 같다.
책 읽는 이의 눈동자엔 안정감이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이른바 잡담이(Hearsay) 적은 것 같다. 이래서 그들의 모습은 따라서 태연하다. 이곳 대학촌 길가 그리고 식당에서 흔히 보는데 특히 젊은 여성이 아무 데나 서슴없이 앉아 책 읽는 모습은 흐믓하다. 그리고 이곳 공공도서관에 가면 젊은 어머니가 어린애와 같이 책꽂이 사이 길에 자기 안방처럼 다리 펴고 앉아 책 읽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리고 내 손자들 자랄 때 변소갈 때 읽을 것 찾느라 법석을 떨었다. 없으면 달라고 저의 엄마를 불러댄다. 어찌 미덥지 않을까.
책읽기는 물건을 갈아 윤나게 하는 것처럼 머리의 지성세포를 연마해 살아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포 또한 물질처럼 쓰지 않으면 녹슬고, 얼마 안 가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이래서 책읽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백과지식을 얻어 박학자가 된다. 여러가지 많이 알면 사리를 선택케 하는 슬기가 있게 한다. 책 읽기는 이래서 학교공부로 배우는 지식과 다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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