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냈다”
PGA투어 데뷔 첫 해 상금 90만달러 돌파 여유있게 투어카드 유지
“힘들었지만 다행히 투어카드를 유지했다.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PGA투어의 ‘수퍼루키’ 케빈 나(21·한국명 상욱)가 지난 주말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대회에서 아깝게 탑10 진입을 놓쳤으나 공동 13위의 좋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도 거뒀다. 시즌 상금 90만1,158달러로 상금랭킹 87위. 상위 125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시즌 투어카드를 여유있게 따냈다. 만 20살(케빈 나는 지난 9월15일 만 21살이 됐다)의 투어 최연소 선수이자 루키로써 거둔 성적으로는 눈부신 선전. 타이거 우즈나 서지오 가르시아 등 특별한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 나이에 루키로서 이만큼 뛰어난 시즌을 기록한 선수는 거의 없다. 미주 한인사회가 배출한 첫 PGA투어 멤버이자 장차 PGA투어에서 대성할 스타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케빈 나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을 결산했다.
“골프선수는 백조 같다. 위에서 보면 우아하
고 멋있지만 물밑에서 보면 두 발로 바쁘게
물을 저어야하는 백조나 마찬가지다.”
- 루키로서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는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어린 나이에 투어생활인데다 대회 출전이 많아 힘들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다행히 투어카드도 유지했고 좋은 성적을 올려 기쁘다.
-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던 팜 뷰로클래식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었다. 정말 우승찬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자인) 프레드 펑크 선수가 너무 잘 쳤다. 또 하나는 투어 첫 해라서 내 출전 스케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루키는 언제 대회에 나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 기회만 있으면 계속 출전하다보니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 올해 6주 연속으로 출전한 적이 두 번 있고 7주연속 출전도 한 번 있었다. 사실 4주만 연속으로 출전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돼 그 다음부터는 거의 기계적으로 치게 된다. 사실 이 때문에 예선에서 많이 떨어진 것 같다. 하도 계속 출전하다보니 PGA투어 관계자들이 나를 보고 “너는 집에도 안 가냐? 집 없냐?”고 묻기도 했다. 힘들어서 살도 많이 빠졌다. 올 시즌을 거치며 12파운드가 줄었다.
- 투어 첫 해를 거치면서 배운 것들과 향상된 점이 있을 텐데.
▲대회를 계속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익숙해졌다. 나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자기 샷을 파악해 참아야 할 때와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때를 좀 더 잘 분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자신의 목표를 말해달라.
▲내년에는 최대한 좋은 성적을 올려 상금랭킹 30위까지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에 나가고 싶다. 또 1승을 거둬 내후년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머세디스 챔피언십에 나가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실 좀 거창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골프’하면 ‘박세리, 최경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앞으로 2∼3년 뒤에는 ‘나상욱’이란 이름이 생각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다.
- 상당히 야심 찬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책은 준비됐나.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내년에는 선생님(부치 하먼 코치)을 자주 찾아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선생님이 올해 대회 출전을 너무 많다며 내년에는 많이 줄이라고 했고 그렇게 쉴 때 자주 와 지도를 받을 생각이다.
- 투어생활에서 힘들었던 것은.
▲너무 많다. 사실 어머니께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골프선수는 백조 같다’고. 위에서 보면 우아하고 멋있지만 물밑에서 보면 두 발로 바쁘게 물을 저어야하는 백조나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보기엔 골프만 치고 큰 돈을 버는 멋진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탑 선수들일수록 더 열심히 한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 지 선수들 가운데 대머리가 굉장히 많다. 모자를 벗고 있으면 친구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 본인은 괜찮나.
▲내 머리는 아직 괜찮은 것 같다.
- 고교를 중퇴하고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해 화제가 됐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해 줄 조언이 있나.
▲글쎄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대학에 가라고 권유하겠다. 투어생활은 어린 나이엔 너무 힘들고 정말 감당하기 힘든 벽이 있다. 나는 정말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투어는 계속 있지만 공부는 그 때밖에 못한다. 너무 골프만 하면 하나밖에 모르고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면에서 균형 잡힌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그렇다면 자신의 조기 프로전향을 후회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후회했다. 나와 가족이 상의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조금 지나선 학교에 갔으면 했다. 친한 친구가 일찍 투어에 왔다가 실패한 것을 보며 모든 면에서 준비가 됐을 때 투어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프로전향 후 3번째 도전에서 Q스쿨을 통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처음 두 번 떨어지고 아시아투어로 가서 경험을 쌓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 그럼에도 불구, 투어 첫 해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이유는.
▲나는 환경이 좋았다. 가족 전체가 한 마음으로 나를 성원해줬고 무엇보다도 정말 대단하신 아버지가 계셨다. 골프의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 어버지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 말씀을 듣다가 “우리 아버지 천재 아니신가”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두 번째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고 3번째는 노력이다. 많이 노력하니까 하나님도 도와주신 것 같다.
- 1에서 10까지 스케일로 올해 자신의 성적을 평가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9점 정도이고, 내 욕심을 기준으로 한다면 7점을 주겠다.
- 오프시즌 계획은.
▲사실 오는 8∼9일 피닉스에서 ‘타미 바하마스’라는 이벤트대회에 출전한다. 미국 대 인터내셔널의 팀 대결로 펼쳐지는데 이안 풀터, 폴 케이시, 데이빗 하워드 등과 인터내셔널 팀으로 나서고 미국팀에선 채드 캠블, 행크 키니, 크리스 라일리, 잭 잔슨이 나선다. 1월중에 TV로 녹화 방송될 것이라고 한다. 12월말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첫 PGA투어 주최대회인 코리아골프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 케빈 나 프로파일 ◆
▲한국명; 나상욱
▲생년월일; 1983년 9월15일(만21세)
▲거주지; 랜초 쿠카몽가(캘리포니아)
▲신장; 5피트11인치
▲체중; 158파운드
▲종교; 기독교
케빈 나 2004 시즌 성적
▲출전 대회 수; 32회
▲컷 통과; 19회
▲탑10 입상; 2회(혼다클래식 공동 4위,
서던 팜 뷰로 클래식 공동 3위)
▲탑25 입상; 7회
▲시즌상금 및 랭킹; 90만1,158달러(87위)
▲페어웨이 안착률; 68.7%(40위)
▲그린 적중률; 64.7%(106위)
▲퍼팅평균; 1.775(88위)
▲스코어링 평균; 71.21(105위)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