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우송료 등 경매 경비 34센트 이상 들지만
고객 관심 유도, 다른 상품서 이익올리면 ‘남는 장사’
뉴햄프셔주 피츠필드의 자기 집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조 코티즈는 물건의 가치는 e베이라는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생각으로 어떤 경매건 1센트부터 시작한다.
할러데이 시즌이면 일주일에 500개의 영화를 판매하는 로빈 케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e베이’에는 값싼 물건들도 많다. 1달러 미만에서 입찰이 시작되는 것도 많고, 경매 과정을 거치지 말고 단돈 몇달러에 ‘당장 구입(Buy It Now)’하라는 물건도 많지만 1센트에 당장 구입하라는 물건들은 특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최근 며칠 전에만 해도 존 웨인이 출연한 영화 ‘플라잉 타이거’의 VHS 테입, 비상용 셀폰, 가죽 케이스, 배터리 충전기, 봉제완구, 라이터, 발 장신구, 큐빅 귀고리, CD, 소프트웨어, 영화등등이 1센트에 당장 사갈 수 있는 매물들이었다.
그러나 따져보면 e 베이에 물건을 내놓는데만 점당 30센트가 들고, ‘당장 구입’ 꼬리표를 달아주는데 또 5센트를 내야한다. 물건을 팔고 돈을 받기 위해 ‘페이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따로 드는 비용이나, 판 물건을 우송하는데 드는 시간이나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파는 사람은 34센트를 밑지고 들어가는 일이다.
E베이 대변인 해니 더지는 e 베이에서 팔리는 물건중 1센트짜리는 1%도 안된다고 말하는데 ‘바보들을 위한 e베이 알뜰 샤핑’이라는 책을 쓴 마샤 콜리어는 그런 거래에서는 우송료를 비싸게 받는 셀러를 주의하라고 충고한다. 사실 희귀 동전이나 앤틱 자동차등 고가의 물건을 전문으로 하는 셀러들은 1센트짜리 거래는 고려해볼 가치도 없는 싸구려 상행위로 여긴다.
그러나 그 말도 안될 것 같은 거래에 일리가 있다는 셀러들이 있다. 경매 사이트의 특성상 페니에라도 팔아야 하겠다는 셀러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뉴저지주 에그하버에 사는 로빈 케이가 바로 존 웨인의 영화 테입을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파는 사람이다. e베이에서만 영업하는 ‘낸코블러스 무비즈 앤드 모어’라는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그녀는 2001년에 영화 팬이자 수집가로 한번에 두어개씩 사고 팔다가 요즘은 모두 새것으로 5~15달러에 일주일에 250개, 할러데이 시즌 전후로는 일주일에 500개씩을 파는 ‘파워 셀러’가 됐다. 전체 고객의 98%에 이르는 1만3000여명이 호평을 하는등 반응도 아주 좋은 케이는 매물을 도매업자에게서 사들이는데 문제의 존 웨인 테입은 작년에 구입한 28상자의 DVD와 비디오테입중 일부였다. DVD를 싸게 사기 위해 도매업자가 치워 버리기 원하는 오래된 VHS 테입까지 몽땅 가져왔던 것이었다. 자기 집 차고와 4개의 스토리지 유닛을 꽉 채운 이 영화들을 거의 다 팔았지만 경매가 종료되기까지 ‘플라잉 타이거’만은 전혀 움직이지 않자 재고 정리를 위해 1센트 세일을 감행했던 것. 물론 손해를 감수하면서 한 일이다.
그 1센트짜리 ‘플라잉 타이거’ 테입에 붙은 운송료는 5달러98센트로 케이가 밝힌 내역은 아래와 같다. 우송요금으로 1달러43센트, 버블랩 봉투값으로 50센트, 배달확인비로 1달러89센트가 든다. 나머지 2달러16센트중에서 페이팰 수수료(이 경우는 53센트), e베이 사용료 30센트에 사진 올리는데 든 25센트를 빼고 남은 1달러8센트로 창고비, 우체국까지 가져가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져온 물건중 반이상에서 이익을 남기면 나머지는 손해보고 팔아도 그럭저럭 유지가 된다는 것이 케이의 말이다.
또 다른 1센트짜리 매물 ‘세이프가디언 GPS 셀폰’은 하루 24시간 언제고 사람과 통화할 수 있다는 전화기다. 월 29달러95센트에 2년간 서비스 계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이 전화기는 의료경보용 제품을 만드는 샌디에고의 클레이튼 커뮤니케이션스가 시장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내놓은 것이었다.
또 다른 1센트짜리로 큐빅 귀고리를 내놓은 ‘어포드 세일즈’라는 ID의 셀러는 불과 몇달전에 구좌를 연 신참. 자신이 팔고 있는 다른 물건들에 관심을 모으기 위해 페니 세일을 선택한 것이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e베이가 몇가지 규정 위반으로 여기는 행위가 있다. 고객 반응을 조작하는 것, 운송비를 부풀리는 것등이 그것인데 그런 짓을 하는 셀러는 보통 사용자들에게 금방 들통이 나서 e 베이로부터 견책을 당한다. 그래도 위반행위가 계속되면 사이트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한편 e 베이에는 아무리 비싼 물건도 1센트부터 경매하기 시작하는 소수의 양심적인 업자들도 존재한다. 그중 한사람인 조 코티즈는 뉴햄프셔주 피츠필드에 사는 파워 셀러로 보통 수천달러에 낙찰되는 희귀동전, 우표, 골동품 꽃병등을 판다. 1센트에서 시작함으로써 e베이 시장이 그 물건의 가치를 정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라 때로 기천달러짜리 물건이 입찰자들의 무관심으로 말도 안되는 헐값에 팔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깝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래서 손님들이 더 많이 모일 것을 코티즈는 확신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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