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타운이 없는 곳은 한국 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민족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이야기다. 이 땅에서도 우리는 사실 조금만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야단이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가 저지르는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주위에서도 일부 한인들의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많이 보게
된다.
우리보다 처지가 곤궁한 타민족은 물론, 같은 피를 나눈 동족에게까지도 서슴지 않고 차별을 자행한다. 그래서 식당이나 야채가게 등지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계는 말할 것도 없고 동족인 조선족 들 까지도 일부 한인들의 무시와 박대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 또 이 땅에 북한의 탈북자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니 차별받는 또다른 집단이 생기지 않나 걱정이 된다. 미 정부가 탈북자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내년부터 배정된 쿼터를 배로 늘려 1만3,000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지원금 2400만 달러를 책정 통과시켰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미국 내에도 탈북자들이 이미 꽤 와 있다는데 이들이 이처럼 합법적으로 와서 체류하게 될 경우 한인사회에도 미칠 영향이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들이 오면 어떻게 대하고 같이 더불어 살며 적응해야 될지 고민이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5,000명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3분의 1을 제외한 나머지 탈북자는 모두 정착을 못하고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 한다. 주어진 정착금을 몽땅 다 써버리고 또 지원해 줄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이들도 문제지만 남한인의
배타적인 편견과 무관심이 이들의 정착을 더욱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왕 오게 될 북한의 동족들이 어떻게든 빨리 이 사회에 정착하고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들 자체가 그들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아서 관심을 쏟을 지가 의문이다.
우선 오랫동안 그들과 우리는 다른 관습과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쉽게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그들보다 좀 더 잘 났다고 혹여 그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 런 지. 그들이 과연 여기 와서 무엇을 하고 살 수 있을지.
그들의 정착과 안정은 이 곳에 먼저 와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은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이 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인데 조선족에 대해 한인들이 좋지 않게 대하는 것을 보면 어떤 문제가 또 이들과의 사이에 파생될지 걱정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들은 모두 우리가 자유세계에서 호의 호식하고 편안하게 살 때 김정일 정권 하에서 철저히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던 동족이다. 미국은 자국의 국민이 아닌데도 남의 민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의 패잔병이나 베트남의 난민들을 수 만 명 데려다 먹이고 살렸다. 그리고 또 이번에 탈북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같은 핏줄인
우리는 앞으로 들어오게 될 탈북자들에 대해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산체제하에서 배급만 받고 살아 아무리 도와줘도 감사를 모르는 이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족의 생명을 구하고 먹고살게 해주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자칫 일본의 조총련계와 거류민단 사이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닐 런 지. 앞으로 이들이 미국에 와 문제가 생기면 누구의 책임인가. 그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다 우리의 책임일 수도 있다. 머지않아 곧 그들이 이 곳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러면 한인사회는 일차적으로 그들을 환영하고 반가워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만나면 악수하고 밥 한끼 대접한 후 사진 찍고 야단 법석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아줄 사람이나 단체, 종교기관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현실은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누가 그들을 계속 돌아보고 관심을 가질 것인가. 인권이니 뭐니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고민의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외면도 할 수 없고 또 적극적으로 도울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배타적인 사고와 행동, 그리고 말, 곱지 않은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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