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케네스리 중령이 이라크 현지에서 험비차량에 탑승,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9월 이라크 자살특공대 차량공격에 전신부상
3차례 수술...워싱턴 월터리드 병원서 치료중
케네스 리 중령(39)에 9월12일은 악몽 같은 날이었다. 이라크의 와우케샤 소재 미 육군 독립 야전병원의 부대장인 이 중령은 그린 존에 있는 육군병원에 X 레이 장비를 갖다주기 위해 길을 떠났다.
장갑차 3대에 분승한 이 중령 일행 9명은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미 헌병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인근지역에서 폭탄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장갑차에서 내린 이 중령 일행은 뒤에서 오는 차량들을 돌려보내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 순간 차량 한 대가 튀어나왔다. 위험을 직감한 한 간호병이 두발의 총격을 가하자 차량이 폭발했다. 불과 25야드 떨어진 거리였다.
의식을 잃었다. 이 중령이 눈을 떠보니 아수라장이었다. 9명중 8명이 부상당했으며 그중 3명은 중상이었다. 이라크의 자살특공대였다.
“다행히 간호병이 총격을 가하는 바람에 차량 폭탄이 미리 터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중령은 인근 야전병원을 거쳐 14일 독일의 미 육군병원으로 후송됐다 다시 워싱턴의 월터리드 육군병원으로 옮겨졌다. 머리와 온몸에 파편이 박힌 중상이었다. 3차례 수술을 통해 7개의 큰 파편을 꺼냈다.
“아직 40-50개의 파편이 제 몸속에 있어요. 한달은 더 치료받아야 해요.”
이 중령은 1975년 그의 나이 열살 때 이민왔다. 시카고에서 성장한 그는 1986년 일리노이(샴페인) 주립대 재학중 학비 보조를 받기 위해 여름방학때만 군사훈련을 받는 예비군(National Guard)에 자원입대했다. 88년 위스컨신 의대에 진학, 척추재활학을 전공한 그는 레지던트를 거쳐 밀워키 소재 향군병원에서 복무해왔다.
2003년 중령으로 진급한 그는 이 병원의 의무대대를 지휘하면서 예비역 군인들을 치료해왔다.
케네스 리 중령이 이라크에 출전한 건 지난해 12월7일. 그의 병원 의무대대 전원이 차출됐다. 뉴욕주에서 두달간 훈련을 받은 후 올해 2월7일 이라크로 떠났다. 부대원은 70명. 의사와 간호원, 위병으로 구성된 의무부대였다.
현지 상황은 본토에서 교육받던 내용과는 딴판이었다. “우리가 훈련받은 것과 많이 달라 현지에 도착해 우리끼리 총쏘는 법, 경비 서는 법을 배우는 등 재교육을 받았습니다.”
전황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적들은 이라크 현지인들보다 인근 요르단, 이란, 시리아등 인군 국가들에서 자원한 사람들이 많았다.
총구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랐다. 전선이 없는 전쟁, 그것은 또다른 베트남 전이었다.
“이라크 전쟁이 옳으냐, 잘못됐느냐는 식의 생각은 접었어요. 전 군인이고 제 임무에 충실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안해요.”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이라크 주민들의 우호적 분위기다. 병원과 학교를 많이 지어주면서 주민들이 미군들의 주둔을 반기고 있다는 게 힘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의 공포에도 적응이 되어 이젠 평상심을 갖고 일상에 임할 정도가 됐다.
말못할 고충 하나는 입맛.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김치나 라면을 보내주면 아는 한인 군인끼리 모여 나눠먹기도 해요.”
한국계 부상자들도 여럿 만났다.
“다들 저보고 전쟁이 무섭다고 해요. 다쳐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일도 잘하고 더위도 잘 견디는데 상처가 나면 흉터가 크게 남아요.”
현재 이 중령은 월터리드 육군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젠 조금씩 걷는데 지장은 없으나 적어도 한달 이상은 더 치료를 받아야한다.
그의 부상 소식에 가장 걱정하는 이들은 역시 가족들. 시카고에 거주하는 부모님 이재근씨(65)와 최명자씨(60)에 밀워키의 부인 정화경씨와 8살 딸, 5살 아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이 중령의 안부를 묻는다. 주말에는 직접 달려오기도 한다.
“많이 갑갑해요. 의사가 병원에 누워있으니 더 이상하지요?”
무엇보다 그를 짓누르는 건 군인으로서 전장에서 떨어져 있다는 자괴감과 현지의 부하 군인들의 안위. 그래서 병원측에 이라크로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NO’다.
“이라크로 다시 가야해요. 병원에선 가면 안된다고 막고 있으나 저는 군인이고 부대장으로 부대를 통솔할 임무가 아직 제겐 남아 있어요.”
군인 케네스 리 중령에 부상의 악몽은 벌써 저편에 있다. 그에겐 이라크 복귀가 의사의 의무이자 곧 군인의 길이란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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