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수 <예비역 육군 소장>
지난 1일은 한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미방위조약은 한국 정부가 희망했던 6.25 남침 세력의 응징도, 통일의 꿈도 좌절됐을 뿐 아니라 UN군의 일방적 감축 가능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려와 미국의 새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했던 한국전쟁 종식 보장책으로 1953년 10월 1일 서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기한은 무기한이며 서명 당시에는 북의 재침공이 있을 때는 69만까지의 미 병력을 재상륙시키며 당시 금액으로 약 1,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한국군 장비 개선 투자를 약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쟁 재발 억지책의 인계철선 역할로 미국의 전투사단이 오늘날까지 동두천 근처에 주둔하게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에서 구호로 부르는 민족주의와 외군 철수, 자주국방을 외치는 정부, 정치효과를 내세우는 일부 반미 사상과 행동의 방치, 그리고 북의 핵은 우리 민족에게 속하며 북이 동족을 남침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는 국민적 환상으로 안보관념의 해이현상 아래 과거의 한미 방위조약이 한국 전담 방위에서 극동 방위 전략으로 전환 과정에 있다.
본인이 제2사단장으로 경험했던 휴전의 감상은 기쁨보다는 남침에 대한 충분한 웅징도 없이 통일의 기회가 사라지는 통한의 순간으로 회상된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 협정을 반대하였고 부득이하다면 대신 미국이 호주, 뉴질랜드 등과 체결한 수준의 방위조약과 경제원조를 요구했으나 미국 측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53년 6월 UN의 동의 없이 거제도에 있던 반공 포로 2만7,000명을 자유인으로 석방하는 조처로 UN의 일방적 휴전에 제동을 걸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국무부 특사와 덜레스 국무부장관이 급거 한국을 방문케 되었고 덜레스 장관과 변영태 한국 외무장관 간에 1953년 10월1일 부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서명되었다.
외세에 간청하고 결과적으로 외세를 끌어 들여온 북한 정권은 동족 외에도 약 90만의 중공군과 15만이 넘는 UN군의 희생을 강요했다. 참전 외국이 한민족의 자주통일을 허용하기에는 그들은 너무 많은 희생을 하였다. 외세의 간여 없는 통일 논리를 복잡하게 꼬아놓은 결과를 북한이 책임 져야 할 줄로 믿는다.
지금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미군의 재배치를 중심으로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배치의 시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최근의 소식에 의하면 이라크에 이동한 병력을 제외한 미 2사단의 재배치는 3년 후로 연장된다니 다행한 일이다. 자주국방을 위해 14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전략 전술적 움직임의 90%를 미군의 정보 감시 장비에 의존한다는 분석이다.
지난번 양강도 사건에 대한 미국과 한국정부의 발표 차를 보면서 벌써 한미 양국간의 북한동향 정보공유가 의심될 뿐더러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의 반려자로 상대방의 믿음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되었다. 지난번 독일 대사가 한국정부는 국제정치에서 고립되고 있다 라는 말이나 3,000명의 부대를 이라크에 파견하고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에서의 동맹국 호명에 한국이 빠졌다는 사실은 한미 방위동맹에서 청춘을 바치고 현재는 미국 시민이 되어 있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전에 국제학술대회에서 주한 미군의 재배치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미군의 재배치는 약 10년 전에 계획한 사업이며 90%의 북의 활동사항이 미군의 정보망을 통해 감지되고 있으므로 현 미군의 재배치는 한국 방위 능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요지가 미국 해군 제독 출신에 의해 발표되었다. 북의 핵 보유로 한 반도의 군사 상황변동이 있는 이 마당에 10년 전의 계획을 고집하는 이유가 남한에서의 반미 감정이나 정부 차원의 불신에 기인한 것 아닌지 이해되지 아니하였다.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이동이 극동 전역을 위한 미군활용에는 편리할지 몰라도 한국 입장에서는 전쟁 발발로 인한 국민 희생을 피하기 위한 전쟁재발 억지책으로서의 인계철선 전략이 중요시되는 것은 전쟁을 경험한 나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자주국방을 제안하는 내년도 한국 국방예산은 약 18조원으로 작년도 대비 10%의 증가로 GNP의 약 3%수준으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국방비의 GNP 비율에도 도달치 아니함을 보고 정부의 자주 국방론이 실행성 없는 말 잔치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면키 어려웠다.
민족 자결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이상이나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북에서 도발한 한국전에 의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최근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과의 그것을 능가하면서 친북에다 친중 정서가 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군사, 경제, 과학, 문화적으로 최선진 되고 영토의 야심 없는 미국과의 동맹 50년은 우리를 국제적 최빈국에서 세계 12대 교역국으로 약진을 하는데 기여를 했다.
뒤늦게 한국정부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방미한 열린 우리당 간부들도 그를 역설하더니 10월1일 국군 창설기념일을 기해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의 안보의 기본은 자주국방과 한미 방위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강조는 정책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이 오락가락하는 마당에는 한미동맹의 강조가 오히려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인상마저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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