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디뎠던 때가 1972년 11월11일이다. 한국에 도착한 정확한 날짜를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어 실습 중 “언제 미국에서 왔습니까?”라는 문장과 “천 구백 칠십 이년 십일월 십일일에 왔습니다”라는 문장을 외웠다. 그래서 그 날짜가 지금도 나의 머리 속 깊이 새겨져 있다.
나는 영어교사로서 충청북도에 있는 작은 시골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1973년 새 학기를 무극 중고등학교에서 시작하였다. 같은 학교 교사인 유선생님 집에서 6개월 동안 함께 살았다. 우리는 아침에 함께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 그리고 학교 출근도 함께 하였다. 그 이외에도 그와 함께 한 일이 한 가지가 더 있다. 180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마을 운동노래를 함께 들었다. 지금도 “새아침이 밝았네… 우리 마을 우리 손으로 만드세”라는 노래 곡조와 가사가 뇌리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새마을 노래도, 새마을 국기도, 새마을 유니폼을 입은 일꾼들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나의 눈에는 새마을 운동이 강제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솔직히 말하여, 나는 독재자인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새마을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의 의견은 바뀌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처럼 새마을 운동이 한국이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최근에 한국 잡지에서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이든 한국사람 수천명에게 물었다 한다. 대답이 흥미롭다. 세 번째로 ‘민주주의’, 두 번째로 ‘서울 올림픽’, 첫 번째로 ‘새마을 운동’이 부흥의 원인이라고 대답하였다 한다.
2004년 7월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에 도착하였다. 이번 여름 선교팀과 함께 한국 새마을 운동 강사가 정부 각료들을 위한 세미나를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한국서 강사가 올 수 없게 되었다.
계획된 세미나를 취소할 수 없어 아내와 아들이 한 팀이 되어 67명의 부룬디 공무원들을 위해 새마을 운동 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새마을 운동의 원칙인 ‘자주, 근면, 협동’과 한국 경제 부흥에 대하여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새마을운동 본부가 보내준 세미나 자료와 포스터, 새마을 운동 국기, 새마을 노래 테입을 사용하며, 아내와 아들은 한국의 새마을 정신을 아프리카에 심었다.
아내는 70년 초에 한국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새마을 운동을 실례로 들었고 국제 정치학을 전공한 아들은 경제개발 이론을 가르쳐 ‘드림팀’ 강사로 아프리카 땅에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소개한 셈이다.
세미나 마지막 날 나는 목회자 세미나를 일찍 마치고 새마을 운동 세미나 장소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67명의 참석자들은 아내와 아들에게 내년에도 다시 와서 세미나를 하여 달라고 부탁하였다. 새마을 운동 세미나에 참석한 장관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명함을 나에게 주었다. 그의 명함에 ‘좋은 정부 장관’이라고 쓰여 있었다. 재미있는 직함이라 생각하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무원 부패 퇴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하였다.
한국에서 온 할렐루야 팀과 부룬디 팀의 축구경기가 있었다. 오후에 이민국에 여권을 찾으러 간 아내가 다섯 시가 되었는데도 오질 않았다. 금요일 날 여권을 못찾으면 우리 단원들은 르완다로 돌아갈 수 없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나는 옆에 앉아 있는 ‘좋은 정부 장관’에게 우리의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당장 이민국으로 전화를 걸어 큰소리를 쳤다. 이민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내 앞에 마치 기적처럼 12개의 여권이 나타났다. 그때가 다섯 시, 창구를 닫기 직전이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뇌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처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좋은 정부’ 장관의 전화 한 통이 일을 해결한 것이다. 이번 새마을 운동 훈련이 부룬디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효력을 보인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