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등반하다보면 고개고개마다 수많은 찻집들이 있다. 커튼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갓난아기 젖 주던 아낙네가 수줍게 가슴팍을 여미며 뭘 주문하겠냐 묻는다. 빛도 들지 않는 옹색한 부엌에서 우리와 꼭 닮은 모습의 여인들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차를 끓여내고 모모(만두와 비슷한 티베트 요리)를 만들어 길손들을 대접한다. 삶은 감자를 시키면 스테인리스 쟁반에다 굴러갈 듯 동글동글한 감자를 가져다준다.
히말라야 특유의 신비한 맛과 향 고스란히
대형 탕카가 장식된 실내, 현지 공수 음료도
별다른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가득 받고 자란 감자는 말 그대로 꿀맛이다. 히말라야를 등반한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포 속 깊이 남아 있는 그곳의 매캐한 장작불 냄새와 고소한 감자 향기는 삶을 지탱해가는 소중한 기억들이다.
패사디나의 티베트 네팔 하우스(Tibet Nepal House)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8월. 남가주 최초이자 유일무이하게 티베트, 네팔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에서는 독특한 미각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 붓다가 태어난 땅 네팔. 이 모든 문화가 그들 음식에 신비한 맛과 향을 더했다.
인도와 중국 음식의 중간 정도라는 표현도 심산계곡 히말라야 특유의 향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산의 정기 때문일까. 그들의 눈빛은 하늘 호수를 닮았다. 티베트와 네팔에서 온 종업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이 티베트의 라마승처럼 순박한 얼굴들이다. 오색의 초타르가 나부끼고 대형 탕카가 장식된 실내는 비행기 타지 않고도 떠나온 히말라야. 한쪽에는 흐르는 물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마니 휠도 옮겨다 놓았다. “옴마니밧메훔” 생멸을 초월한 세계에 귀의하고자 하는 그들의 소망은 바로 우리들의 것이기도 할 터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전채 모모.
만두와 꼭 같은 모모(Momo)는 가장 인기 있는 전채. 밀가루 반죽을 빚어 내용물을 넣고 만두를 빚는 것은 명절을 앞두고 펼치는 중요한 사회적 행사라 한다. 야채, 치즈를 히말라야의 향료와 양념으로 섞어 속을 채운 야채 모모 외에도 닭고기, 염소고기 3가지의 모모가 있다.
튀긴 모모는 모모차(Momocha)라고 한다. 팔라이(Phalay)는 고기나 야채로 속을 채워 살짝 튀긴 빵. 티베트에서 소풍을 가거나 축제를 할 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주식으로는 닭고기(Kukhura)와 염소고기(Khasi)를 많이 먹는다. 버터와 토마토, 코리앤더, 양파, 생강, 마늘로 조리한 닭고기는 쿠쿠라코마수(Kukhura Ko Masu), 감자를 더한 것은 쿠쿠라코마수라알루(Kukhura Ko Masu Ra Aloo), 같은 양념에 시금치를 더한 것은 코쿠라 코마수라사그((Kukhura Ko Masu Ra Saag)라 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염소 고기를 이용한 요리는 카시코마수(Khasiko Masu), 카시코마수라사그((Khasi Ko Masu Ra Saag)로 불린다.
히말라야의 향신료로 조리한 새우구이.
토마토소스 넣고 조리한 새우 마살라.
해물 요리는 마차(Macha)라 하는데 같은 새우도 양념에 따라 깅게마차, 깅게마차라사그, 깅게마차마살라 등이 있다. 마늘과 생강 소스에 살짝 조리한 연어 마차는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히말라야의 진흙 오븐에서 구운 꼬치 세쿠와(Sekuwa)도 다양한 소재로 즐길 수 있다.
향이 가득한 야채 요리.
야채요리들이 종류도 많고 맛깔스럽다. 감자와 컬리플라워를 토마토와 양파 소스에 조리한 알루라카울리, 깨소금에 볶은 시금치 파룽고사그 등 14가지나 되는 야채 요리는 히말라야의 향료가 섞여 신비한 맛을 낸다. 수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탕(Thang)이라 부른다. 투크파는 생강, 마늘로 맛을 낸 누들 수프. 만둣국인 모모탕(Momo Thag)도 있다. 콩수프인 달(Dal)도 아주 맛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훨훨 날리는 밥.
볶음밥은 밧라로티(Bhat Ra Roti)라 부른다. 핑(Phing)이라 불리는 국수는 장수를 기원하며 먹었다니 먹거리에 의미 부여하는 것이 거의 우리 조상 수준이다. 히말라야에서 온 맥주와 버터밀크를 넣은 포이차, 요거트 음료도 꼭 마셔보자. 후식은 라이스 푸딩인 키르(Khir)가 인기다. 생일인 사람은 메인디시를 무료로 제공한다니 생일 파티 장소로 그만이겠다.
Tips
▲종류: 네팔과 티베트 음식 전문 레스토랑.
▲오픈 시간: 런치는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30분. 디너는 주7일 오후 5시-10시.
▲가격: 월-금요일까지의 런치는 뷔페, 6.95달러. 토요일은 런치 스페셜. 디너 전채는 2.75-10.95달러. 메인 디시는 5.95-15.95달러.
▲주차: 스트릿 파킹, 발레 파킹 5달러.
▲주소: 36 E. Holly St. Pasadena CA 91103. 한인타운에서 110을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프리웨이가 끝나 Arroyo Parkway가 되도 계속 직진, Holly St.에서 좌회전, Raymond를 지나면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626) 585-9955.
<박지윤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