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Deep Springs College : 미국 최우수 2년제 명문대학 _

대학생활 문제와 해결책

한적하고 적막한 캘리포니아의 동부 사막에는 미국에서 제일 규모가 작은 반면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2년제 사립대학이 숨어 있다.
현재 총 학생수가 26명밖에 되지 않고 학생 전원에게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이 포함된 장학금이 지급되는 이 대학의 이름은 딥 스프링스 칼리지(Deep Springs College)이다.
이 학교는 남자에 한해 입학할 수 있고 학생들이 교수 채용이나 신입생 입학심사 과정도 맡아본다. 그리고 160에이커의 알팔파 밭과 약 300마리의 가축을 키우는 큰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학생들의 SAT 성적은 미국 학생 최상그룹 1~3%에 속하며 대부분 1,400점이 넘는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LA에서 3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북쪽으로 250마일 가량 가면 조그만 타운 ‘빅파인’이 있고 그 곳에서 동쪽으로 168번 산길을 타고 28마일쯤 가면 인기척이 하나도 없이 텅 비고 적막한 사막의 계곡이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선쯤이 나타난다.
그 사막의 한 구석에 나무들로 둘러싸인 단층의 개인 집 같은 옛날 집들이 몇 채 있고 그 옆으로 푸른 알팔파 밭이 눈에 띄게 된다.
이 학교에는 26명의 학생들 외에 총장, 교수 6~8명, 종업원 3명 그리고 이 직원들의 가족 등 모두 40여명이 마치 한가족처럼 하루 3끼의 식사도 같이 하면서 지내고 있다.
점심식사에 초대를 받아 학생들이 직접 조리한 음식을 나누면서 총장, 총장 부인, 교수, 종업원, 그들의 가족 그리고 학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경험했다. 식사 후 그릇 씻는 일도 모두 학생들이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야채, 계란, 쇠고기, 햄 등 식품도 자급자족하고 있다.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나서 젖소의 우유를 짠 후 철학교실에 들어가 실존주의를 토의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알팔파 밭에 나가 트랙터로 밭을 갈기도 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매주 20~25시간의 노동을 하도록 학교의 교과과정에 정해져 있다. 학생들은 전공과목 없이 주로 교양과목을 2년간 택한다.
1년을 6학기(각 학기는 7주일씩)로 나누어 여름방학도 없이 2년간 계속 공부하고 노동을 한다. 학기 사이에는 1주일간의 휴가가 있고 크리스마스 때는 그 휴가기간이 좀 길다. 학교 재학 때에는 허락 없이 그 곳을 떠날 수가 없게 규정돼 있다.
이 학교에는 TV가 한 대도 없을 뿐 아니라 전화도 단 한 통뿐이어서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총장이 직접 받는 경우도 있고 전화통 곁에 있던 학생들이 받기도 한다. 술과 마약은 물론 허용되지 않고 있다.
3만여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에 들어서니 마치 사저의 도서실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고 사서 없이 학생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첫 1년을 마치고 2학년생으로 복귀하는 것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특별 학생위원회가 그 학생의 1년간 생활을 검토한 후 초대를 해야만 그 학교에 다시 다닐 수가 있다.
이 대학은 매년 PSAT나 SAT 성적이 대단히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그 학교 소개 책자를 보내 준다. 대개는 150~200여명의 입학지망자 중 빈자리 수에 따라 10~15명을 신입생으로 입학시킨다. 이 6~8%의 합격률은 미국 4년제 대학들 중 입학경쟁이 가장 심한 하버드 대학보다도 더 심한 것이다. 지난 2003년에는 150명의 지망자중 8%인 12명이 입학되었다.
입학 원서를 보면 여러 개의 에세이를 쓰라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 또 인터뷰도 필수로 하고 있다. 입학심사 과정에서는 학생 5~6명, 총장, 교수 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입학 희망자를 심사 결정한다. 학업성적 이외에도 인간성이나 리더십 같은 요소를 중요시한다고 그 총장은 일러준다.
교수 선정과 채용도 주로 학생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을 한다. 이 대학의 교수들은 대개 5년 계약으로 와서 가르친다.
이 대학의 강의는 대부분 학생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토의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강의시간 전에 미리 책을 읽어가야 한다. 이곳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경쟁보다는 자기 자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메릴랜드주에서 온 마이클과 워싱턴주에서 온 케빈이 일러준다.
룸메이트인 이들과는 각자의 노동 책임을 끝낸 후 쉬고 있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은 입학 직후 그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 학교에서의 경험이 장래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졸업한 10명의 대학진학 통계를 살펴보니 이들의 대부분이 코넬, 하버드, 예일, UC버클리, 스와스모아 등의 명문 대학에 3학년으로 전학하였다.
과거 졸업생들의 통계를 보면 이 대학 출신의 54%가 박사,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저명 인사로 자리를 굳힌 졸업생들도 적지 않다. 유엔 대사, 대학 총장, 국회의원, 저널리스트 등도 많이 나왔다.
필자는 몇년 전 남가주 지역에서 이 2년제 칼리지를 졸업한 후 Cornell 대학으로 전학하여, 화학공부를 하고 또 박사학위도 취득한 한 교수를 만나 그의 경험담도 들은 적이 있다.
딥 스프링스 칼리지는 미국 서부 지역의 전력발전 개발사업가인 ‘넌’(L.L., Nunn)이 동부학교에서 이론만 배우고 졸업한 엔지니어들이 쓸모가 없다고 느끼고 자기 자신이 젊은이들을 직접 교육, 훈련시키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 된 것이다. 그는 1911년 코넬 대학에 텔루라이드 재단을 세우고 1917년 노동을 필수로 하는 이 딥 스프링스 칼리지를 창설, 개교시켰다. 이 학교는 그가 창설한 재단으로 주로 운영되고 졸업생들과 학부형들의 기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내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여 줄 조그만 발전소도 학교 내에 설치했다.
아직까지 여학생은 입학시키지 않고 있다. 또 그 대학의 학생들을 모두 보았지만 대부분이 백인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학교의 전체 학생 수용능력은 26명뿐이다. 동양계 학생은 매년 1~2명이 입학된다.
필자는 그동안 미국의 많은 대학을 방문하여 보았지만 딥 스프링스 칼리지처럼 독특하고 유별나고 또 입학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학교는 이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라고 느끼면서 사막을 떠났다.
그 사막 길에는 앞뒤로 한 대의 자동차도 보이지가 않았다.
연락처: Deep Springs College.
Deep Springs, California,
HC 72, Box 45001
Dyer, Nevada 89010-9803
(619)872-2000

(이 학교는 캘리포니아 소재로 되어 있지만 우편은 네바다주의 Dyer 지역으로 되어 있다.)

김주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