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된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도 서서히 많아지고 예습·복습해야 할 학습량도 점차 늘어날 때이다. 또한 부모들은 매일 반복되는 자녀와의 일상 속에서 혹시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바른 자녀교육의 첫걸음은 무엇보다 자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들은 으레 “오늘 학교 어땠니?”라는 말로 첫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면 자녀들은 한결 같이 “좋았어” 또는 “괜찮았어”라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부모와 자녀가 방과 후 나누는 첫 대화의 시작은 이처럼 어느 가정이나 천편일률적으로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방식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못박는다. 왜냐하면 `오늘 어떻게 지냈니?’ `오늘 어땠어?’ 라는 말은 어른들 사이에서는 상대방과 대화의 포문을 여는 작용을 하는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오히려 대답하기 너무 복잡한 질문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오늘 있었던 일을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려워 그냥 `OK’라는 한마디 대답으로 반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일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기 때문에 거의 자동적으로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상급생보다 인지 능력이 부족해 그날 지나간 일들을 정확히 기억해 정리하고 다시 말로 표현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데 있어서 생각보다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충분히 대화할 능력은 있지만 이때는 사춘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자신의 사생활인 학교생활까지 굳이 부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 대화에 쉽게 응하
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가 묻지 않아도 자녀들이 스스럼없이 하루 일과를 부모에게 즐겁게 들려주도록 하려면 부모들이 자녀와 대화하는 자세 및 습관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하루동안 자녀가 학교에서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부모가 알고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오늘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교실, 학교식당, 운동장 등에서 다른 학급생들과 교사와는 어떻게 지냈는지 등 모두가 부모의 관심거리여야만 한다. 자녀가 어떤 일을 경험하고 누구와 만나며 성장하느냐에 따라 자녀가 훗날 어떠한 인격체를 형성해 나가는지 막대한 영
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각종 연구조사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자주 대화를 나누면 자녀들은 삶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드러나 대화는 상당히 중요함을 입증하고 있다.
자녀와 올바른 대화를 하기 위해 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은 크게 대화하는 시간, 어조, 주제 등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대화하는 시간은 6세 유치원생이든 16세 고교생이든 자녀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
되는 것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며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는 자녀에게는 너무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녀에게도 방과후에는 잠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숨쉴 틈을 줘야 한다. 자녀에 따라 저녁식사 시간이나 숙제를 하다가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서야 그날의 일을 얘기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게 일어난 그날의 모든 일을 부모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자녀의 학교생활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 특히 청소년들은 부모의 무관심도 싫지만 지나친 간섭도 거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학교 잘 다녀왔니?”라는 말보다는“오후에 다시 만나니 새삼 반갑네~”라는 친근한 말로 대화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어조 또한 중요하다. “너 오늘 왜 이렇게 말도 없고 조용하니?”라고 말하면 자칫 빈정대거나 대화를 강요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진심으로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없는지 염려하는 말투를 갖고 접근하되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캐묻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라며 관심은 보여주되 자녀가 대화를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부모가 대화상대가 되어 줄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해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대화의 주제 또한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역시 자신과 연관된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쉽다.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었니?”라는 질문보다는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라는 물음이 대화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된다. “쉬는 시간에 뭐했니?”라는 건조한 질문보다는 “쉬는 시간에 가장 인기 있던 놀이가 뭐였니?” “네가 제일 좋아했던 놀이는 뭐였니?” 등 자녀가 갖고 있는 관심 대상에 직접 다가가는 대화방법이 효과적이다.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는 자녀가 가진 생각이나 느낌을 부모 입장에서 평가하고 비판하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된다. 대부분 “오늘 학교 어땠니?”라는 질문이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은 시험성적이 올랐다거나 오늘 반에서 제일 발표를 잘했다거나 하는 대답을 듣기 원하는 부모의 질문 의도와 기대를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녀의 성적이나 공부에 대해 부모들이 궁금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직접적인 대화 시도가 오히려 효과를 볼 수 있다. 공부하는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어떤 과목 시험이 어려웠는지, 특정 과목을 싫어한다면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본다.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는 무엇보다 서로의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자녀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히 얘기할 때 비판을 가하거나 평가하는 태도 또는 끊임없는 잔소리로 부모들이 반응한다면 아무리 어린 자녀라도 더 이상 부모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심정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자녀들이 스스로 대화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또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 부모의 강요나 요구보다는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학업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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