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하고 동병상련 무료봉사 박지은씨
‘해뜨는 한의원’ 원장과 재단설립 외국인 환자들도 동참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살 수 있을까’라는 삶의 목표가 됐죠. 저 같이 죽음의 문턱을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은 절대 이해 못하실 거예요.”
20일 오후 3시 풀러튼의 해뜨는 한의원. 환하게 미소 지으며 건네는 박지은(44·한의사)씨의 인사는 첫 대면의 경계심을 금방 누그러뜨릴 만큼 친근함이 그득했다.
가족 등 소중한 이들에게 표현하는 사랑 표현을 볼라치면 ‘성격이 참 밝구나’ ‘외향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모두 3년 동안 생긴 변화란다. 자신을 알아보는 이웃이 인사를 건네면 답례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쩔쩔매던 그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며 주위 사람들이 놀라워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001년 초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그것도 림프절까지 이미 전이된 3기. 절망적이었습니다. 21세 때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건너온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지난 20년이 허망했습니다.”
그는 12단계에 걸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김없이 빠져 흰색 두건을 둘러야 했으며 몸은 날로 쇠약해졌다. 마음까지 가난해졌다. 1년도 못 넘긴다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나는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 여행까지 다녀왔었다”는 그는 “어차피 죽을 거라면 집에서 편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방사선 치료도 그만뒀다”고 그 때를 기억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우연찮게 소식을 들은 한의대 재학시절 은사의 추천으로 암 치료를 잘 한다는 고승완(51) 해뜨는 한의원 원장과 처음 만나게 된다. “죽음이 엄습해 온다는 현실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고 원장의 차분한 희망과 마음의 평정을 위한 메시지가 커다란 마음의 변화를 가져다 줬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자세였던 것 같다”고 그는 강조했다.
포기하지 않고 암을 극복해 가는 박씨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고 원장은 “병원에서 함께 일하며 유방암·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등 중병에 앓고 있지만 치료비가 없어 죽어 가는 빈곤층 여성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라는 제안했고 그도 이에 응했다. 그렇게 ‘얼라이언스 오브 웰니스(Alliance of Wellness) 재단’이 탄생했다.
이들은 그 때부터 무료 의료봉사 등 음지에서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박씨는 암 퇴치를 위한 ‘릴레이 포 라이프’(Relay for Life) 등 각종 암 관련 단체들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오고 있다. 26일 열리는 ‘레이스 포 더 큐어’(Race for the Cure) 행사에도 나선다.
이런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복한 이 병원 환자 부르스 셀딘(67·롱비치)은 재단 설립을 위한 1만달러의 매칭 펀드를 흔쾌히 약속했다.
그는 “그녀는 친절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치료비가 없어 죽어 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돕고 싶다”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 원장도 일주일에 두 번(화·목요일)은 암환자 치료를 위해 병원 무료 개방으로 화답했다.
“또 다시 암과의 악연을 원치는 않지만 내 사람에 있어서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암 같은 중병을 앓는 분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요. 그런 소중한 경험들을 거울삼아 그들에게 새 삶을 주기 위해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 싶어요. 여러분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얼라이언스 오브 웰니스 재단 연락처 (714)871-3909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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