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에 두 번이나 대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한번은 열차 역에서다. 이번에는 외진 산악 지역에서다. 1차 보고로는 땅이 흔들리고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정도의 대폭발이라고 했다. 핵실험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며칠이 지나니까 그런데 말이 달라진다. 땅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버섯구름은 자연 현상 같다.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에 불과 하다는 거다. 북한측 해명이 맞는다는 이야기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던 한국이 갑자기 꼬리를 내린다. 미국이 북한의 해명에 손을 들어주자 보이는 모습이다.
양광도의 ‘김형직군’이라고 했다. 김일성의 아버지 이름을 딴 지역이다. 미사일기지가 있고 비밀 핵실험 장소로 의심받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대 폭발 사고가 보고됐다. 그런데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단순 발파작업이라니…. 결국은 한바탕의 해프닝이었다는 말인가.
어둠의 땅이다. 모든 것이 검은 장막에 가리워 있다. 그 암흑의 땅에서 대형 뉴스가 계속 전해진다. 대폭발 사건의 연속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억측이 구구할 수밖에 없다.
소문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첫 번째 대폭발 사고, 용천역 사고를 둘러싸고 말이다. 김정일 암살기도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믿고 있다. 김정일이 탄 열차가 지나는 시점과 근접한 타이밍에 사고가 났다. 그리고 사고 후 이동전화 사용자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있었다는 점 등에서다.
김정일 자작극 설도 상당히 유포돼 있다. 반 김정일 세력을 숙청하기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해 사고를 일부러 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사일을 운반하다 잘못됐다는 설도 파다하다. 희생자 중에 시리아인이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두 번째 대폭발 사고다. 그것도 출입이 제한된 군사지역에서 난 것이다. 추측은 천 갈래, 만 갈래다. 그 중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설이다. 물론 일부의 극단적 추측이다.
버섯구름이 필 정도의 대폭발이다. 그렇지만 핵폭발은 아니다. 그렇다면 핵이 아닌 초대형 폭탄이 터진 게 분명하다. 그게 뭘까.
월남전 때에는 ‘데이지 커터’라고 불렸다. 요즘은 ‘MOAB’이라고 불린다. 속칭 ‘모든 폭탄의 어머니’다. 재래형 폭탄이지만 소형 핵탄두에 필적할 정도로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다. 양강도 대규모 폭발은 이 폭탄이 투하될 때 나타나는 현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나온 극단의 시나리오는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한번 중국이 공격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북한이 즉각 사실을 밝힐 수 있을까. 아마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모든 게 노출된다. 핵실험 사실도 시인하는 꼴이다. 그리고 사실을 밝힐 때 내부로부터 가해지는 보복압력은 오히려 김정일 체제의 즉각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관측통이 보이고 있는 극단의 추측 이다.
다른 추측도 난무한다. 핵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재래화력을 시위한 것이다, 단순 사고다, 반체제 세력의 사보타지다 등등. 어느 것이 맞을까. 그야말로 ‘게싱 게임’이다.
추측은 그렇다고 치고, 이 잇단 대형사고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북한 체제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다. 어둠의 땅, 모든 것이 은폐되는 체제가 북한으로 이 암흑의 체제에서 전해지는 대사건의 진상은 영원히 묻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또 다른 한가지 사실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동맹관계라는 한-미 관계가 날로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한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개적 불만이다.
미국이 한국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다. 민감한 정보를 건넸을 때 바로 북한측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출범 이후 나타난 현상이니까. 그게 이번 사태로 극명히 드러났을 뿐이다.
“또 대폭발 사고다. 이번에는 체제의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폭발이다.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다. 미국은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중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도. 한국은 그러나 속수무책이다….” 진짜의 상황,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런 일이 없지는 않 을까.
그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북한문제, 한국의 통일문제는 어쩌면 한국의 손을 떠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나친 비관 인가.
옥세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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