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일어난 폭발사건이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쓸데없는 말싸움을 불러 일으켰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그 폭발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접근방식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 폭발은 분명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외교관들은 폭발 현장 방문 허가를 받아내려 애를 쓰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은 북한 인접 국가들과의 협의, 그리고 북한의 동기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다.
케리 의원은 2001년 부시가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대통령의 대북한 정책을 지지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부시의 정책은 조심스럽게 고려를 한 결과이다.
부시행정부는 출범 당시 북한에 대한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발표했다. 김대통령은 부시와 조속히 만나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 그리고 그와 흡사한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받아내고 싶어했다. 당시 한국 외무장관은 부시 대통령 취임 3주 후부터 한미 정상회담 스케줄을 받아내려고 애를 썼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가능한 정책들을 평가하고 우방국들과의 협의를 거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였다. 한국 외무장관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만났고 파월 역시 행정부가 정책 검토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2001년 3월7일 정상회담에 동의했다.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이 합의한 1994년 제네바 협정에 대해서는 공화당 측에서도 많은 지지가 있었다.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 의장도 그 중 한사람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국제 사찰단에 문을 여는 등의 조건으로 중유 공급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01년 초부터 우리 중 일부는 북한의 핵 보유능력 제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그 방법이 최선인지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2002년 10월 북한은 비밀리 우라늄 농축실험을 진행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2003년 1월 핵확산 금지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이 일련의 사태는 부시행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기보다는 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2001년 3월 부시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클린턴 행정부가 시작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김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부시 행정부가 계속 지지하도록 설득하리라는 기대로 워싱턴에 왔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
클린턴 행정부 정책을 부시 대통령이 선뜻 지지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1993년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던 날들로부터 1994년 제네바 협정에 이르기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은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 후반 일련의 사태들이 클린턴의 객관성과 관련,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그해 10월초 북한의 조명록이 김정일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클린턴과 45분간 회담을 했다. 이어 10월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 김정일과 6시간 이상을 만났다.
그러더니 몇주 후 대통령 선거 며칠전 올브라이트 장관은 한국 문제 전문가 20명과 대외비 저녁 회합을 가지면서 누가 당선되든지 선거 후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대통령이 그때 가면 김정일에게 구걸하는 듯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차기 행정부가 무슨 합의도 끌어내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이 강한 반대의 이유였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사전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2001년 한미정상회담 이후 부시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정책이 없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시행정부는 국제적 반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6자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지역 안정에 기여했다. 중국의 개입은 특히 고무적이다.
부시행정부에 대북 정책이 없다는 케리 의원측의 주장은 틀린 말이다. 분명 정책이 있는데 단,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정책일 뿐이다.
리처드 알렌/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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