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라 호야-합킨스 18일 대충돌
17년전 흥분을 되살릴 명승부 전망
“17년 전 슈가 레이 레너드와 마빈 헤글러의 클래식을 다시 보는 흥분으로 몸이 후끈 달게 될 것이다.” 토요일인 18일 ‘골든 보이’ 오스카 델 라 호야와 미들급 통합 챔피언 버나드 합킨스가 드디어 충돌한다. 미들급 최고의 주먹을 가리는 이번 대결은 몇 년간 기다려온 최대의 흥행카드일 뿐 아니라 17년전 시저스 팰러스에서 벌어졌던 복싱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여러 면에서 빼 닮았다는 점에서 더욱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1987년의 ‘클래식’에 투영시켜보면 합킨스는 헤글러다. 미들급을 장기집권한 챔피언이며 빡빡 머리에 거칠다.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해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고 복싱 커리어의 막판에서야 큰돈이 걸린 경기를 갖게 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델 라 호야는 레너드 역. 잘 생기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경기만 가지면 돈이 굴러들어 오는 돈 만드는 머신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최고의 흥행카드이며 미디어의 총애를 받는 선수라는 점도 닮았다. 여러 개 체급을 석권한 뒤, 더 큰 영광을 위해 상위체급의 막강한 챔피언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도 비슷하다.
헤글러-레너드 전에서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레너드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체격이 더 크고 힘이 더 센 합킨스 쪽으로 기우는 상황이다.
HBO의 해설가 래리 머천트는 델 라 호야의 도전적 태도가 레너드를 닮았다고 말한다. “레너드 만큼 자기 체급에서 많은 돈을 거머쥔 선수도 없을 것이다. 그는 최강자와 싸울 수 기회를 결코 날려버리지 않았는데 그런 점에서 델 라 호야도 같다. 레너드처럼 델 라 호야도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목표에 과감히 몸을 던져 승부를 건다”
레너드는 당시 2년 반 동안이나 복싱을 떠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체급의 막강한 강자에게 도전장을 날렸고,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2대1의 판정으로 승리를 거뒀다.
델 라 호야는 지금 레너드가 거뒀던 바로 그것을 성취하고 싶어한다. 레너드는 힘과 무게에서 막강한 챔피언에 열세였지만 한 수 높은 복싱으로 점수를 더 따냈고, 쇼맨십에서도 앞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레너드는 해냈고 델 라 호야도 버나드 홉킨스를 상대로 그것을 실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충돌이라는 점도 흥미를 고조시키는 부분. 델 라 호야는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귀족이었고, 합킨스는 블루 칼러로 고생 고생하여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델 라 호야와 레너드는 프로로 전향하는 순간부터 부와 영광이 예약됐던 선수들. 둘다 올림픽에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였으며 프로에서도 수퍼 매치를 끌고 다녔다.
반면 헤글러와 합킨스의 출발은 팡파레는 커녕 초라했다. 헤글러는 1973년 50달러를 받고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합킨스는 1988년 400달러를 받고 프로로 처음 링에 올랐으나 그마저 패했다. 그런 사정은 아직도 좀은 남아 있다. 이번 대전에서 합킨스는 1,000만 달러를 받는데 델 라 호야는 3,000만 달러를 받는다!
미들급 챔피언이 된(헤글러는 두 번, 합킨스는 3번 도전만에 챔피언이 된다) 뒤에도 캐쉬가 굴러 들어오지는 않았다. 합킨스는 1995년 이후 미들급 챔피언으로 군림해 왔지만 정작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01년 펠릭스 트리니다드를 넉아웃시키며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오른 뒤부터다.
고생 끝에 큰 돈을 만져보고 위대한 챔피언 대접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합킨스는 헤글러에 대해 갖는 동병상련의 정이 각별하다. 각고의 노력으로 챔피언이 됐고 빅 매치를 갈망하며 숱한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헤글러는 레너드와 붙기를 고대해왔지만 레너드의 여러 차례 은퇴로 닭 쫓던 개꼴이 됐고 합킨스 역시 지난 3년동안이나 델 라 호야를 쫓아다녔다.
“헤글러를 많이 존경한다. 운동하는 습관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헤글러처럼 되려고 노력해왔는데 그를 꼭 빼 닮고 싶다”는 것이 합킨스의 바램이다.
두 선배를 닮고 싶은 둘이 1987년의 테이프를 보고 또 본 것은 당연한 일. 테이프를 수도 없이 틀어 봤다는 델 라 호야는 “영감을 갖게 하는 명승부였다. 사람들은 합킨스에 도전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새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꼭 옛날 레너드의 심정일 것이다.
합킨스 역시 테이프를 여러 번 본 감상이 없을 수 없다. “델 라 호야는 레너드와 같은 전법을 쓸 것이다. 정면 대결을 펼쳤다간 자살 행위인줄 알기 때문에 레너드가 사용했던 전법대로 잔 펀치를 던지며 관중들과 심판들로부터 점수를 따려고 할 것이다. 내가 한방을 노리는데 치중하도록 묶어놓으려 들 테지만 그런 사태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합킨스는 승리를 자신한다. “이번 경기가 옛날의 클래식과 한가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기의 결과가 될 것이다. 승리의 영광은 나와 마빈 헤글러를 위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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