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저지 일원의 공·사립학교가 개학을 맞은 첫날부터 학부모와 자녀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습진도를 제대로 못 따라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며 말썽을 피우는 등 바람 잘날 없는 날의 연속인 가정이 많기 때문. 그렇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자녀와 관련된 각종 문제들을 부모들은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학교는 재학생들의 학습지원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한다. 방과 후 보충 학습지도나 가이던스 상담, 이민자 대상 영어교육, 언어치료, 물리 치료 등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서비스나 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 때때로 학교에서 즉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학부모들이 대처방안을 현명하게 선택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간단한 메모 전달이 우선
만일 자녀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거나 학습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등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또는 학교식당이 너무 지저분해 불편하다면 우선 간단한 메모를 적어 교사나 교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내용을 적고, 부모보다는 자녀를 통해 학교에 전달하는 것이 좋다.
■면담 요청편지 쓰기
메모를 전달했지만 같은 문제가 지속되거나 또는 간단한 메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면 담당교사와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면담 요청편지는 내용의 복사본을 기록용으로 보관해두고 발송한다. 또 등기우편을 통해 담당자가 편지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며 모든 우편 발송기록도 챙겨둔다. 이 같은 기록은 학부모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
면담요청 편지를 띄울 때에는 면담 목적이나 상의하고나 하는 주된 내용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또 면담시간에 동석하기 원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명단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더불어 기한을 정해 늦어도 언제까지는 만남을 갖기 원한다는 내용을 첨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서안을 띄운 교사나 당사자가 학부모와 만나길 거절했다면 그 다음 단계의 학교 관계자에게 만남을 요청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면담 요청자에게 만남을 제의했던 편지 사본을 함께 동봉하는 것이다.
■초점 있고 이성적인 대화
교사 등 학교 관계자와 자녀 문제로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의 초점을 잃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가 부모에게 전한 내용을 곧이곧대로 모두 믿는 것도 잘못이며 교사의 의견이나 입장을 먼저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또 학부모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문제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녀의 학습이나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선생님이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아이가 집에서 숙제를 제때 마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하면 교사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 수 있다.
또 대화는 간결하게 요점만 전달하고 교사와 만난 뒤에는 그날의 대화내용을 요약해 편지를 적어 감사 인사와 함께 전달하고 사본은 기록용으로 보관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화 중에 꼼꼼히 메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각보다 면담시간이 길어지고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면 단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부터 우선 생각해본다.
대화를 마치기 전에는 각자 앞으로 담당해야 할 해결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정리해 두도록 한다. 만일 대화가 진전 없이 끝났다면 그 다음 단계의 관계자를 대상으로 같은 절차를 되풀이해야 하며 물론 이때에도 이전까지 시도됐던 여러 노력들을 증명하는 편지와 메모 노트를 첨부해야 한다.
■교사가 도움이 안된다면
모든 문제는 교사와 우선 상의해야 하지만 교사 선에서 해결이 안된다면 다음 단계로 학교 가이던스 카운셀러나 학부모 코디네이터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곧장 교장에게 달려가는 것은 크나큰 실례이고 어차피 담임교사와 먼저 얘기하라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지난해부터 뉴욕시내 공립학교에는 학부모 코디네이터들이 각 학교에 배치돼 학
부모와 학교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학군 사무실과도 직접 연결돼 있어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대부분의 경우 교사나 가이던스 카운셀러, 학부모 코디네이터 또는 부교장이나 교장 등 학교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학군 사무실의 학군장이나 시교육국의 시교육감이 나서야 할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클수록 학부모들은 관련 법규와 징벌규정 및 학생으로서 자녀가 지닌 권리와 학부모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관계자와 면담 후에는
학교 관계자들과 만나서 자녀의 문제에 대해 논한 뒤에는 반드시 감사 편지를 전달하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예의 차원을 벗어나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고 더불어 학부모와 나눈 대화 내용을 학교측에 다시금 상기시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대화시간과 친분 쌓기
교사와 면담 또는 대화를 나누기 원한다고 무턱대고 아침에 자녀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를 찾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교사들이 가장 바쁜 시간이 수업 직전인 오전시간이기 때문에 차분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따라서 가능하면 사전에 미리 전화를 걸어 면담시간을 정하는 것이 예의다.
또 자녀들이 학교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하듯 학부모들도 학교 관계자들과 우호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매 학기마다 개최되는 학부모-교사 컨퍼런스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이외 견학 프로그램 동참이나 도서관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녀의 교육에 학부모가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면 좋은 인상을 교사에게 남길 수 있다.
자녀가 학교에서 말썽을 부렸거나 문제가 있을 때 학부모에게 전화한 것이 학교와의 첫 대가 되는 일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학교 관계자들을 미리 알아두면 같은 문제라도 훨씬 해결하기 쉬워진다. 또 학부모나 학생이 이미 발생한 문제상황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불평을 하더라도
학교행사 참여도가 높은 학부모일수록 문제 해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 교직원은 물
론, 청소부와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모두와 친분관계를 쌓아두도록 한다.
더불어 여러 학부모들의 문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입장과 고충을 학부모들이 이해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문제 해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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