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북한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지난 9일 대규모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폭발이 최근 ‘징후’로만 전해지던 핵실험인지 단순 사고인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북한 창건일인 지난 9일(9.9절) 중국 국경과 가까운 김형직군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발생, 직경 3.5km 정도의 버섯구름 형태의 연기가 피어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소식통은 아직 이번 폭발이 의도적 핵실험인지 사고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일단 그냥 폭발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발이 핵실험일 가능성도 있다고 짐작하는 것은 최근 몇 주 사이 미국 보도매체들이 인공위성 사진 등 첩보를 근거로 북한이 곧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잇따라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9일 폭발이 발생한 곳은 그동안 핵 시설 논란에서 거의 거론된 적이 없는 곳이어서 버섯구름 형태의 연기만으로는 핵실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미 정보기관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북한이 첫 핵무기 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만한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이 정보보고에 나타난 북한의 핵 실험 징후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우려되는’ 정도였다.
‘북한 움직임’은 미 정보기관들이 지난해 핵 실험을 할 수 있다고 지목한 곳을 포함한 몇 몇 핵 실험장소로 의심되는 지역에서 ‘물체의 의심스러운 이동’이 포착됐다는 것이었다.
또 이번 사고를 핵실험으로 볼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때마침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인 6자회담을 거부한다는 뜻을 잇따라 밝혔고 최근 다시 핵 억제력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플루토늄 추출 작업을 계속했고 지난해 말 이 플루토늄의 용도를 변경했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정황이 곧 북한의 핵실험 단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차라리 북한이 모종의 핵 관련 움직임을 시도함으로써 6자회담 등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주변국 특히 미국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위장행동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다목적이기는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정치외교적 무기’였다.
일부 북한 군사소식통은 1980년대 후반 영변 핵 시설을 지상에 건설할 때도 내부 격벽을 짓고도 지붕을 덮지 않는 식으로 미국의 인공위성을 유인했으며 북-미가 1988년말 중국 베이징에서 참사관급 접촉을 가진 것은 바로 북한의 작전이 주효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북한이 좁은 땅 위에서 방사능 피해와 핵 낙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상핵실험을 했을까 하는 점도 이번 폭발을 핵실험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1990년대 말 북한은 파키스탄 정부와의 협의 하에 발루치스탄 사막에서 핵 실험을 실시했다는 주장도 있었고 또 최근에는 실제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더구나 김형직군은 김일성 주석의 부친 이름을 딴 곳이라는 점도 북한이 이 곳을 핵실험 장소로 택했을 것이는 관측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또 지난 9일은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한 중국의 당 및 정부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기 하루 전날이었다는 점에서 김형직군의 폭발은 단순사고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이번 폭발이 핵실험이 아니라면 그 진상은 곧 밝혀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폭발이 핵실험이나 실험을 위장한 행위였다면 북한 당국이 중국 정부에 미리 통보했을 것이고 미국 정보기관들도 이미 사건의 윤곽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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