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사디나의 원 콜로라도 광장은 뛰어난 건축물들과 식당및 상점, 그리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LA의 많지 않은 공간중 하나이다. 이곳의 야경은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패사디나 ‘원 콜로라도’
40여 레스토랑·샤핑몰 밀집 지역
콘서트-예술품전시등 다양한 행사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를 대라면 로마의 삐아짜 나보나를 대겠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밀실’의 대비는 여러 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르네상스 시대, 가문의 암살과 음모라는 어두운 역사를 지나오면서도 이탈리아인들이 그처럼 밝은 성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찬란한 태양빛도 이유겠지만 광장 문화 때문이 아닐는지. 이탈리아 마을의 중앙에는 의례 광장이 있다.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오고 처녀 총각들은 그 분수의 난간에 기대 앉아 젤라또를 핥으며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다.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들 역시 물끄러미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한참 때를 회상하신다. 로마 뿐만은 아니다. 베니치아의 샌 마르꼬 광장, 파리의 콩코드 광장 등 유럽은 온통 광장에 둘러싸여 있다. 광장이란 게 꼭 그렇게 넓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칠리아 코딱지만한 마을의 광장은 사내아이 소변 줄기만큼 옹색한 분수를 가운데 두고 있을 뿐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저녁 바람을 쏘이며 대화를 나눌 공간으로는 더 없이 충분하다.
원 콜로라도 광장을 나타내는 벽화.
LA에는 참 광장이 드물다. 광장이 흔치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너무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광장이란 건 기본적으로 차가 없이 사람들이 걸어 다닐 만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는 바닷가에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광장이 형성된다.
패사디나의 원 콜로라도(One Colorado)는 LA의 흔치 않은 광장 가운데 하나다. 이 일대에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학적으로 볼 때 보석 같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유럽에서야 이 정도 건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을 터이지만 100년 역사가 아쉬운 이곳에서야 이건 거의 문화재 감이다.
이 주변의 건물 17동은 건축상도 다수 수상했다. 약 100년 전부터 있어온 커뮤니티와 플라자. 콜로라도 블러버드가 시작된 곳에 붙여진 주소가 바로 원 콜로라도였다.
콜로라도 블러버드의 샤핑센터 사이로 난 샛길로 들어가면 마치 유럽 한 마을의 광장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중앙의 분수에서는 쉬지 않고 물이 흘러내리고 밤이면 공중에 밝혀진 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며 영롱한 빛을 비춘다.
40여 개의 레스토랑, 샤핑몰이 밀집해 있는 것은 물론 콘서트, 축제, 아트 마켓, Armory Center for the Arts가 큐레이트 하는 예술품 설치 등 다양한 행사도 자주 펼쳐진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포르나이오(Il Fornaio)의 패티오는 마치 유럽의 사이드워크 카페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감동스런 햇살을 한 조각이라도 놓칠까봐 다닥다닥 의자를 붙여놓은 것도 마다하지 않는 고객들.
쉬지 않고 어색한 침묵을 메우려 애쓰는 대화를 나누기보다 이곳에 앉은 사람들은 함께 있음을 무언으로 즐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표정이다.
꼭 뭔가를 사지 않더라도 가만히 앉아 카푸치노 마시던 것도 싫증나면 일어나 이곳저곳 매장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스타일 있는 의류를 판매하는 A.B.S.와 아마니 익스체인지, 캐주얼한 의류 브랜드인 갭, 제이 크루는 물론이고 땡땡이 무늬의 비키니를 판매하는 캐년 비치웨어도 구경거리가 쏠쏠하다. 여성 속옷 전문 판매점 빅토리아스 시크리트도 볼 것이 적지 않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아트스토어는 전 세계 뮤지엄 기념 숍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한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곳. 종이로 만든 고품격 문구를 판매하는 파피루스, 강아지를 위한 모든 것을 팔고 있는 쓰리 독 베이커리(Three Dog Bakery)도 독특한 매장이다.
한참을 노닐다가 영화나 한 편 볼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램리즈 원 콜로라도 시네마(Laemme’s One Colorado Cinemas)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지하로 들어가는 독특한 스타일의 극장은 블락버스터는 물론 아트 무비도 심심치 않게 상영하고 있다.
먹을거리도 참 많다. 퓨전 일식집 스시 로꾸, 이태리 레스토랑 일 포르나이오, 캐주얼하게 햄버거와 셰이크를 먹을 수 있는 자니 라켓, 지중해 연안 요리를 선보이는 카페 산토리니 등 분위기 짱, 맛도 짱인 레스토랑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벨기에 최고의 초컬릿, 레온디아스 초컬릿도 있다.
원 콜로라도 문화행사
여름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더욱 많은 이들이 몰려들던 원 콜로라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한층 더 풍성한 문화 행사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원 콜로라도에서는 9월 말까지 서머 뮤직 시리즈(Summer Music Series)가 계속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11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무료로 공연된다.
▲9월 10일(금) L.A. 뮤직 아카데미 재즈 앙상블. 마일즈 데이비스 듀크 엘링턴의 레퍼터리 연주.
▲11일(토) 루이즈 크루즈 벨트란과 라틴 오케스트라는 브라질, 아프리카, 쿠바의 음악인 블루스, 살사, 래게, 재즈를 멋지게 연주한다.
▲17일(금) 패사디나 심포니는 메조소프라노 킴벨 윌러, 합시코드 주자 브라이언 페조네를 초청해 이태리 음악 향연을 벌인다. 몬테베르디, 로시니, 베르디 등의 아리아와 기악곡이 연주된다.
▲18일(토) 메트로폴리스 오케스트라.
▲24일(금) 패사디나 심포니 관현악 5중주단.
▲25일(토) 로버트 인첼리와 라틴 재즈 밴드. 베네수엘라 밴드 리너인 그는 맘보, 메링게, 삼바를 재즈와 블루스, 빅밴드에 혼합해 신명나는 음악을 선보인다.
■10월 9일(토) 아트 나이트(Art Night): Armory Center for the Arts로부터의 3가지 아트 전시. LA 뮤직 아카데미가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옥외 뮤지컬도 공연된다. 정오-오후 8시.
■패사디나 아트 디자인 오픈 마켓: 이 일대 아트 스쿨의 학생과 직원, 졸업생, 디자이너, 사진작가, 조각가, 도자기 작가, 보석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오전 10시-일몰 때까지.
■Land Sea Sky Film Festival: 자연과 인류의 상호관계를 조명한 영화 5편을 10월 9일(토)-23일(토)까지 3주간 상영한다. 원 콜로라도 광장 옥외 Crate & Barrel 2층 건물의 30피트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비친다. 영화 상영 시작 오후 8시. 무료.
▲10월 9일(토) Rivers and Tides: 토머스 라이델샤이머 감독. 2001년 작. 90분. 스코틀랜드 조각가 앤디 골즈워티의 정신세계로 떠나는 여정. 그는 자연 재료를 이용해 설치 예술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 골든게이트 상 수상작.
▲10월 15일(금) Koyaanisqatsi 1983년 작. 87분. 제목은 호피어로 ‘균형이 깨진 삶.’을 의미. 도시 생활, 테크놀러지와 환경의 충돌에 대한 종말론적 작품. 자연과 현대 사회의 부조화가 주제. 아래 두 편을 포함하는 3연작은 모두 Godfrey Reggio 감독 연출, 필립 글라스 음악으로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했다.
▲10월 16일(토) Powaqqatsi 1988년 작. 99분. 변화, 다양성, 문화 발전과 사멸의 기록.
▲10월 22일(금) Naqoyqatsi 2002년 작. 89분. 강렬한 현실 이미지들이 최면적 음악과 극적 효과를 이뤄 긴장을 가속화하며 현대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요요마가 첼로를 연주했다.
▲10월 23일(토) Winged Migration Jacques Perrin 감독. 2002년 작. 85분. 봄에 먼 거리를 날아왔다가 가을, 같은 행로를 날아 되돌아가는 새들의 이동을 4년간 밀착 촬영한 오디세이.
■주차장
Fair Oaks와 Union St. 남동쪽 코너. 원 콜로라도는 이 주차장에서 길 건너 서쪽 방면. Colorado 선상 Fair Oaks, Union, DeLacey 일대. 주차비 매일 월-금요일은 오후 5시까지 매 30분마다 1달러. 최고 5달러. 오후 5시 이후, 토·일요일 종일은 5달러. 램리즈 원 콜로라도 시네마는 1달러에 3시간 주차 밸리데이션을 해준다.
주소 24 E Union St. Pasadena, CA 91103. www.onecolorado.net.
문의 (626) 796-1471, (626) 564-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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