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연합뉴스) 박재천기자=
한국축구가 약체 베트남에 쩔쩔 매며 또다시 치욕적인 망신을 당할 뻔하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호치민 통냣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축구 아시아 2차 예선 7조 4차전에서 이동국의 동점골과 이천수의 천금같은 역전 결승골로 베트남을 2-1로 제압했다.
한국은 이로써 예선 중간전적 3승1무(승점 10)를 기록해 이날 몰디브를 5-2로 꺾은 레바논(3승1패)을 승점 1차로 앞선 살얼음 선두를 지켰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오만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치욕의 패배를 안겼던 베트남을 월드컵 예선에서 두번 모두 꺾고 역대전적에서도 15승6무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아시안컵 8강에 그쳤던 본프레레호는 출범 이후 4승2무1패를 기록했다.
승점 3을 챙기기는 했지만 차두리의 퇴장과 선제골 허용으로 후반 중반까지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졸전을 펼쳤다.
미드필더진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한국축구는 고질적인 약체 징크스에 다시 휘말린 듯 공격에서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수비라인에서도 베트남의 기습 공격에 허둥대다 실점 위기를 맞는 등 월드컵 4강 진출국의 위용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 밀집수비를 예상하고 3-5-2 포메이션을 가동한 본프레레 감독의 전략은 전반 여러 차례 찾아온 찬스를 공격수들이 잇따라 놓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전반 7분 이동국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안정환이 10분과 17분 연달아 슛을 날렸으나 골문을 어림없이 빗나갔고 20분 이동국의 헤딩슛도 왼쪽 포스트를 살짝 비껴갔다.
전반 31분 이천수의 패스를 받은 설기현이 결정적인 골 찬스에서 슛을 날렸으나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돼 크로스바를 넘었다.
한국은 전반 10차례나 슈팅을 난사했으나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한국은 급기야 차두리가 전반 41분 베트남의 팜 반타이엔을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하면서 수적으로도 열세에 몰렸다.
한국은 계속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더니 결국 후반 4분 먼저 골을 내주고 말았다.
베트남의 팜 반타이엠이 한국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린 슛을 수비수 박재홍이 걷어낸다는 것이 머리에 맞고 그라운드에 한번 튀면서 휘어져 오른쪽 골 포스트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것.
다급해진 한국은 총공세에 나섰으나 여전히 골 결정력 부족으로 한참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후반 19분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천수가 오른쪽을 돌파해 올린 정확한 크로스를 이동국이 달려들며 머리로 꽂아넣어 겨우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동국은 본프레레호에서 4경기 연속골을 뽑았다.
본프레레호를 극적으로 수렁에서 구해낸 것은 이천수였다.
이천수는 후반 31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교체멤버 최성국이 유도해낸 프리킥 찬스에서 베트남 골키퍼가 한발짝도 꼼짝할 수 없는 오른발 프리킥을 골문 왼쪽 상단으로 그림같이 꽂아넣어 역전골을 뽑아내며 1골 1도움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은 간신히 역전에는 성공했지만 후반 39분 팜 반타이엔에게 다시 한번 간담이 서늘한 슈팅을 허용하는 등 끝까지 불안한 모습을 지우지 못했다.
한편 레바논은 지난 3월 한국이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했던 몰디브를 맞아 골 세레를 퍼부어 5-2로 이겼다.
레바논은 몰디브 말레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후반 30분까지 5골을 몰아쳐 승부를 결정지었고 몰디브는 후반 막판 2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평양에서 열린 예선 5조 경기에서 태국을 4-1로 대파하고 2승2무를 기록했다.
아테네올림픽 4강에 올랐던 이라크도 2조에서 대만을 4-1로 꺾고 2승2무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8일 전적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7조
한국(3승1무) 2-1 베트남(1승3패)
레바논(3승1패) 5-2 몰디브(1무3패)
△동 1조
카타르(2승2패) 6-1 라오스(4패)
△동 2조
이라크(2승2무) 4-1 대만(4패)
△동 3조
오만(3승1패) 2-0 싱가포르(4패)
△동 5조
북한(2승2무) 4-1 태국(1승3패)
△동 6조
바레인(3승1무) 2-1 키르기즈스탄(1무3패)
시리아(2승1무1패) 1-0 타지키스탄(1승1무2패)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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