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함께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던 28회 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은 참가의 의미가 있는 것이 라지만 메달을 따기 위한 국가 간 경쟁으로 체육 전쟁화 된 지 오래이다.
그래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전략과 투자도 엄청나다. 한번 금메달을 따면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다. 금메달 수를 국력의 크기를 재는 수단으로 삼기도 하다. 이처럼 개인에게나 국가적으로도 올림픽 메달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약물을 사용해서라도 때로는 심판을 매수해서라도, 때로는 다른 선수를 밀쳐서라도 메달 따는 데 집착을 하게 된다. 잘못된 오심으로 얻은 메달이라 할지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올림픽 메달이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온 국민의 영웅이 되어 시가행진을 하고 나라에서 주는 연금과 포상금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들어온 축의금으로 평생을 보장받게 된다.
이렇게 상업화된 오늘날의 올림픽이 과연 쿠베르탱 남작이 그렸던 올림픽 정신일까? 금메달을 딴 사람과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간에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대우. 아무 것도 목에 걸지 못한 선수는 차라리 죄인처럼 목을 늘어뜨린 채 귀국하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인 것을.
28회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기 전 한국선수단 1진이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때 그 앞을 가로막고 고함을 질렀던 한 무리의 휠체어부대가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아테네 올림픽에 연이어 열리는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선수단과 관계자들이었다.
왜 이들은 그런 데모를 벌였던 것일까? 그들의 주장은 “장애인 올림픽에도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장애인들의 거친 항의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들은 관계기관에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고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신사적인 방법으로 데모를 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미디어가 총동원된 출국장을 하소연의 현장으로 삼았다.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선수라 해도 마땅히 연습할 경기장을 보장받지 못한 채 휠체어를 끌고 장애인 접근 시설이 되어 있지도 않은 여인숙 같은 데서 합숙을 하는 게 한국정부가 이들에게 베푼 혜택이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올림픽에 참가해서 일반 올림픽 선수단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곤 했어도 선수단 환영은 고사하고 언론조차 기사 한 줄 올리는데도 인색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와도 박수 치는 시민 하나 없는 공항에서 머쓱하게 귀향 길에 오르면서 그들은 한숨을 짓는다. 포상연금이 일반 올림픽 메달자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것도 최근에야 생색을 내기 위해 주어졌을 뿐이다. 격려금이 필요하다면 장애인들이 더 필요할 텐 데도.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와서도 얼굴이 어둡다.
장애인 올림픽을 일반 올림픽과 차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를 입고 차별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억울한데 똑같은 노력을 하고 똑같은 성적을 거두었는데도 차별을 당해야 하는가.
장애인 올림픽이야 일반 올림픽 보다 메달 따기가 더 쉽지 않은가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만에 말씀이다. 장애인 올림픽 기록이 일반 올림픽을 능가하는 세계신기록이 6번이나 나올 정도로 수준급이다.
금메달을 땄다고 광고 모델로 섭외가 오는 것도 아니고 기업 스폰서가 붙지도 않는 장애인 선수들이야말로 연금혜택이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더 주지는 못할망정 일반선수들에 훨씬 못 미치는 연금 차별은 인권차별이요 비윤리적인 처사이다.
김홍덕목사·조이 장애 선교 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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