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창단한 비영리극단 ‘서든인라이트먼트 디어터’(SET·예술감독 김은희)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는 실험극단이다.
한국 연극인 출신 김은희씨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단원들은 무용전공 한인 1.5세, 2세, 타민족들로 구성돼 있다.서든인라트먼트 극단은 그동안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에서 님의 이미지만을 골라 재구성한 시극 ‘님’과 ‘49재’, 단군신화를 다룬 ‘태’,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극화한 ‘고기의 업’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무용과 연극을 합친 퍼포먼스 작품들을 발표, 뉴욕 연극계에서 호평받아 왔다.
지난 2002년에는 100년 101명의 한국인 이민자들과 이들과 결혼한 한국 사진신부들의 애환, 화합, 사랑을 동작과 음악으로 표현한 ‘사진신부의 꿈’을 뉴욕에서 초연했고 이듬해에는 워싱턴D.C.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올 3월에는 이 극단 대표 김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뉴욕 한인 사회에서는 최초로 한인 청소년들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뉴욕한국일보 특별 후원의 청소년 연극 ‘우리 읍내’를 무대에 올렸다.
주제와 완성도 있는 선 굵은 작품만을 발표해온 이 극단은 9월16∼19일 맨하탄 남단의 뉴시티 극장(Theater For The New City)에서 한국 분단 반세기의 아픈 현실을 다룬 김은희 감독의 연출 작품인 무용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Beyond the DMZ)를 뉴욕한국일보 특별 후원, 뉴욕한국문화원과 열린공간 공동 후원으로 공연한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됐다. 그러나 일본군의 무장해제라는 단순한 군사적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미,소 양국의 한반도 진주는 한반도의 분단을 초래했다. 북위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에 2개의 독립된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은 1950년 6월25일 남침, 동족상잔이라는 엄청난 민족적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 이후 천만 이산가족의 한, 전쟁의 공포, 적대감 등 분단의 해악이 심화되면서 남북은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다.
남북간 이념과 체제의 대립은 계속 평행선을 달려왔다. 결국 한국의 지난 반세기는 분단, 상이한 정치 체제, 적대적 관계, 이질화, 분단 해소의 어려움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김 감독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에서 한국 이산가족들의 고통은 덜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연출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서든인라이트먼트 극단 단원들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공연에서 이제 분단 55년을 맞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그리고 천만 이산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행위와 음악으로 표현한다.
정현진, 프리실라 박, 사 하라리, 사라 파프, 미셸 정기닐, 유카 키쿠치, 세르게이 아니키예프, 뎃즈오 요시다, 알리사 오스 등 9명의 출연진은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을 독특한 음악과 무용 동작으로 끌어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게 된다.
나타사 트리판(안무), 김지양(무대 디자인), 다니엘 그린(조명 디자인), 윤현준(음향), 민원미(의상)씨 등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11개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휴전선을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 시작, 북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는 노인의 장례식,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 일제 시대, 얄타회담과 좌익과 우익의 대립, 6.25 전쟁, 전쟁 이후 분단된 긴장된 한국 사회, 남북 분단에 따른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 이산가족들이 기다리던 남북 회담의 지연에 이어 1983년 여의도 광장에서 전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든 이산가족 상봉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한인 1세 뿐 아니라 1.5세와 2세들에게 한국의 분단 역사를 보여주는 좋은 공연이다. ,
▲공연일시: 9월16∼19일 목∼토 오후 8시, 일 오후 3시
▲장소: Theater For The New City 155 First Avenue(9가와 10가 사이)
▲입장료: 일반 15달러, 학생과 노인 12달러
▲문의: 718-651-7725(한국어), 212-254-1109(영어)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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