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코프] 베테랑 스타들 가을 안장극장 ‘점령’
올 하반기 안방극장은 베테랑들이 접수한다.
1990년대 브라운관을 화려하게 장식한 베테랑 스타들이 2004년 가을 안방 극장에서 충돌한다. 최민수 최수종 김희애 채시라 김혜수 등 안방극장 최고의 스타로 주가를 높인 베테랑들이 모처럼 인기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들 중엔 꾸준히 안방극장을 지키며 위력을 과시한 연기자도 있지만 좀처럼 브라운관 나들이를 하지 않았던 연기자도 있다. 신세대 스타들이 안방극장의 주인공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가운데 이들 베테랑들이 대거 몰려든 점은 기현상이라면 기현상.
방송가에선 안방극장 주인공의 역물갈이가 이뤄질지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30~40대 시청자들은 90년대 드라마 전성기를 돌아보며 이들의 리턴 매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 누가 어떻게 만나나
10월 방송 예정인 MBC 주말극 ‘한강수타령’(극본 김정수ㆍ연출 최종수)의 최민수 김혜수와 KBS 2TV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극본 김수현ㆍ연출 정을영)의 김희애 사이에 벌어질 격돌이 최대 관심사다. 특히 90년대 미녀 스타로 안방 극장을 양분했던 김희애와 김혜수의 첫 대결은 올 하반기 방송가 최대 이벤트로 여겨지고 있다.
두 사람의 경쟁은 두 거목 작가 김수현과 김정수의 대리전 양상까지 띄고 있어 한층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카리스마의 상징 최민수가 김혜수의 편에 가세, 흥미를 더한다.
몇몇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민수의 단짝이었던 허준호는 ‘부모님 전상서’에서 김희애의 남편으로 등장, 왕년의 명콤비와 대결을 벌인다. ‘엄마의 바다’ 이후 11년 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하는 최민수는 ‘엄마의 바다’에서 의형제였던 허준호를 적으로 맞게 된 셈이다.
최수종과 채시라는 한 작품에서 ‘내부의 적’으로 만난다. 11월 방송 예정인 KBS 2TV 사극 ‘해신’(극본 정진옥 황주하ㆍ연출 강일수)으로 MBC ‘아들과 딸’ 이후 12년 만에 만나는 두 사람은 신라 상권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적대 관계다. 두 사람은 기존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8년 손지창과 결혼한 후 드라마 나들이가 뜸했던 오연수도 시청자를 찾는다. KBS 2TV 수목극 ‘열혈 아줌마 성공기’(극본 박은령ㆍ연출 김평중)를 통해 억척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맞대결을 벌여야 하는 다른 베테랑들과 달리 그녀는 MBC ‘아일랜드’의 이나영, SBS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박정아 박예진 등 신세대 스타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 베테랑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탄탄한 연기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와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방송사의 대응 방안이 일치한 덕택이다. 여기에 안방극장의 매력을 새삼 절감한 스타들의 태도 변화가 가세하며 베테랑 스타들의 안방 러시가 이뤄졌다.
최근 드라마들은 신세대 스타들의 경연장이 되다시피 하면서 상대적막?완성도가 낮아진 게 사실이다. 설익은 신세대 스타들의 어색한 연기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시청자들의 채널 이탈 현상을 가져왔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연기자를 앞세운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방송사의 눈이 베테랑에게 돌아갔다. SBS 특별기획 ‘완전한 사랑’, KBS 2TV 수목극 ‘꽃보다 아름다워’, MBC 월화극 ‘영웅시대’ 등이 좋은 사례다.
신세대 스타들을 입도선매한 몇몇 외주 제작사들의 초대형 프로젝트들은 방송사의 제작 환경을 흔들어 놓았다. ‘슬픈연가’의 김희선 권상우 송승헌,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의 김래원 김태희 등 어지간한 신세대 스타들은 모두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어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구관이 명관’인 회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민수 김혜수 등 주로 스크린에서 활동하던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매력을 새삼 절감한 점도 도화선이 됐다. 관록을 자랑하는 이들은 보다 많은 향유 계층을 지닌 드라마에서 폭 넓고 안정된 인기를 누리고 싶어진 것이다.
KBS 드라마국의 고위 관계자는 “신세대 스타들의 몸값이 과도하게 올라가고 캐스팅이 힘들어지는 가운데 베테랑들의 복귀는 드라마 트렌드 자체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중견 연기자들이 주말극 및 일일극 시간대에 주로 자리잡고 있지만 앞으로 신세대 스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니시리즈 시간대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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