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쓰고 있는 시간 현재 54개의 메달을 따고 있다. 금메달만 24개. 미국과 한 개 차이다. ‘미국도, 러시아도 아니었다. 중국이었다’-. 한국 신문의 첫 반응이다.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타임지의 제목이다.
항상 스마일이다. 여유 있는 자세다. 그리고는 미국을 상대로 선두경쟁이다. TV 스크린에 비쳐지는 중국이다. 이러다간 베이징 올림픽에선 중국이…. 저마다 경이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세상은 온통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완장을 찬 홍위병. 모든 권위는 무너졌다. 문화혁명이란 광란의 소용돌이에서도 그러나 그들은 훈련에만 매달렸다. 모택동 주석의 한마디 말 때문이다. 올림픽 메달만이 중국의 자존심을 찾는 길이라는.
올림픽을 유치해야만 한다. 그럼으로써 한 세기에 걸쳐 중국이 당한 수모를 씻어야 한다. 등소평도 말을 남겼다. 그 유훈이 지켜졌다. 염원도 이루어졌다. 2008년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아테네에서는 그리고 마치 리허설에라도 임하듯 미소를 지으며 중국은 메달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얼굴에는 그런데 어딘가 오만이 배어있는 것 같다. 아니, 오만으로 잔뜩 찌푸린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사와 관련해 중국이 내보이는 또 다른 얼굴이다. 이와 함께 한가지 질문이 계속 뇌리를 맴돈다. 중국은 도대체 무엇인가.
중국은…. 하나가 아니다. 두 개다. 시장 사회주의의 중국이 그 하나다. 돈을, 오직 돈만을 숭배하는 중국 말이다. 또 다른 중국은 압제와 빈곤으로 얼룩진 중국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가 내린 중국에 대한 정의다.
중국 공산당은 두 개의 중국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말이다. 올림픽의 화려한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중국. 그리고 절대빈곤 속에 ‘1억의 실업자 군단’을 쏟아내고 있는 농촌, 게다가 민주세력은 철저히 말살되는 체제로 상징되는 중국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의는 이렇게 내려진다. 스스로를 파괴시킬 씨앗을 그 안에 지닌 1당 독재국가다. 중국은 하나의 제국이고, 중국 공산당은 바로 역대 제국주의 왕조의 계승자다.
이 ‘엠파이어’로서의 중국은 무엇보다도 청(淸) 왕조를 몹시 닮았다는 이야기다. 수 천년에 걸쳐 정비된 전제정치의 틀을 통해 전 국민을 통치하고 있어서다. 거기다가 비(非)한족(漢族)에 대해서는 상당히 거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중국. 제국주의 왕조로서의 중국. 이 말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체제가 몹시 허약하다는 의미다. 제도적으로 부패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런 체제가 지나치게 야심적이다. 아직도 공산당 최우선을 고집하고 있는 중국체제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이 체제는 그러면 얼마나 갈까. 그 다음 제기되는 질문으로. 그 전망은 대체로 흐린 편이다. 정치, 사회개혁 부재 속에 외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경제정책에서, 또 조야한 민족주의로 채색된 정치노선에서 벌써부터 피로감이 감지되어서다.
체제의 평화적 전이도 불가능할 것 같다. 역대 중국의 체제는 하나같이 유혈사태와 함께 무너지고, 또 대체됐기 때문이다. 저명한 중국 전문가 로스 테릴의 예측이다. 그가 제시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한국이나 대만의 민주화 과정을 답습하는 정도. 그렇지만 그리 자신 있는 전망은 아닌 것 같다.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 세 올림픽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체주의 체제가 그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개최한 올림픽이다.” 보다 극단적인 관측통들이 중국의 장래 전망과 관련해 제시하는 모티브다.
외적으로는 화려한 듯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체제는 근본적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전체주의 체제다. 이들이 보이고 있는 중국관의 출발점이다.
점프해 말하면 이렇다. 나치 히틀러 체제는 베를린 올림픽이 열린 지 10년이 못 돼 패망했다. 소련 공산주의 체제는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10년여 무렵에 무너졌다. 이 논리의 연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당 체제는 2018년을 전후해 무너진다는 거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2008년이고 이후 10년께의 시점이 그 때니까. 지극히 우파적 관측이다. 그렇지만 뭔가 집히는 게 아주 없지도 않다. 한 중국 공산당 원로의 개탄이 생각나서다. “부패와 싸우지 않으면 중국은 망한다. 부패와의 전쟁은 그런데 공산당을 파멸시킬 것이다.”
중국이 또 메달을 추가했다. 도대체 몇 개인가. 그 금빛 나래가 그런데 갑자기 허상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생각은 왠지 자꾸만 2018년 이후로 날아간다. 그 때 가면….
옥 세 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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