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공과 교수>
지난 주 뉴욕에서 약 400여 년 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선 그림이 교포 사업가인 윤원영 씨에 의해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그림은 조금씩 다른 4척의 거북선을 비롯한 돌격선, 보급선 등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 함대가 군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실사화이다.
필자는 이번 거북선 그림의 발굴과 공개는 1970년대 백제 무령왕릉의 발굴 이후 최대의 고고학적 경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특히 공학자들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거북선의 모습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무적함대의 주축인 거북선의 진정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역사책이나 백과사전 등에 소개되고 있고 심지어 한국의 여수 앞바다에 둥실 떠있는 거북선의 모형을 보면 저런 배로 어떻게 화포를 쏘고 적진 속에 돌격하여 전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나게된다. 전함이라면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 방향 조절의 용이성, 전황의 파악 기능, 함선의 안정성이 필수적인데 그 동안 알려진 거북선은 외양으로 보아 이러한 점이 취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배의 규모에 비하여 화포가 지나치게 많이 배치된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만일 이들 화포가 불을 뿜는 경우, 화약 연기에 거북선 내부의 수군들이 질식하기 십상이며 또한 비상시 수군들이 거북선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물 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적인 형태와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거북선도는 이러한 과학적 의문을 일거에 해소하게 하여준다. 우선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타원형의 선체와 3층 이상의 거대한 구조를 갖는 거북선은 그 크기에서 위용을 느끼게 하여 마치 현대의 항공모함과도 같다. 또한 초대형 화포를 쏠 수 있는 창은 널찍하고 충분히 환기가 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으며 거북선 꼭대기에는 동서남북의 전황을 환하게 보면서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지휘소가 설치되어 있다. 이밖에 이 거북선도를 상세하게 보고 있으면 모든 설계가 매우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그 기발하고 창의적인 모습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적을 교란하기 위하여 거북선과 돌격선에 설치된 방패에 그려진 나선형 무늬는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치밀하게 전략을 준비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이 그림 속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활기차고 분주한 모습이어서 그림을 보기만 해도 신이 날 정도이다.
아마 이 그림은 이순신 장군의 승전소식을 들은 선조가 한양으로 환궁한 후 궁궐의 화공(畵工)을 보내어 승전의 핵심이었던 거북선을 그리게 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이 그림에는 일체의 글이나 낙관 등이 없는데 화공이 왕에게 바친 공식적인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공은 이 그림을 선조에게 보이면서 조금씩 다른 모양의 거북선들의 구조, 판옥선, 돌격선, 보급선 등은 물론 당시 기백이 하늘을 찌를 듯한 조선 수군의 활기찬 모습을 상세하게 본대로 설명하였을 것이다. 이때 보고를 받는 임금의 기뻐하는 모습은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그런데 불행히 이 역사적 그림이 일본으로 약탈되었다가 300년이 지나 우연한 인연으로 미국인에게 넘어갔고 이것이 또다시 재미동포 한사람의 집요한 의지에 의해 다시 우리 한국인의 손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 거북선도를 보면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그리고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그의 지휘하래 총단결하여 배를 만든 수많은 목수들과 백성들의 피땀어린 정성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 없다. 거북선이 이끄는 무적함대가 수백척의 왜선을 격파하는 장면은 생각할 수록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거북선이야말로 세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최고의 걸작품으로 세계 해전사에 찬란히 빛나는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러한 거북선의 웅장하고도 과학적인 자태가 사진처럼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는 이 그림은 당장이라도 국보로 지정하고 우리는 이를 세계에 자랑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의 불행했던 상처를 헤집으며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미명아래 서로를 갈기갈기 찢고 미래를 외면하는 작금의 한심한 조국의 현실을 보면 이번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북선 그림은 우리의 긍지를 드높이고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이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메시지를 우리 후손들에게 보내기 위하여 400년 전 장렬히 전사하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