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사람은 자기 복은 스스로 타고나기 때문에 일단 태어나면 스스로 알아서 큰다’고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주요 성장기인 0~5세 시기에는 특히 발달 장애 또는 발달 지체 징후가 있는지 여부를 자세히 살피면 훗날 더 큰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 공식 발족한 뉴욕 특수교육 정보 나눔터<본보 2004년 7월15일 A2면 보도>를 통해 조기 장애 발견의 중요성과 관련 서비스에 대해 알아본다.
현재 미주 한인사회내 장애인구에 관한 정확한 집계 자료는 없다. 전체 인구의 10~12%를 장애자로 평균 집계하고 있는 학계의 기준으로 미루어볼 때 한인 장애인 수도 상당수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기준은 이미 장애로 분류된 경우에만 해당된다.
학교 등 현실 교육현장에서는 수많은 학습 장애아들이 정작 장애로 분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장애인구는 학계의 집계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가 장애아로 분류되길 원치 않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방치되는 장애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종과 달리 비교적 소극적이고 얌전한 성향의 한인학생들은 장애 징후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시기를 놓치기 쉽다.
장애는 눈에 띄는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주의력 결핍증 등의 과잉성 행동장애, 난독증 등을 포함하는 학습장애 등 각종 장애가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동을 분류할 때는 언어, 인지능력, 적응능력, 사회성/감성, 신체발달 등 여러 분야를 종합 검진해 전체의 33% 이상이 지체라고 판단되면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게 된다.
장애는 조기 발견할수록 적합한 교육치료를 실시할 수 있고 이는 성장 후 일반 아동과 장애의 폭을 최대한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들은 5세 이전에 평생에 필요한 기본적인 모든 능력을 익히기 때문에 조기 교육과 조기 치료는 그만큼 중요하다.
실제로 조기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제때 적절한 교육치료를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큰 차이를 드러낸다. 예일대학이 말문이 늦게 트이고 알파벳 습득이 늦는 등 난독증 징후를 보인 아동들을 정상발달 아동들과 비교해 본 결과, 말하고 학습하는데 있어 서로 작동하는 뇌의 부위가 다른 점이 발견됐다. 2~3세 연령의 난독증 장애아동들에게 2~3년간 교육치료를
실시한 결과 서로 반응 부위가 거의 일치하게 돼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에게서 발달지체 징후가 발견됐을 때 `뭐~ 언젠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2~3개월 지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6개월 이상 지체가 지속된다면 장애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연령대별로 장애 진단 및 교육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이 있을까?우선 0-3세 사이 아동은 뉴욕주 조기 교육 프로그램(IEP·Early Intervention Program)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IEP는 성장발달 장애나 지체가 의심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가족 대상 서비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뉴욕주 보건국이 담당한다.
3-5세 아동이라면 뉴욕주 취학 전 특수교육(CPSE·Committee on Preschool Special Education)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CPSE는 각 지역의 학군 산하 CPSE 담당국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5세 이상 모든 취학 연령의 아동들은 시내 공립학교에서 IEP(Individual Education Plan)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위의 모든 서비스는 무료이며 전문가들이 직접 장애 여부를 진단하고 종합 평가한다. 또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른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조언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소득수준이나 체류신분, 보험 여부 등에 상관없이 수혜 가능하다.
특히 모든 특수교육 서비스는 부모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를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모든 관련기록은 부모와 본인 허락 없이는 공개될 수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모와 당사자, 전문교사 이외에는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입학이나 취업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일부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뉴욕 특수교육 정보 나눔터 대표 조수제 박사는 자녀가 학교성적이 부진하거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왜 공부를 이렇게 못하냐고 다그치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혹시 내 자녀가 학습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찍 장애가 발견될수록 장애치료 효과도 높다. 주변의 이목이나 부모 체면 때문에 쉬쉬하고 진단이나 치료를 미루다 결국 사랑하는 자녀가 훗날 더 큰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조 박사는 지체가 있다고 모두 장애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또래와 비교해 발달이 크게 늦다고 판단되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데이케어나 유치원, 학교 담임교사에게 또래와 비교해 자녀의 발달상황이 어떤지 직접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장애 또는 지체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음주부터 ①언어 발달 ②인지 발달 ③적응능력 발달 ④사회성/감성 발달 ⑤신체 발달에 대해 나눔터 소속 특수교육 교사와 언어치료사 등 전문가들의 칼럼을 차례로 연재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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