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옐로스톤의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했다.
위대한 자연에 경외감
여행일지 넷째 주 <8월3~10일>
러시아에서 가장 추앙 받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은 유리 가가린이다.
그는 최초로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궤도 진입에 성공한 사람으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여기서도 신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 공산주의 무신론자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신은 죽었다’라고 절규했던 니체의 철학도 결국 따지고 보면 유물론적이고, 인본주의적 사고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던 인간의 한계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자연 가운데는 절대자의 모습이 늘 각인돼있다.
나이애가라 폭포의 거대한 물줄기 가운데, 옐로스톤의 사람의 혼까지도 빼앗아갈 것 같은 아름다운 자연 장관가운데 살아서 숨쉬고 모든 것을 운행하는 보이지 않는 큰손이 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마음으로 느끼고 감격하게 된다.
여름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면서 그 신비한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창조의 진리에 몸서리가 쳐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 가운데 조그마한 3번째 혹성에 불과하고, 그 태양계는 거대한 은하계 가운데 작은 점에 불과하며, 더 나아가 수 백 억개의 별들이 모인 은하계 자체도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작은 먼지조각에 불과하다면… 과연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이 광대한 우주 가운데 나의 존재가 가치 있게 되는 것은 오직 물질적인 생각을 떠나서만 가능하다. 육체가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유물론적인 생각가운데 인간은 아무런 존재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치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에 있다. 그리고 이 진리가 깨달아 질 때 그 영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옐로우스톤에서 노천온천을 즐기는 사람들
오마하의 동물원.
오늘까지 달려온 거리가 6,600 마일이다. 어느 사이에 이 만큼 되는 거리를 달렸는지 기억에도 아물거리지만 어느덧 대륙횡단 여행은 피날레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한 주간은 90번과 80번 프리웨이를 타고 하루 평균 500 마일씩을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당초 계획에도 없던 엉뚱한 결정을 했다. 와이오밍주를 지나면서 아무래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들러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갑자기 방향을 서북쪽으로 튼 것이다. 서쪽으로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 셈이다. 덕분에 대륙횡단 거리는 당초 총 연장 6,700마일 예상에서, 1,000 마일이 더 늘어난 7,700 마일이 됐다. 그렇지만 옐로스톤 공원에 들어와 3일을 지내면서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미국 내에 있는 국립 공원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볼 것이 많은 장소였다.
▶ 나이애가라 폭포 → 인디애나 엘크하트/425마일
버팔로에서 90번W 프리웨이를 타고 이리호(Erie Lake)를 따라 계속 서남진하는 일정.
오늘은 하루 사이에 나이애가라 폭포가 있는 뉴욕주에서 시작해, 펜실베니아, 오하이오주를 거쳐 인디애나주에서 일박을 하기로 해서 달려갈 생각에 마음이 바쁜 날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와서 점심을 피자로 때우면서 이리호를 구경했다.
미시간주와 인디애나주의 접경에 있는 조그마한 도시 엘크하트에서 일박을 했다.
▶ 엘크하트 → 네브래스카 오마하/621마일
오늘도 하루를 완전히 운전만 하기로 했다. 서쪽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침 일찍 엘크하트를 출발해서 80번W에 올랐다.
다행히 날씨가 오전에는 70도 정도로 선선해 아이들이랑 아내를 그냥 트레일러에서 잠자게 하고 장인어른과 함께 준비해서 출발하니 아침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일리노이주를 지나면서부터는 동부 문화권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아이오와주는 넓은 초원지대가 계속 이어지면서 농촌 냄새가 물씬 뭍어 나온다.
왕년의 유행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짖고…”하는 노래가 아이오와주를 지나면서 경망스럽게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땅값도 엄청 싸서 프리웨이 주변 빌보드 간판에 1에이커에 $199부터라는 광고가 눈에 띄어 실소를 머금었다. 일리노이와 아이오와주를 주마간산으로 관통하고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도착하니 벌써 밤 9시였다.
▶ 오마하 → 와이오밍 더글라스/ 605 마일
오마하에서는 하루를 쉬기로 했다. 이틀 동안 계속 운전을 했더니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좀 지루해하는 눈치다. 지난 4주 동안 두 살짜리 예진이부터, 예은, 예찬이 모두가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하고 밥도 잘 먹으면서 건강하게 여행을 해서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한테 감사의 표시로 아침부터 캠핑장에서 자전거를 렌트해 주고, 함께 수영하고, 오후에는 오마하 시내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갔다.
오마하 동물원은 정말 기대하지 않고 갔었는데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동물원을 잘 꾸며놓았는지 오후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오마하를 출발해 와이오밍주를 지나다가 졸지에 행선지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바꾸면서 80번 프리웨이를 이탈해 25번N 프리웨이를 타고 120마일 정도를 북쪽으로 올라와, 옐로스톤까지 8시간 떨어진 더글라스라는 곳에서 일박했다.
▶ 더글라스 → 옐로스톤 국립공원/425 마일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면서 곳곳에 서부개척 당시의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는 기념관들이 많이 눈에 띈다. 동부에서는 크고 작은 마을 도시마다 남북 전쟁과 관련된 역사 기념관들이 많이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네브래스카, 와이오밍주에는 ‘루이스 & 클락’과 같은 서부개척자들 기념관이 많이 세워져 있다.
와이오밍주 동쪽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들어가려면 20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120번으로 갈아탄 후 코디(Cody)라는 곳에서 다시 20번을 타고 들어 가게된다.
그런데 길목에 테모폴리스(Thermopolis)라는 조그마한 도시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 큰 야외 유황온천이 있어 잠시 쉬었다가기에 좋은 곳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도착해 이번 여행중 처음으로 차에 문제가 생겼다.
옐로스톤 호수에 지는 석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차를 호숫가에 세우고 열심히 사진을 찍은 다음 차를 돌려 나가려다가 잠시 부주의하는 사이에(아니면 너무 흥분했던지) 타이어가 모래밭에 빠져 꼼짝 달싹할 수 없게 됐다.
지나가던 차들이 와서 앞뒤에서 밀고 당기고 해봤지만 결국은 밤 11시까지 3시간 이상 호숫가에서 토잉카를 기다려 간신히 모래밭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대륙횡단 여행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을 일이라면서 깔깔 웃어대며 열심히 비디오를 찍어대는 아내가 오히려 밉지는 않았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유명한 간헐온천 ‘올드 페이스풀’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다.
와이오밍, 몬태나, 오하이오주등 3개주에 걸쳐있으며 간헐온천(Geyser)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공원 곳곳에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는 온천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온천은 ‘Old Faithful’이라고 불리는 온천이다.
이 온천은 매 75분마다 높이 150피트의 뜨거운 물기둥을 뽑아 올리는데 가까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 경이로운 느낌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공원내에 많은 온천이 있지만 실제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딱 한 곳밖에 없다. 공원 북쪽 맴모스 Hot Springs에서 5마일 정도 더 북쪽으로 운전하면 피크닉 장소가 나오는데 이곳에 차를 세우고 1마일을 걸어가면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한쪽으로는 차가운 강물이 흐르고, 다른 한쪽으로 뜨거운 온천물이 내려와 온도가 적당한 중간지점을 찾아 수영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옐로스톤 공원은 그 자체가 자연 동물원이다. 지난 1988년 큰 산불로 인해 공원의 40% 정도가 불타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내 자연 생태계는 놀라우리 만큼 잘 보존돼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가면서 몸무게 2,000파운드나 되는 덩치의 버팔로들이 차선을 가로막고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곳곳에 노루, 사슴, 여우, 곰과 같은 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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