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의 들뜬 마음과 달리 학부모들은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바로 `기숙사 생활=캠퍼스의 향연’이라는 미국 대학의 기숙사 파티문화로 인해 행여 자녀들이 알콜이나 마약에 유혹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학에는 알콜·마약 중독 학생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 다양한 서비스를 지
원하고 있다. 대학의 알콜·마약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청소년들이 알콜 음료를 처음 섭취하는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도 심각한 알콜 중독 현상 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의 음주율도 낮아지기는커녕 매년 증가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음주는 흡연으로 이어지고 또 너무 어린 나이에 음주를 시작한 경우 성장하면서 우울증 증세를 보일 확률도 높이는 것은 물론 결국 마약에까지 이르는 수렁으로 빠지게
한다.
하버드 대학 산하 공중보건대학(HSPH)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 미국 대학생 44.4%가 상습적으로 알콜을 섭취하고 있다. 한해 과다 알콜 섭취로 1,400여명의 대학생이 사망했고 부상자가 50만명, 음주에서 비롯된 성폭행과 강간사건도 연간 7만건 이상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알콜·마약 중독 현상을 보이는 신입생들의 입학이 점차 늘자 대학은 이들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대학 캠퍼스내 알콜·마약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이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대학이 바로 뉴저지 럿거스 주립대학. 럿거스 대학은 이미 지난 1983년 미 대학 최초로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개인 상담 서비스를 지원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었다. 이후 한 단계 발전해 프로그램 디렉터가 생겨났고 알콜 없는 기숙사까지 선보여 알콜·마약 중독 치료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매년 15~25명씩 수용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럿거스 대학 이외에도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소재 억스버그 칼리지와 네브라스카주 다나 칼리지, 텍사스 테크놀로지 대학 등도 유사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대표적인 대학으로 손꼽힌다.이어 올 가을에는 클리블랜드 소재 웨스턴 리저브 대학과 미시건 그랜드 밸리 주립대학, 텍
사스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 등도 자체적인 알콜·마약 치료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억스버그 칼리지는 지난 1997년 프로그램을 첫 선보였으며 현재는 럿거스 대학보다 더 큰 규모로 연간 6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프로그램을 거쳐간 학생은 365명에 이른다.
반면 다나 칼리지는 별도의 기숙사는 없지만 알콜·마약 중독 학생들이 한방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중독 현상을 극복하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은 최근까지 외주 협력업체에 프로그램을 맡겼으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대학이 직접 운영키로 변경했다. 이외 텍사스 테크놀로지 대학은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 온 케이스로 꼽힌
다. 지난 1985년부터 프로그램이 운영돼왔으나 별도 기숙사는 마련돼 있지 않은 대신 참가학생들은 매주 정기모임을 통해 총 12단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 매 학기마다 알콜·마약 중독 예방 및 치료와 관련된 학과목을 수강해 1학점씩 이수해야 하며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 연간 2,000달러까지 장학금도 수여한다.
올 가을 이와 동일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어스틴 텍사스 대학도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신 학과목 수강 및 매주 정기모임 참석이 요구되며 이외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별도의 기숙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조만간 시설을 구비할 계획이다.
우수 대학일수록 알콜 중독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는 경향도 높지만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브라운 대학은 알콜·마약 중독 학생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독 치료는 지역내 치료기관을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알콜·마약 중독 치료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용되는 시설이 아니라 스스로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만 등록할 수 있다.
등록생은 대학 카운셀러의 면접심사를 거쳐 선발하며 텍사스 텍처럼 에세이와 교사추천서(3장)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도 있다. 프로그램에 일단 등록되면 최소 6개월 이상 금주를 기본으로 하며 학업에 충실하고 규칙을
엄수하겠다는 약속 증서에 서명도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엄한 처벌 규정이 적용되며 본인 희망에 따라 졸업 때까지 머물 수도 있고 중도에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다.
대학이 알콜·마약 중독 학생들의 치료에 이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다지 효과도 없고 예산만 축낸다는 것. 프로그램 운영에 드는 예산을 일반 학생들의 학업 향상을 위해 지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비난과 함께 문제학생들을 모두 한 시설에 수용하는 것 자체가 치료보다는
더욱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대체로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모로부터 처음 독립한 대학 초년생들이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일 뿐 아니라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상습적 음주벽
이 있는 학생이라면 대학 진학 후 더욱 심해질 수도 있는 음주벽을 미리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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